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질주, 밸류업 랠리 이면…10곳 중 6곳은 아직 ‘저평가’
코스피가 중동전쟁 리스크에도 아랑곳없이 연일 상승세가 이어진다. 밸류업 지수 수익률도 코스피를 웃도는 성과로 동력을 보태고 있지만, 정작 상장사 10곳 중 6곳은 여전히 주가가 장부가치를 밑돌아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올해 들어(1월~지난 23일) 62.4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53.67%)와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200(61%)의 수익률을 모두 웃돌았다. 이 지수는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을 기준으로 시총 상위 400위 내 중·대형주 100개를 선별한 지수로, 2024년 9월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도입했다. 자금 유입도 늘고 있다.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13종의 순자산은 연초 대비 2조원 가까이 늘며 3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가 뒷받침된 결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신규 공시한 상장사만 409개사로 누적 590곳에 달한다. 상법 개정에 따라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로 이를 공시한 기업도 99개사로 집계됐다.
그동안 고질적 저평가에 시달렸던 금융주가 밸류업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월 국내 금융지주사 중 처음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순자산 대비 시장 평가가치) 1배를 돌파했고,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3일 주주환원율 상한을 없애는 ‘신한 밸류업 2.0’을 공시하며 속도를 높였다. 이를 반영한 KRX은행 지수는 올해 들어 24.81% 급등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배당 확대 분위기에 상법 개정에 따른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지면서, 총주주수익률(TSR)이 기업 평가의 정량 지표로 자리 잡은 것은 가시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밸류업 랠리 이면에는 착시 논란이 따른다. 밸류업 지수 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이 높아 반도체 업황 회복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3일 기준 코스피 상장사 808곳 중 63.5%(513개)는 여전히 PBR 1배 미만이다. 1년 전(69%)보다 5.5%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주가가 장부상 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상태다. 아예 PBR 0.3배가 안 되는 기업도 67개에 달한다. 이민환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인 자금이 반도체 등 일부 종목에 집중돼 시장 전체 견인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기업의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밸류업 효과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은 올 하반기 더 강도를 높인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7월부터 동일 업종 내 2개 반기(1년) 연속 PBR 하위 20% 기업을 반기(6개월)마다 공개하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 Shamingㆍ공개적 망신주기)’ 제도를 도입한다. 이경연 연구원은 “반기마다 하위 20% 공개가 시행되면 저PBR 기업의 변화 사이클이 빠르게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코리아 프리미엄(고평가)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지속성을 핵심 변수로 본다. 타이 후이 JP모건자산운용 아시아 최고시장전략가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중요한 게임체인저(결정적 전환점)가 될 것”이라며 “개혁의 실행과 기업 전반의 가시적인 변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일본 기업들이 주주와의 대화를 늘리면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재평가가 시작된 사례를 예시로 들며 기업의 소통도 강조했다.
기업가치 공시에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준수·미준수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유도해 실질적인 원칙 준수를 끌어내야 한다"며 “공시의 질을 점검·감독하는 제도적 장치의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유미 기자 park.yu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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