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 그만' 돈 벌기 시작한 중국 AI 기업
토큰 수출 본격화된 중국 AI 업체
압도적 가격 경쟁력 앞세워 주도권 확보
CPO, ESS 업종은 새로운 실적 주도주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

심천 창업판(ChiNext) 지수가 중화권 증시 중 유일하게 2021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수혜 구조가 기업 실적에 직접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과거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던 유동성 장세를 지나 이제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실적 장세로의 전환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 태양광·전기차 잇는 신병기 '토큰 수출'
24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토큰(Token)'에서 나오고 있다. 토큰은 AI가 문장을 이해하고 생성할 때 사용하는 단어 조각과 같은 언어 처리 단위다. 글로벌 AI 에이전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 AI 모델들이 압도적인 가성비를 앞세워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 22일 AI 모델 배포 플랫폼인 오픈라우터(OpenRouter)에 따르면 토큰 호출량 상위 10개 모델 중 6개가 중국 브랜드로 집계됐다. 샤오미의 MiMo·알리바바의 Qwen·딥시크 모델은 호출량 면에서 미국의 앤트로픽과 구글을 능가했다.
중국 AI 모델의 사용료는 비슷한 성능을 가진 미국 모델의 5% 수준에 불과하다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모델 선택은 이념적 결정이 아니라 순수 사업적 결정에 의한 것"이라며 "에이전트가 하루에 수백만개 토큰을 소모하기 때문에 토큰당 가격 차이가 적더라도 상당한 비용 차이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AI 모델의 토큰 사용량은 올해 2월부터 미국 모델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중국 AI 모델의 가격 경쟁력은 다각적인 구조적 효율이 반영된 결과다. △고성능 칩 조달 제한을 극복하기 위한 고효율 추론 아키텍처 기반의 훈련 비용 절감 △저렴한 산업용 전력 요금 △실리콘밸리 대비 33~50% 수준인 엔지니어 인건비 △정부의 R&D 세제 혜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최 연구원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미국이 앞서 있을지 모르나, 생태계 전반의 운영 효율성 면에서는 중국이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 "인프라 병목이 곧 수익"
중국 내 AI 수요가 폭발하면서 컴퓨팅 자원이 부족해지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업 수익으로 직결되고 있다. 3월 기준 중국 LLM(거대언어모델) 일일 토큰 호출량은 140조건을 돌파했다. 이는 2024년 초 일일 0.1조건 수준에서 불과 2년 만에 1400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Doubao) 모델은 호출량이 수직 상승하며 수요 폭증을 견인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자 3월부터 중국 클라우드 3사는 서비스 가격을 전격 인상했다. 텐센트는 평균 400% 이상 인상했고 알리바바와 바이두도 평균 30% 내외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수익성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GPU 서버를 임대해주는 '네오 클라우드' 기업들도 호황을 맞이했다. 대장주인 협창데이터는 중국 주요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들과 2027년까지 최소 300억위안 이상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 가격 상승이 순이익 레벨을 빠르게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홍경과기 역시 알리바바와 160억위안 이상의 계약을 맺으며 실적 가시성을 높였다.
● 기술적 한계 해결하는 CPO와 ESS
실적 성장은 증시 구성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다. 심천 창업판 지수는 AI 인프라 확장에 필수적인 CPO와 ESS 연관 업종 비중이 각각 24.6%와 29.0%에 달한다. CPO(Co-Packaged Optics)는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전기 신호를 빛 신호로 바꾸는 핵심 기술이다. 중국의 이노라이트·신이성·텐푸통신 등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업체로 자리 잡았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AI 산업 병목이 연산(GPU)에서 데이터 전송으로 이동하며 CPO가 직접적인 수혜 영역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ESS(에너지저장장치)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를 감당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과 양광전원이 이 분야를 선도하며 강력한 실적 성장을 보였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화권 증시가 2025년 유동성 장세에서 2026년 실적 장세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있다"며 "2026~2027년 창업판 전체 지수의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20~30%대로 주요 지수 중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수급 면에서도 본토 거래대금이 2조위안을 상회하며 기술주 중심의 강력한 매수세가 확인됐다.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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