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직원 15억 집 샀다, 우리도 돈 달라”

이우림, 이영근 2026. 4. 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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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초기업노조’ 노조원들이 23일 오후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성과급 상한제 폐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약 4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김경록 기자

‘4만 명’.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삼성전자 노동조합원들의 수다. 23일 오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일대 왕복 8차로 도로는 거대한 ‘투쟁의 물결’에 잠겼다.

이날 동료들과 함께 연차를 내고 쟁의에 참석했다는 노조원 이모(38)씨는 “SK하이닉스에 다니는 지인은 이번에 15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하던데, 우리도 성과급 체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30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가운데 일부 조합원은 도로 위에 삼성전자 경영진 3인의 현수막을 깔아놓고 “밟고 가라”고 말했다. 현수막엔 이재용 회장은 ‘째째용’ 등으로 조롱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회사는 매년 위기를 말했다. 세계 1위를 바라보는 지금도 방심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며 “다음 달 파업으로 (생산을) 18일 멈추면 18조원에 가까운 공백이 생긴다. 이것이 숫자로 보일 수 있는 우리의 가치”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연봉의 50%로 설정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이 약 3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재원은 45조원이다.

30대 엔지니어 심모씨는 “실적도 좋은데 경쟁사 대비 성과급이 절반도 안 된다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최대 30조원에 달하는 재정적 손해는 물론 메모리 가격 상승, 신뢰도 저하도 피하기 어렵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파업 참여 예상 인원이 3만~4만 명으로 전체 노조원의 30~40%에 이르러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자동화 라인 재가동 및 정상화 과정까지 고려하면 파업 예고일 18일에 2~3주의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황이 둔화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45조원은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액 37조7000억원을 훌쩍 웃돈다.

회사 안팎에선 파업의 법적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삼성전자 퇴직자 소송에서 OPI가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경영 성과가 난 뒤 사후적 분배라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향후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우림·이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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