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잘하니까 전재수” “박형준이 여당 견제해야” [부산 민심]

위문희 2026. 4.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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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D-39] ‘민심 표본’ 지역구를 가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거진 다 장 보러 온다니까. 없는 게 없잖아. 여기가 부산 한가운데야.”

21일 오후 1시 부산 최대 종합전통시장인 부산진구 부전시장. 이곳에서 30년 넘게 인삼 가게를 운영해온 김종대(66·전포동)씨의 목소리엔 자부심이 묻어났다. 평일 한낮에도 골목을 쉼없이 오가는 상인들과 손님들로 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부전시장이 자리한 부산진구는 지리적으로 부산 정중앙에 위치한 데다, 역대 부산시장 선거마다 전체 득표율과 엇비슷한 결과를 보여 ‘부산 표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곳이다. 부산시장 선거에 대한 물음에도 그의 답변은 망설임이 없었다. “전재수가 될 확률이 100%야. 이재명이가 잘하잖아.” 4년 전엔 박형준 현 시장(국민의힘)을 찍었다는 그였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인 박형준 시장이 지난달 28일 경선 출마 선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반면 시장 초입에서 쌀가게를 지키던 안모(70)씨의 생각은 달랐다. “나라 꼴이 기름값도 오르고 물건값도 오르고, 제대로 되는 게 없는데 나아진 게 뭐가 있노.” 이재명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 그는 “박형준을 한 번 더 밀어줘야지. 한 번으로는 부족하지”라고 덧붙였다.

부산 선거판이 빠르게 달궈지고 있다. 부산의 ‘족집게 지역구’로 통하는 부산진구도 예외는 아니다. 선거까지 40여 일을 남긴 시점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간 접전이란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민주당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부산진구는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와 오거돈 무소속 후보가 맞붙었을 때 승자는 물론 각 후보의 득표율이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일치했을 정도로 높은 적중률을 자랑한다.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된 점 역시 부산 민심의 표본 역할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산진구 인구는 36만5294명으로, 2030세대가 27.5%(10만419명), 4050세대가 28.7%(10만4835명), 6070세대가 26.8%(9만7987명)로 세대 간 비중 차이가 크지 않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아직까진 비슷한 연령대 안에서도 표심은 엇갈리는 흐름을 보였다. 이번 선거 역시 박빙 승부가 될 수 있다는 신호다. 부전시장에서 수산물을 손질하던 윤모(38·전포동)씨는 “박형준은 절대 아니고, 찍는다면 전재수를 찍을까 말까”라고 했다. 반면 부전시장에서 약 5분 거리인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역 인근에서 만난 회사원 강모(36·범천동)씨는 “전재수 씨가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잘 모르겠고, 그냥 당 보고 박형준 시장을 찍겠다”고 말했다.

보수층으로 분류되는 유권자 중에서 투표를 망설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쯤 전포동 카페거리에서 만난 김모(51)씨는 스스로를 ‘샤이 보수’라고 소개했다. 박형준 시장이 태어난 동구 초량이 본가라는 그는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전재수 후보를 향해 “‘안 받았다’ 이 네 글자를 이야기하라는데 오히려 상대방을 고소했잖아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죠”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선뜻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선 “이번 기회에 비정상적인 국민의힘 당권파를 냉혹하게 심판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부산 북갑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도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는 “한동훈이 북갑에서 바람을 일으키면 전재수가 대세인 흐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부산진구에서 연제구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도 선거 이야기는 이어졌다. 부산진구 부암동에 40년 넘게 거주했다는 기사 이모(71)씨는 대뜸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부산진갑에서 벌어진 나성린 새누리당 후보와 김영춘 민주당 후보의 리턴 매치를 꺼냈다. “그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김영춘이 불쌍해서라도 찍어줘야겠다는 말이 나왔는데, 나성린 쪽에선 ‘뭐 따논 당상 아닙니꺼’라고 하더라고요.” 결과는 김영춘 후보의 승리였다. 지금 역시 단정하긴 이르다는 얘기였다.

오후 5시쯤 찾은 연제구 온천천 시민공원은 산책 나온 시민들로 한가로운 분위기였다. 4년 전 8회 지방선거에선 연제구 여야 후보의 최종 득표율이 소수점 한 자리까지 일치할 정도로 부산 민심을 가장 정확히 반영한 곳이었다. 인구 21만1426명의 연제구는 주요 관공서가 밀집한 행정 거점으로, 교통·교육·주거 환경이 안정적으로 갖춰져 거주 선호도가 높다. 연령 구성은 4050이 30.4%(6만4364명)로 가장 많고, 6070이 27.0%(5만7118명), 2030 23.5%(4만9641명) 순으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부산시 전체와 비슷한 구조다.

직장인 신모(51·연산1동)씨는 “지금 상황이라면 전재수를 선택할 것 같다”며 “논란이 있었지만 (검찰에서) 무혐의가 나오지 않았느냐”고 했다. 천변에서 운동 중이던 김모(78·연산1동)씨도 “이재명 대통령이 모든 걸 국민을 위해서 하잖아요”라며 민주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씨 역시 전 후보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선 “앞으로 잘하면 되지 않아요”라고 했다.

결국엔 보수층의 결집 여부가 결국 승패를 가를 변수로 보였다. 천변에서 산책 중이던 조모(76·연산9동)씨는 “민주당이 너무 안하무인이라 부산이라도 야당 시장이 나와서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면서 “투표할 때는 다를 거다. 보수표가 결집되면 야당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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