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크레디트에 이름 올라간 9778명 중 한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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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영화는 끝이 났지만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검은 스크린 위로 이름이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저 이름들 사이 내가 적었던 두 아이의 이름도 있을 터인데 찾을 수가 없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쌍둥이 딸 이름으로 후원
작년 1월 즐겨 듣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정지영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내 이름은>의 크라우드 펀딩 소식을 접했다. 방송을 들으며 텀블벅 사이트에 들어가서 <기억에 갇혀 버린 '4.3의 이름 찾기'에 함께 해주십시오>로 시작되는 프로젝트 소개를 보고 망설임 없이 소액을 후원했다.
정지영 감독, 염혜란 배우, 제주4.3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이미 봤으니 안 할 재간이 없었다. 엔딩 크레디트에 후원자의 이름을 올려준다는 말에 내 이름 대신 쌍둥이 딸의 이름을 적었다. 훗날 아이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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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4.3평화기념공원 내에 위치한 어린이체험관에서 영상을 보고 있는 나와 쌍둥이 |
| ⓒ 김소영 |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3월 시사회에 초대받았지만, 멀어서 갈 수 없었다. 배급 문제로 4월 3일에 개봉하지 못하고 4월 15일에 개봉한다고 하여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개봉 전 주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모임의 선생님들께 <내 이름은>을 같이 보러 가자고 제안했고, 선생님들도 흔쾌히 응하였다. 기쁜 마음으로 영화를 예매하고 토요일 저녁 여덟 명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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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내 이름은>의 한 장면. |
| ⓒ 아우라픽쳐스 |
대학생 시절 광주 5·18민주화운동 사적지를 돌아보고, 묘지를 방문하며 희생자를 애도했다. 그에 반해 삼십여 년 전이나 더 일찍 벌어진 제주4.3사건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었다. 뒤늦게 알게 됐을 때 국가폭력의 잔인함에 혀를 내둘렀고, 너무 늦게 알아서 제주 앞바다의 별이 된 사람들에게 너무나 죄송하고 또 죄송했다.
이렇게 역사에 무지했던 내 스스로의 부채 의식 때문이었는지, 내 이름을 찾게 된 주인공에 깊이 감정 이입이 되었는지, 어린 아이고 노인이고 할 것 없이 휘둘렀던 잔인한 폭력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당하면 어떨는지 등 여러 생각과 감정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속에서 파도쳤다.
영화를 함께 본 선생님이 엔딩 크레디트에 올라가는 후원자의 명단까지도 영화의 일부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염혜란 배우 역시 한 인터뷰에서 '한 평론가분이 이 영화의 완성은 엔딩 크레디트라고 하셨는데 정말 공감했어요. 수많은 이름이 올라가는데 제가 그분들과 함께 베를린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라고 말했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이런 의미 있는 영화의 제작 과정에 동행할 수 있었던 내가 정말 운이 좋았고 영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개봉 후에 이 사실을 알고 진작 알았더라면 후원했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던 사람들을 주변에서 여러 명 만났다.
겨울에 방문했던 제주4.3평화기념관에는 백비가 누워 있었다. 백비는 어떤 까닭으로 아직 글을 새기지 못한 비석이다. 봉기 항쟁, 사태, 사건 등 다양하게 불려 온 제주4.3사건은 아직까지도 올바른 역사적 이름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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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4.3평화기념관에 누워 있는 백비 |
| ⓒ 김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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