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광풍 뒤, 부채가 밀려온다 [신간]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6. 4. 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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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이 만드는 부채의 종말

기술 혁명은 늘 번영과 거품을 함께 데려왔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세계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장은 그 이면에서 더 위험한 신호를 읽는다. 책 ‘AI 버블이 만드는 부채의 종말’은 AI를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기술 혁신의 실체를 인정하면서도, 그 혁신을 떠받치는 자본 조달 구조와 신용 팽창의 속도가 결국 위기의 깊이를 결정한다고 짚는다. AI 슈퍼 사이클이 금융위기로 비화할 강력한 뇌관은 ‘사모 신용’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저자는 1930년대 대공황,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꿰뚫는다. 기술은 달랐지만 위기의 구조는 비슷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 기대가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고, 신용이 그 기대를 과장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시장은 기술이 아니라 부채의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AI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저자는 본다. 많은 이들이 AI를 소프트웨어 혁명으로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인프라 같은 막대한 실물 투자를 필요로 하는 자본집약 산업이라는 점에서다. 저자는 “우리는 기술 혁명 속에 있으며 동시에 부채 확대 국면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 둘을 분리해 분석하지 않으면 반복되는 역사적 패턴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의 강점은 버블의 본질을 가격이 아니라 신용에서 찾는 데 있다. 저자는 특히 ‘사모 신용’ 시장을 주목한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이 자금줄이 AI 인프라 확장의 연료가 되고 있지만, 동시에 시장 전체의 불안을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기술 혁명은 인류를 진보시키지만 금융위기는 그 진보의 속도를 시험한다고 저자는 부연한다.

김영익 지음/ 한스미디어/ 2만2000원
기술은 질주, 자본은 과열

AI 낙관 뒤 숨은 신용 팽창 경고

책은 경고에서 멈추지 않는다. AI 버블 붕괴가 2000년식 가격 조정에 그칠지, 2008년식 신용 경색으로 번질지, 혹은 통화와 부채가 충돌하는 정책 위기로 이어질지 세 갈래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한국 경제를 향한 진단도 구체적이다. 반도체가 수출과 이익, 주가를 끌어가는 구조에서 한국은 AI 공급망의 수혜국이면서도 거품 붕괴 때 충격을 먼저 받을 수 있는 취약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코스피와 수출의 괴리, 실질금리의 변화, 신용 스프레드 확대, 유동성 축소, 시장 서사의 급변을 위기의 전조로 제시하며 숫자와 심리가 만나는 지점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후반부는 투자 지침서에 가깝다. 빅 사이클(장기 부채 사이클) 후반부에는 수익 극대화보다 손실 최소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레버리지를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고 통화가치 하락에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주식·현금·채권·금을 25%씩 나누는 ‘4자산 균형 모델’을 제시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4자산 균형 모델은 단순한 분산 투자 구조가 아니라 가격 리스크, 신용 리스크, 통화 리스크를 동시에 분산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책은 기술 낙관론과 위기론을 단순히 대립시키지 않는다. 기술 혁신의 본질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금융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과잉과 왜곡을 냉정하게 분석한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7호(2026.04.29~05.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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