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발, 얼굴 물어뜯는 쥐들... 밤마다 공포에 떠는 가자 주민들
[정주진 기자]
|
|
| ▲ 4월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캠프에서 팔레스타인 실향민들이 무료 급식소에서 음식을 받고 있다. 미국의 중재로 체결된 휴전 협정이 지난해 10월 10일 발효된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모든 국경 지역을 포함해 가자지구 절반에 가까운 영토를 계속 장악하고 있다.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 약 200만 명이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인도주의적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
| ⓒ AFP=연합뉴스 |
부부는 쥐가 딸의 손을 물어뜯었고 그로 인해 딸의 몸과 매트리스에 핏자국이 생긴 걸 보았다. 사마는 그후 딸이 "내 팔에만 안겨서 자려고 하고 쥐 소리가 들릴 때마다 놀라서 깬다"고 말했다. 사마 자신도 쥐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사마는 <알자지라> 기자에게 "너무 무서운 상황"이라면서 "어젯밤 텐트에 돌아왔는데 사방에 쥐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텐트에 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매일 열심히 청소를 하지만 소용없다"면서 "잔해 속에 있는 시신을 먹는 데 익숙해진 쥐들이 점점 더 인간에게 공격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쌓인 잔해 곳곳에 있는 쥐구멍을 가리켰다.
AFP 또한 비슷한 사례를 보도했다.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에 사는 무하마드 알 라콰브는 아이들이 쥐에 물렸고 한 아이는 코를 물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아이들을 지켜봐야 해서 밤새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아이들만 피해를 입는 건 아니다. <미들이스트아이>에 따르면 63세의 인쉬라 하이자지는 베개 주변으로 쥐가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렸지만 잠을 청하려 애썼고 그때 커다란 쥐가 자신의 발가락을 물어뜯었다. 그러나 당뇨 증세가 심한 그녀는 당시엔 쥐가 물어뜯는 걸 느끼지 못했고 다음날 아침 시누이가 발가락의 상처를 알려준 후에야 간밤의 상황을 깨달았다. 하루 뒤 발가락은 부어올랐고 파랗게 변했다.
<미들이스트아이>는 또한 얼굴에 선명하게 쥐 이빨 자국이 난 아이의 사진을 보도했다. 아빠인 알우스타즈는 얼굴이 피범벅인 된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의사들이 피를 닦아내자 아이의 뺨에 깊게 패인 여러 개의 쥐이빨 자국이 드러났다면서 "의사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0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합의로 휴전이 발효됐지만 재건 작업에 거의 진척이 없으면서 가자지구 주민 대다수는 여전히 텐트에서 지내고 있다. 그런데 봄이 돼 온도가 올라가자 쥐 개체수가 급격히 늘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알자지라>는 주민들이 매일 사람을 물어뜯고 병균을 옮기는 쥐들과 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의 예방의학국장인 아이만 바우 라마는 <알자지라>에 유례 없는 설치류 증가로 가자지구의 보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곳곳에 쌓인 쓰레기, 하수처리 기반시설 파괴, 치워지지 않은 건물 잔해와 그 아래서 썩어가는 시신 등이 이유라고 지적했다.
속도 더딘 잔해 제거... 가자지구 주민들 위생 '비상'
<알자지라>는 가자 시티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해충 박멸 물질 또한 '이중 사용(dual use)' 물질로 구분해 반입을 금지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민간과 군에서 동시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수천 개 품목의 가자지구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농업, 보건, 건설 등 주민 생활과 재건에 반드시 필요한 품목들도 포함되어 있고 해충 박멸 물질도 그중 하나다. 이런 상황 때문에 당국은 설치류 증가의 온상인 쓰레기 처리를 늘리고 비료화 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전쟁으로 장비가 거의 파괴돼 한계가 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쥐를 포함한 온갖 해충의 온상이 된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건물 잔해 또한 당국이나 주민들이 어쩔 수 없는 문제 중 하나다. 2년 동안 계속된 이스라엘의 맹폭으로 가자지구는 거의 초토화됐고 곳곳엔 어마어마한 양의 잔해가 쌓였다. 잔해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텐트촌들 바로 옆에도 그대로 쌓여 있는 상태다.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는 610만 톤 이상의 건물 잔해가 발생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건물의 약 80%가 피해를 입거나 완전히 파괴됐고 잔해를 치우는 데만 최소 7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특히 37만 채 이상의 주택이 피해를 입거나 파괴돼 60% 이상의 주민이 거주지를 잃었고 80% 이상이 이주민이 됐다고 밝혔다.
유엔개발계획은 전쟁 중에도 일부 지역에서 잔해 제거 작업을 통해 약 12만 톤의 잔해를 제거했고 휴전 후 한달 동안에도 5만 톤 이상의 잔해를 치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병원 같은 주요 시설로 통하는 도로 등이 개방되기도 했다. 잔해 제거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문제는 잔해량이 너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비용도 많이 들어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유엔개발계획은 7년 동안 잔해를 치우는 작업에만 약 1억 1000만 달러(한화 약 1650억 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꾸준히 해도 잔해 제거에 7년 이상이 걸린다는 건 가자지구 주민들이 계속 허술한 임시 텐트에 머물면서 쥐의 공격을 포함한 위생 문제와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상황 개선을 위해서는 보다 신속한 재건 작업과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그런 기대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휴전이 발효된 후 국제사회의 관심은 급격히 저하됐다. 재건을 약속하며 휴전을 중재했던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조차 휴전 후 가자지구 주민들과 여전한 인도주의 위기 상황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가자지구를 거의 초토화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관심과 압력이 거의 사라진 가운데 여전히 매일 휴전 합의를 어기면서 주민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휴전 후 가자지구에서의 완전한 철수와 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 상황을 빌미로 가자지구 재건에 대한 책임 또한 외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스페인, 슬로베니아, 아일랜드는 EU 외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게 공동서한을 보내 이스라엘의 국제법과 인도주의법 위반을 지적하며 EU 이스라엘 협력 협정(Association Agreement)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 국가는 서한에서 "견딜 수 없는(unbearable)" 상태라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 상황도 언급했다. 그러나 21일 룩셈브루크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의에서 협정 중단 요구는 독일과 이탈리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의 반대로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하고 부결됐다. 가자지구 상황 변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은 어디에도 없는 상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 의회 쿠팡 서한'의 진실, 서한의 발신인을 주목하라
- 이화영의 친구 신명섭입니다, 조작기소 실체를 밝힙니다
-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맞나... 법은 시행됐지만, 현실은 '암담'
- [이충재 칼럼] 누가 미국에 선을 대나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김법천국
- 편의점 담배 손님들의 특징, 참 재밌습니다
- 끝까지 숨긴 장동혁 만난 '뒷모습', 미 국무부가 공개... 차관보 아니었다
- 국힘, 정동영 해임건의안 제출 "북한 핵시설 정보 무단 공개"
- 중국 AI의 본격 독립전쟁, '탈 엔비디아'가 시작됐다
- '마을진입 금지' 바리케이드까지 친 살목지 마을, 무슨 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