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는 부족하고 수요는 폭발… “초호황 3년은 더 간다”

SK하이닉스는 23일 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현재의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과거보다 더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내외 주요 전문 기관들도 이번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단기적 특수가 아닌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7조6103억원, 영엽이익률 71.5% 달성이란 성적표를 내놨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65%)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창사 이래 최대치다.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률인 58.1%도 넘어서면서 ‘세계에서 가장 장사를 잘 하는 반도체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경이로운 영역이익률의 배경에는 확고한 공급자 우위의 메모리 시장이 자리한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경쟁적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칩 공급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등에 HBM3E 등 물량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며 ‘부르는 게 값’인 시장 환경을 누린 영향도 컸다.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증산 여력을 확보하려면 신규 팹 건설과 클린룸 확보, 생산능력 확대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업계의 공급은 지난 다운턴 이후 투자 둔화와 가용공간 부족으로 단기간 내 유의미한 생산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며 “생산 캐파 확보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수요 확대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2026년 HBM 수요가 공급 규모를 넘어서는 상황”이라며 “주요 고객사들이 2027년 이후 물량에 대해서도 조기 협의를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급 불균형 속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AI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고객들은 가격보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우호적인 가격 환경도 일정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90~95% 오른 데 이어 2분기에도 약 60% 뛸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슈퍼 사이클 장기화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은 원자재 비중이 높아 제조원가 부담이 크고, 반도체와 같은 대규모 장치산업은 초기 설비 투자에 따른 막대한 감가상각비가 수익성을 지속해서 압박한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30~40%대의 영업이익률만 기록해도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며 “그런 점에서 70%를 넘는 영업이익률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효율을 높이는 기술 진보가 오히려 메모리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긋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효율성 향상이 AI 생태계의 저변을 넓혀 메모리 수요를 키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장비를 도입해 실제 생산에 이르기까지는 통상 2년가량이 걸린다”며 “2029년까지는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압축 메모리용 소프트웨어와 추론용 데이터센터가 늘어나 오히려 전체 메모리 수요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반도체 업종이 ‘호황 뒤에 반드시 불황이 온다’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을 줄였기 때문에 가격만 오른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 반도체 가격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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