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15% 후폭풍” 주주·협력사까지 휩쓰나…해법은 [성과급의 그늘③]
협력사·고용까지 영향 가능성…산업 생태계 부담 우려
RSU·장기보상 대안 부상…“현금 중심 구조 바꿔야”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이 주주 배당과 협력사 공급망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단기 현금 보상 요구가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보다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로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 동행노조로 구성된 임금교섭 공동투쟁본부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 지급을 요구해왔다. 시장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근거로, 성과급 재원이 최대 45조원이라고 관측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 11조원대와 연구개발비 30조~40조원대를 모두 웃도는 규모다.
문제는 이 같은 요구가 단순한 임금 인상에 그치지 않고 기업 재원 배분 구조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기업 이익은 배당과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성과급 비중이 커질수록 같은 재원을 두고 근로자와 주주가 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올해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약 11조원으로, 노조는 배당의 4배가 넘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FCF)을 기반으로 주주환원 약속을 이행해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과급이 고정 비율로 제도화되면 배당과 투자, 성과급 간 균형을 맞추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협력사로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협력망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만 봐도 1차 벤더 700여곳을 포함해 약 1754곳의 거대한 협력망이 연결돼 있다. 본사의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납품단가 인하나 발주 조정, 고용 위축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단기 비용보다 장기 리스크를 더 우려한다. 고객사가 대체 공급처를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 갈등이지만 실제 충격은 협력사와 중소기업으로 퍼질 수 있다”며 “반도체 산업은 공급 안정성과 신뢰가 핵심 경쟁력인데, 생산 차질이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 번 신뢰가 훼손되면 회복하기 어렵고, 고객은 대체 공급처를 찾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금 성과급에만 매몰된 보상 구조가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극명한 산업으로, 삼성전자는 불과 1년 전인 2023년 반도체 부문에서만 14조 8800억원의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업황 변동성을 무시한 채 고정 비율의 성과급을 제도화하면, 불황기에는 기업의 투자 여력과 경영 유연성이 동시에 약화할 수밖에 없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사 간 소모적 파이 나누기를 멈추고 보상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 현금 성과급 대신 장기 성과와 연동된 보상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3일 안민정책포럼에서 “이번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단순한 임금 협상이나 성과급 협상의 문제가 아니고 신뢰, 투자, 공급망, 국가 경쟁력까지 동시에 건드리는 사안”이라며 보상 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대안으로는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활용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모델을 거론했다. RSU는 일정 기간 근속하거나 목표를 달성할 경우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단기 현금 유출을 줄이면서 근로자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구조가 복잡하고 단기 현금 보상을 선호하는 문화 특성상 국내 정착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성과급 일부를 환수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나 제3자 중재 기구를 통한 분배 기준 마련 등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승길 한국ILO협회 회장은 “노조도 회사가 성장해야 근로자도 혜택을 본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사측 역시 갈등 해소를 위한 책임 있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이 문제는 어느 한쪽의 지혜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노사를 넘어 주주와 협력사, 전문가가 함께하는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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