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축포 쏜 날… 삼성전자 노조 4만명 ‘성과급 집회’

권지혜,이주은 2026. 4. 2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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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30%…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영업익 15% 성과급·상한 폐지 요구
“18일간 총파업” 사측에 수용 압박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23일 삼성전자 경기도 평택사업장에서 개최한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노조원들이 ‘상한 폐지 실현하자’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5월 총파업을 감행할 것이며, 파업 시 최대 3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사측을 압박했다. 평택=최현규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3일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집회를 열고 실력 행사에 나섰다. 노조는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다음 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압박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이란 축포를 쏘아올린 날, 삼성전자 노조는 회사를 향해 파업 엄포를 날린 것이다.

삼성전자 3개 노조가 속한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반도체 생산기지인 경기도 평택사업장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평택사업장을 가로지르는 왕복 8차선 도로는 검은색 투쟁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집회에는 경찰 추산 약 4만명이 참석했다.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조합원(약 7만명)의 절반 이상,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약 12만8000명)의 약 30%가 참석한 것이다. 2024년 7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주도한 창사 이래 첫 총파업 당시 참여 인원은 노조 집계 기준 약 6500명이었다. 조합원들은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 “잃어버린 자부심을 투쟁으로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도로 양방향을 통제하고 우발 상황에 대비해 경찰관 400여명을 투입했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개최한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 뒤로 ‘성과급 상한 폐지 실현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평택=최현규 기자


집회 현장에서는 경영진을 향한 노골적인 불만도 표출됐다. 도로 바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사장의 대형 얼굴 사진이 깔렸고 그 아래 ‘째째용’ ‘전시황’ ‘노때문’ 등 조롱하는 표현이 적혀 있었다. 조합원들은 이 사진을 밟고 지나갔다. 2021년 하이닉스에서 삼성전자로 이직한 이모(38)씨는 “성과급을 깜깜이식으로 주고 회사가 직원들에게는 돈을 안 쓰려고 한다는 게 느껴져 집회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크레인에 올라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배분율도 알 수 없다. 상한 폐지 제도화에 대해서도 (사측은) 아무 말이 없다”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이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18일간 파업 시 피해액이 최소 18조원, 최대 30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언급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노조 탈퇴 의사로 ‘이직’을 쓰고 나간 사람이 4개월 동안 200명이 넘는다”며 “성과급 상한 폐지를 경쟁사는 이뤄냈고 TSMC나 다른 기업도 성과급 재원으로 10% 이상 사용하고 있다.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5%를 책정하고 성과급 상한 역시 영구적으로 없앨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권가 전망치는 약 300조원으로 노조 요구대로라면 성과급 규모는 45조원에 달한다. 사측은 올해 실적이 국내 업계 1위일 경우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경쟁사 이상의 성과급 지급 방안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제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결렬됐다.

삼성 노조의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에 불을 댕긴 SK하이닉스는 이날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7조6103억원, 영업이익률 72%’라는 창사 이래 최대 성적표를 내놨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7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통해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새 기록을 썼지만, 당장 닥쳐오는 총파업과 그 여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삼성 내부에선 지금의 반도체 초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렵게 잡은 미래 신사업 투자 기회를 파업 때문에 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같은 날 평택사업장 인근에서 노조 파업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주주들도 “총파업은 주주의 재산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파업 저지에 나섰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이날 평택사업장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미래 투자를 포기하는 무도한 성과급 요구를 500만 주주가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권지혜 기자, 평택=이주은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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