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노트)삼계탕 수출길 연 하림…익산공장에 가보니

이보현 2026. 4. 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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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수출길 연 K-가금육…익산공장 핵심 거점 부상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육가공 시장 재도약의 해.'
 
24일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하림(136480)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내 사무실에는 이 같은 슬로건이 걸려 있었다. 최근 베트남으로 가금육 수출길이 열리며 K-가금육 해외 진출이 본격화된 가운데,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과 위생을 갖춘 하림 육계공장이 수출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림 닭고기종합처리센터.(사진=IB토마토)
 
이날 오후 1시,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정문에 들어서자 거대한 닭과 병아리 조형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외국인 방문객과 학생,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공장 투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4만8097평 규모의 이 센터에는 총 8867억원이 투입됐다. 하림 관계자에 따르면 투어객은 현장체험 학생부터 식품연구원, 학교 영양사까지 다양하다. 모든 현장체험은 무료로 진행되며, 관람객들은 하림의 육계 가공 과정과 주요 기술, 제품 시식 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앞서 하림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베트남 당국과 진행한 '열처리 가금육 위생·검역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서 삼계탕 제품의 현지 수출을 승인받았다.
 
열처리가금육 수출은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리스크로 당초 식품업계에서 진입장벽이 높았다. 그러나 이미 국내 1위 타이틀을 쥐고 있는 하림은 유럽연합(EU), 일본, 미국까지 가금육을 수출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이다. 특히 미국은 식품 수입 조건이 다른 나라보다 까다로운 시장임에도 불구, 지난 2024년 미국법인(하림USA)은 순익 599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림 에어칠링 기술.(사진=하림)
 
공장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하림의 육가공 공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도계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도계장은 전기충격 방식으로 닭을 기절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닭이 받는 스트레스로 혈액이 조직 내부까지 퍼질 수 있고, 피를 빼내는 데도 한계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하림은 이와 달리 '가스 스터닝(Gas Stunning)'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닭이 가스를 흡입해 잠든 상태에서 경동맥을 순간적으로 절단하는 방식이다.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모세혈관 속 혈액까지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해당 공정은 닭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암전 상태에서 진행된다. 투어를 위해 내부 조명이 잠시 켜지자 도계 라인은 예상보다 조용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이후 닭은 뜨거운 물을 거쳐 깃털이 제거되고, 섬세한 전기 자극인 스티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육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단계로 넘어간다.
 
다음은 하림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에어칠링(Air Chilling)' 공정이다. 총 길이 7km에 달하는 레일에 닭을 한 마리씩 걸어 약 200분 동안 차가운 공기로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닭고기는 최적 온도인 약 2도까지 내려간다. 에어칠링을 거친 닭을 직접 만져보니 손끝에 곧바로 찬 기운이 전해졌고 육질은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었다.
 

에어칠링을 거친 닭을 관람객들이 만지고 있다.(사진=IB토마토)
 
일반 도계장은 닭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얼음물에 담그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이 경우 수분이 닭고기 내부로 흡수되면서 이물질이 함께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에어칠링은 수분 흡수를 최소화해 오염 가능성을 낮춘다. 이후 마이너스(-)25도의 살얼음 코팅을 거쳐 0~1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이동한다.
 
이 같은 가공 과정을 거치면 통닭 형태의 제품이 완성되며, 이후 부분육 가공 또는 육가공 공장으로 넘어간다. 여기서의 강점은 '원웨이 시스템'에 있다. 신선가공 공장과 육가공 공장이 하나의 공간에서 연결돼 있어 도계 직후 가장 빠르게 가공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하림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제조사의 경우 도계부터 가공까지 48~168시간이 소요되지만, 하림은 약 24시간 내에 모든 공정을 마친다. 유통 단계를 줄여 더 빠르고 신선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숙달된 작업자가 닭 발골쇼를 진행하고 있다.(사진=IB토마토)
 
부분육 라인과 육가공 라인에서는 작업자들의 손놀림이 분주하게 이어졌다. 숙련된 작업자는 통닭 한 마리를 순식간에 부위별로 해체하는 '발골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빠르고 정확한 칼질에 관람객들의 시선이 한동안 작업대에 머물렀다. 이후 투어 동선은 순살 제품과 가공육을 맛볼 수 있는 시식 공간으로 이어졌다.
 
특히 향후 베트남 시장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닭가슴살 햄 챔’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외에도 닭가슴살 소시지, 용가리치킨 등 다양한 가공육 제품이 소개됐다.
 
하림 닭고기 가공육 제품.(사진=IB토마토)
 
하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대화에서 "이미 하림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수출 경력이 많은 상태로, 향후 인구 1억 명 규모인 베트남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출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우리는 삼계탕이라는 전통 음식에 대한 독보적인 가공 기술력을 갖고 있어 베트남 소비자의 입맛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