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증언거부하냐" 다그치자... 표정 굳은 김건희 "약이 독해서..."

선대식 2026. 4. 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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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매관매직 의혹 사건 공판] 공동피고인 변호인의 무죄 방법 언급에 술술 답변... 재판장, 위증 경고

[선대식 기자]

 김건희씨는 4월 13일 오전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증언을 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가 지금 사실 몸이 많이 아픕니다. 사실은. 그래서 그 약이 굉장히 독해서 제가 좀 장기 복용을 했는데, 기억이 전혀 안 나는 것도 있고, 또 제가 말할 때 실수하는 것도 있고, 잘못 말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제가 증언거부를 하는데, (증언 거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하는 겁니다."

24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502호 법정 증인석에 앉은 김건희씨의 말이다. 앞서 서성빈씨 변호인 최재웅 변호사는 모든 증언을 거부하던 김씨를 향해 객관적 사실을 말하라고 다그친 상황이었다. 김씨와 서씨는 청탁과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관계였다.

최 변호사는 김씨가 서씨로부터 청탁과 뇌물을 받은 게 아니라 손목시계 구매대행을 부탁한 것이라고 하면 둘 다 무죄를 받을 수 있다고 했고, 김씨는 여기에 호응하듯 "청탁은 없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후 조순표 재판장은 김씨에게 위증을 경고하고, 최 변호사가 반발하기도 했다.

'무죄 방법' 언급되자, 김건희 증언거부하다 입 열었다

이날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순표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김건희씨 매관매직 의혹 사건 공판에는 김씨에게 금품을 건넨 여러 피고인 가운데 서씨만 출석했다. 공동피고인이기도 한 김씨는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나왔다.

두 사람 공소사실은 김씨가 2022년 9월 8일 한 업체의 로봇개 총판권을 가진 서씨로부터 로봇개 홍보·판매·예산 지원 등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시가 399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리크 아메리칸 1921 화이트골드 36.5㎜ 손목시계 1개를 받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대통령 등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에 대하여 청탁 또는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는 혐의를, 서씨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먼저 특검 쪽 신문이 이뤄졌는데, 김씨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김씨는 이 사건의 피고인이기도 해서 자신의 증언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염려가 있기 때문에 증언거부권 행사가 예상된 상황이었다. 이후 서씨 쪽 최재웅 변호사도 신문에 나섰지만, 소득이 없었다. 어느 순간 최 변호사는 언성을 높이면서 김씨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증인이 서성빈에게 시계 구매대행을 부탁한 게 사실인가요? 아니면 뇌물로 받은 게 사실인가요? 증언거부만 하지 마시고, 사실을 말해줘야지. (중략) 본인 죄 때문에 증언 거부로 인해서 다른 피고인이 엉뚱하게 처벌받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면 기다 아니다를 얘기해주세요."

조 재판장은 "증인한테 증언거부권이 있는데 그렇게 다그치지 말라"고 제지했지만, 최 변호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가 (실구매가 3376만 원에서 김건희씨가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500만 원을 뺀) 대금 2800만 원에 대해 언제든지 지급명령을 하든지 가압류해도 되는데, 안 하고 있어요. 뇌물로 줬기 때문에 안 하는 게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이나 본인의 입장을 고려해서 그냥 두고 있는 거예요. (중략) 그때 500만 원 주고 (손목시계 구매대행) 심부름시킨 게 사실인가요?"

최 변호사는 "(서씨가) 시계를 사다 줬고 청탁도 안 했으면 두 사람은 무죄"라고 하자, 그동안 말을 아꼈던 김씨가 갑작스레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서성빈씨로부터 어떠한 청탁도 받은 적이 없다. 로봇개를 전혀 모른다"면서 "(청탁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 저는 그게(특검 공소사실이) 이해가 안 간다. 그래서 그게 청탁이 이뤄졌느냐"라고 반문했다. 서씨를 두고 "직업도 모르고, 동네 아저씨처럼 그냥 패션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재판장은 위증 경고... 공동피고인 변호인은 반발

조 재판장이 김씨 말을 끊고 위증을 경고했다. "형사 처벌받을 염려가 있으면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답변했을 때는 그 답변이 거짓말이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가 있다"면서 "변호인 말을 듣고 본인이 답변할지 안 할지 생각하고 답변하라"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가 반발했다. "계속 증언을 거부하다가 답변이 나왔다. 재판장이 증언거부권이 있다고 환기시키고 위증 얘기를 하니까, 피고인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게 재판장의 의중인지 오해가 생긴다"라고 말했고, 조 재판장은 "그렇게 생각하십시오"라고 맞받았다.

이번에 특검이 나섰다. 특검은 "A라고 말하면 둘 다 유죄고, B라고 말하면 둘 다 무죄다, A와 B 중에 고르라는 취지의 (변호인) 질문은 형사소송법상 허용되는 유도신문의 범위를 넘어선다"라고 했고, 조 재판장은 "저도 그렇게 생각된다"라고 했다.

김씨는 다시 입을 닫았다. 다만, 증언 거부 사유로 '몸이 아프고 독한 약을 먹어서'라는 취지의 답변을 한 차례 내놓았다. 김씨 증인신문은 1시간도 안 돼 마무리됐다. 그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한 차례 방청석에 앉은 자신의 변호인 유정화 변호사 쪽을 돌아봤는데, 굳은 표정이었다. 또한 퇴정하는 과정에서도 인상을 쓴 채 유 변호사를 바라보며 몇 마디를 건네기도 했다.

한편, 김씨 결심공판은 내달 15일이고, 6월 26일 판결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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