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은 3장뿐… 좁아진 ‘서울대 문’, 교수 철밥통 깰까

이재명정부 대표 교육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서울대 10개)의 밑그림이 공개되자 국립대 교수 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5일 이 과제에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이란 명칭을 붙이고 실행 계획을 내놨는데, 거점국립대 3곳만 선별 지원키로 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10개는 당초 거점국립대 9곳을 모두 지원해 서울대 수준으로 교육·연구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선별 지원 방침으로 인해 대학들은 졸지에 3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예산 부족 탓에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국립대 교수 철밥통’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나온다.
그간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대다수 정부 재정지원 사업은 대학 내부 혁신을 전제로 진행됐다. 교수진이 더 잘 가르치고, 더 깊게 연구하며, 지역 기업·사회와 더 소통하도록 독려했다. 사업 성격에 따라 강조점이 달랐을 뿐이다. 역대 정부들은 대학 혁신과 지역 살리기의 마중물이라며 적게는 매년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국고를 쏟아부으며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 했고, 대학들도 혁신을 약속하고 돈을 받아갔다.
학생 수 감소와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재정이 열악해진 지방대들은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총장과 대학 본부는 학과를 구조조정하고 교수 사회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그때마다 교수 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특히 국립대의 경우 총장 직선제 때문에 교수의 입김이 거셌다.
이렇게 티격태격하는 사이 정권이 바뀌면 사업은 흐지부지되고 대학들의 혁신 약속은 공중에 떠버렸다. 대학가에서 ‘사업 끝나면 건물만 남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때 교육부는 새 정부의 입맛에 맞는 새 지방대 지원 사업 설계에 몰두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노무현정부의 ‘누리사업’(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사업)에서 박근혜정부 ‘CK’(대학 특성화 사업), 문재인정부 ‘RIS’(지역혁신 사업), 윤석열정부 ‘글로컬대학 30’ 사업까지 예외는 없었다.
이재명정부의 서울대 10개는 다를까. 먼저 위에서 결정하면 아래에서 수행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설계된 사업 구조부터 살펴봐야 한다. 24일 정부 방안에 따르면 대학들은 자기 대학에 어떤 분야를 육성할지 결정하지 않는다. 정부가 지역별로 ‘성장엔진’이라 부르는 전략 산업을 지정하면 해당 지역의 거점국립대가 이 분야를 육성하게 된다. 예컨대 충북대는 오송 생명과학단지와 엮어서 바이오산업을, 경남 지역 국립대는 우주·항공 산업 등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거점국립대에는 정부가 성장엔진으로 지정한 분야를 연구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브랜드 단과대학’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쏟아 서울대 못지않은 교육·연구 환경을 조성한다. 브랜드 단과대학은 기업과 일체화된 인재양성 체계를 지향하는데 입학 전형부터 교육과정 설계, 교과목 운영까지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교수들의 ‘성역’이었던 전공과 학과 제도를 흔드는 시도다.
브랜드 단과대학 소속 교수에게는 수도권 주요 사립대 수준의 인사 평가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국립대들은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급 논문도 연구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서울대와 수도권 주요 사립대의 경우 SCI(과학인용색인)급 국제학술지를 기본 요건으로 한다”며 “카이스트처럼 동료평가 시 대표 논문을 해외의 같은 분야 연구자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의 추천서를 받도록 기준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학술지로 논문 실적을 채우지 말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퇴출하는 체계를 만든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업에 참여하려면 인사 시스템 개편안을 들고 오라는 입장이다. 이를 3개 대학 선정 시 주요 평가 지표로 활용할 방침이다. 매년 1000억원에 가까운 정부 지원이 걸렸고 대학 브랜드 파워도 올릴 기회여서 대학들이 어떻게든 교수 사회를 설득해 지원서를 낼 것으로 교육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거점국립대들은 9개 대학이 동시에 시작해야 교수 사회의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본다. 한 거점국립대 총장은 “사업 성패가 교수 사회의 변화에 달렸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도 “개별 대학에 가는 예산을 줄이더라도 9개가 같이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거점국립대에 적용하는 교육·연구의 기준을 설정하고 일괄 적용해야 저항이 적다는 뜻이다. 사업에 선정된 대학의 교수들은 ‘왜 우리만 해야 하는가’, 선정되지 않은 대학의 교수들은 ‘굳이 왜 해야 하는가’란 분위기가 형성되면 과거 사업의 전철을 밟게 된다는 논리다.
정부와 거점국립대 교수들은 힘겨루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전국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 국가중심대교수회연합회 등 3개 교수 단체는 지난 20일 공동선언문에서 “거점국립대 줄 세우기, 학문 줄 세우기, 지역 줄 세우기에 치중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역 전략산업 분야를 집중 지원해 성공모델을 우선 만들고 타 분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즉시 맞받았다. 갈등의 기저에 양측의 ‘불신’이 깔려 있어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 지역 국립대 관계자는 “첫 3개 대학이 발표되면 탈락 지역과 대학의 박탈감이 상당할 텐데 그 후폭풍의 강도가 후속 사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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