얼음 녹자 새끼 펭귄 수천마리 떼죽음…멸종의 길 걷는 황제펭귄 [영상]

천권필 2026. 4. 25.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극에서 걷고 있는 황제펭귄 성체와 새끼들. 사진 Klein & Hubert, WWF

평생 땅을 밟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새가 있다. 남극 해빙(海氷·바다얼음) 위에서 살고 있는 황제펭귄이다. 이들은 얼음 위에서 짝짓기와 산란, 육아를 모두 해결한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남극의 해빙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황제펭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최근 황제펭귄의 멸종위기 등급을 ‘준위협종(Near Threatened)’에서 ‘위기(Endangered)’로 두 단계나 상향 조정했다. 향후 50년 동안 개체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에 따른 조치다.

실제로 황제펭귄의 개체 수는 최근 눈에 띄게 줄고 있다. WWF(세계자연기금)의 위성 관측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사이 서남극 지역의 황제펭귄 개체 수는 약 22% 감소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의 기록적인 감소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50도 혹한 견디지만…깃털 덜 자란 새끼는 동사


남극 도슨-램턴 빙하에서 눈폭풍 이후 혹한을 견디는 황제펭귄과 새끼들. 사진 Fritz Polking, WWF
지구상에 서식하는 펭귄은 총 18종인데, 갈라파고스 펭귄을 제외한 모든 종이 남반구에 서식한다. 그 중 가장 큰 종인 황제펭귄은 남극의 혹독한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동물이다. 두 겹의 깃털과 두툼한 지방층 덕분에 기온이 영하 50도 아래로 떨어져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황제펭귄도 번식과 생존을 위해서는 최소 9개월 동안 안정적인 해빙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황제펭귄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 문제는 빙하가 예년보다 일찍 녹으면서 깃털이 덜 자란 새끼 황제펭귄이 바다에 빠져 동사할 위험이 커진 것이다.

물속에서 이동 중인 황제펭귄들. 사진 Doug Allan, WWF

2016년 이후 남극 해빙은 면적과 지속 기간 모두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2022년 벨링스하우젠해 중·동부 지역에서는 예년보다 해빙이 일찍 붕괴하면서 대규모 새끼 폐사로 이어졌다. 해빙이 조기에 무너지면서 깃털이 덜 자란 새끼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지 못해 폐사했다.

WWF는 “벨링스하우젠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황제펭귄) 번식지 5곳 중 4곳이 붕괴됐고, 완전히 성장하기 전까지 방수 깃털이 없는 수천 마리의 새끼들이 얼어 죽거나 익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털갈이 시기에 해빙 녹아 위험…“특별보호종 지정해야”


해빙의 균열을 뛰어넘기 위해 준비 중인 황제펭귄. 사진 Stefan Christmann, WWF
성체 황제펭귄들도 1월부터 3월까지 털갈이 시기에 해빙이 빠르게 녹으면서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빙이 일찍 녹으면서 방수 깃털이 완전히 자라기 전에 얼음물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로드 다우니 WWF 극지 및 해양 수석 고문은 “기후변화는 남극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황제펭귄은 계절에 따른 해빙 변화에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며 “남극 해빙의 충격적인 감소로 인해 황제펭귄은 이번 세기 말까지 멸종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WWF는 5월 11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제48차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48)에서 황제펭귄의 특별보호종(Specially Protected Species) 지정을 공식 촉구할 예정이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