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광고·먹뱉이 무너뜨린 천만 유튜버의 위용…많이 먹는 방송은 왜 힘을 잃었나 [2026 먹방의 현재①]
비현실적인 양이 주는 경이로움은 '자극의 피로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프리카TV 라이브로 시작해 유튜브 전성기를 누렸던 대식 콘텐츠는 신뢰도 하락과 생리적 거부감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이른바 1세대 먹방이 장르로 본격 입소문을 탄 시점은 2013년 전후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조은하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 교수가 2020년 저술한 논문 '먹방의 유행과 문화현상 연구'에 따르면 먹방은 2000년대 후반부터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시화됐고, 아프리카TV가 2013년 3월 '먹방' 카테고리를 별도로 개설하면서 독립 장르로 자리 잡았다.
당시 먹방은 라이브 플랫폼 구조와 잘 맞아떨어졌다. 실시간 채팅을 통해 같이 밥을 먹는 듯한 감각을 만들 수 있었고, '별풍선' 같은 후원 구조는 자극적인 장면을 더 길고 강하게 끌고 갈 동기가 됐다. 조 교수는 "먹방이 혼자 식사해야 하는 청년 세대의 삶과 맞물려, 먹는 장면을 함께 보며 위안을 얻는 방식으로 소비됐다"고 분석한다.
왕쥬, 밴쯔, 입짧은햇님, 디바 같은 대식 비제이(BJ)들이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것도 바로 이 '실시간 소통'과 '대리 만족'의 유행 위에서였다. 당시의 먹방은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모습을 넘어, 시청자가 채팅으로 주문하는 음식을 실시간으로 먹어주거나 감탄사에 반응하며 함께 식사한다는 유대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1인 가구의 급증 속에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들에게 이들의 비현실적인 대식은 묘한 해방감을 선사했다. 다이어트나 경제적 이유로 억눌러왔던 식욕을 화면 속 인물을 통해 배불리 해소하는 '대리 충족'의 기제가 강력하게 작동한 것이다.
하지만 2016~2017년을 거치며 대식 먹방의 생태계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비제이들이 아프리카TV 라이브를 진행하면서도 유튜브에 하이라이트 편집본을 올리기 시작하자, 시청자들은 '압축된 몰입감'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아프리카TV 내 '벗방' 등 선정적인 콘텐츠가 주류로 자리 잡으며 플랫폼 이미지가 변질되자, 먹방 스트리머들은 활동의 무게중심을 유튜브로 대거 옮기기 시작했다. 라이브 방송이 아닌 정교하게 편집된 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유행이 옮겨가며 쯔양, 햄지 등 새로운 스타 유튜버들이 등장했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시청자들을 흡수하며 대식 먹방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 보였다.

성장 가도를 달리던 대식 먹방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진정성'의 훼손 때문이었다. 간접광고(PPL)임을 숨기고 광고를 진행한 '뒷광고 논란'이 번지며 시청자들의 배신감을 자극했다. 하지만 더 치명적인 것은 이른바 '먹뱉'(먹고 뱉는 행위) 문제였다. 2020년, 압도적인 구독자를 보유했던 문복희를 둘러싼 먹뱉 의혹은 대식 콘텐츠의 근간을 흔들었다. 문복희는 편집 없는 원테이크 영상을 올리며 대응했으나, 시청자들은 이미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라이브로 직접 증명하라는 요구가 빗발친 것은 시청자들이 더 이상 편집된 영상 속의 많이 먹는 장면을 사실 그대로 믿지 않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하락세는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20분 안에 짬뽕 5그릇을 먹는 등의 '도전 먹방'으로 인기를 끌었던 유튜버 프란의 경우, 7년 전 '불닭볶음면 10컵 도전' 영상이 2343만 회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뒷광고와 먹뱉 논란 이후 먹방 트렌드가 변화한 2022년, 열라면 6봉지 먹방 영상은 82만 회에 그쳤다.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전성기와 비교하면 화력이 크게 꺾인 모습이다. 구독자 1090만 명을 보유한 '대식 먹방의 아이콘' 문복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코로나19 이전 올린 치킨과 라면 먹방 영상이 5114만 회라는 기록적인 조회수를 달성했던 것과 달리, 지난 19일 업로드한 감자탕 먹방은 이틀간 24만 회를 기록하는 데 머물렀다. 1000만 구독자라는 체급을 고려하면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예전만 못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대식가 유튜버 쯔양은 최근에도 시장 순회 콘텐츠 등으로 최고 2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쯔양 역시 단순 대식을 넘어 '시장 상권 살리기'라는 공익적 서사를 더하고,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등에 출연해 레거시 미디어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콘텐츠의 체질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순수 대식 콘텐츠의 위기를 반증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많이 먹는 방송이 힘을 잃은 배경으로 '자극의 피로도'와 '현실성 결여'를 꼽았다. 이 교수는 "코로나 시기에는 쯔양처럼 작은 체구의 사람이 비현실적인 양을 먹는 장면이 신기한 자극으로 소비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장면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기보다는 생리적인 거부감과 부담감을 주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먹뱉 논란처럼 장면이 조작됐을 수 있다는 의심이 생기면, 단순히 많이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는 시청자를 붙잡아둘 명분이 약해진다"며 "최근에는 인위적인 대식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 생활 속의 소박한 식사처럼 보기 편하고 지속 가능한 콘텐츠로 중심축이 완전히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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