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 수익, 상속받은 돈도 십일조 대상일까

김아영 2026. 4.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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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조에 관한 24가지 질문/김지찬 지음/생명의말씀사
열린 문 사이로 쏟아지는 빛과 성경책 위에 놓인 손은 재정적 압박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마음의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그리스도인의 내면 풍경을 그려낸다. 제미나이


재정과 관련해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 있다. 통장에 찍힌 급여를 확인한 뒤 그중 10%를 떼어내려 할 때 찾아오는 짧은 망설임이다. ‘세전 기준일까, 세후 기준일까’ ‘이번 달 대출 이자는 어쩌나’ ‘주식 수익도 포함해야 하나’. 십일조는 주일마다 헌금함 앞에 서는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복잡한 과제다.

총신대 부총장을 지낸 구약학자 김지찬 박사는 신간 ‘십일조에 관한 24가지 질문’(생명의말씀사)에서 해묵은 동시에 가장 뜨거운 질문에 정면으로 답했다. 전작 ‘십일조의 복음’이 성경적 원론을 정립한 책이었다면 이번 책은 SNS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모은 성도들의 실제 고민을 담은 실전편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날카로운 통찰을 던진다. ‘십일조의 복음’ 관련 영상 댓글에는 “십일조를 안 하면 지옥에 가느냐”는 식의 물음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반문한다. “왜 사람들은 기도를 안 하면 지옥에 가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으면서 십일조와 지옥은 연결할까?”


저자는 십일조를 저주와 심판의 언어로 해석하는 잘못된 신화가 여전히 교회 안에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그 두려움의 밑바닥에는 결국 돈이 삶의 주권을 쥐고 있다는 현실이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마음의 동기, 삶의 무게, 말씀의 근거를 차례로 다룬다. 십일조를 단순한 계산법이 아니라 돈 앞에 선 인간의 내면 지형도로 읽겠다는 취지다. 책의 백미는 2부다. “대출로 사는 인생인데 십일조를 해야 하나요?” “배우자가 반대하는데 몰래 드려도 될까요?” “주식이나 부동산 수익, 상속받은 돈도 십일조 대상인가요?” 차마 목회자에게 직접 묻기 어려웠던 질문이 빼곡히 담겼다.

저자는 ‘무조건 십일조를 해야 한다’는 율법적 강요 대신, 십일조가 은혜와 자발성에 기초한 사랑의 방침임을 환기한다. 배우자의 반대가 심할 경우 비율을 조정하는 유연함을 제안하면서도, 하나님을 향한 마음의 방향만은 놓치지 않도록 독려한다. 대출 이자에 짓눌린 성도에게는 정죄보다 자비로운 시선을 먼저 건네면서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묻는다. “그 부담감의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돈이 아직 내 삶의 주인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은 아닌가요.”

김 박사가 제시하는 가장 인상적인 개념은 ‘분수’다. 십일조는 소득의 10%를 계산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체(분모)가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일정 부분(분자)을 기쁘게 내어놓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십일조는 단순히 10%를 떼는 계산의 문제가 아니다”며 “‘전체가 주님의 것’이라는 관계적 고백”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세전 10%’를 정체성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소득의 첫 열매를 구별해 드리는 행위가 반복될 때 그 습관이 우리를 빚어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성화의 과정이라 부른다. 인색함과 부담을 넘은 반복적 헌신이 결국 우리를 ‘즐겨 내는 사람’으로 형성해 간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십일조가 성인이 된 뒤 갑자기 생기는 덕목이 아님을 일깨운다. 용돈을 처음 받는 아이와 함께 그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야기하고, 작은 손으로 헌금 봉투를 접어 드리는 연습이 쌓일 때 훗날 재정적 압박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앙의 뿌리가 내려진다는 것이다.

“천 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쥔 아이에게 ‘이 중 백 원은 하나님 것이야’라고 가르치는 것이 가장 이른 신앙 교육이자 가장 깊은 재정 교육입니다.” 자녀에게 십일조를 가르치는 부모는 동시에 자신의 신앙도 점검하게 된다. 부모의 삶이 가장 강력한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히 헌금의 기술을 가르치는 지침서가 아니다. 24가지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결국 거울 앞에 서게 된다. 그 거울에 비친 모습은 ‘돈을 의지하는 나’인가 아니면 ‘하나님을 의지하는 나’인가를 성찰하게 된다. 돈이 신(神)이 된 시대,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묵직하게 남는다. “헌금함 앞에 선 당신,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습니까.”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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