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부터 AI까지… 롯데케미칼, 상하이서 띄운 ‘스페셜티 승부수’

박상은 2026. 4. 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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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플라스틱·고무 전시회…‘차이나 플라스 2026’ 현장
롯데케미칼, ‘포워드 모멘텀’ 슬로건 내걸고 참가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 '차이나 플라스 2026' 전시장에서 롯데케미칼과 중국 시노펙 부스가 마주보고 있는 모습. 상하이=박상은 기자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 국가전시컨벤션센터(NECC). 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전시회 ‘차이나 플라스 2026’이 개막한 이날 각 전시장은 10만명이 넘는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4600여개 기업이 참여한 초대형 전시 공간은 그야말로 세계 플라스틱 산업의 축소판이었다. 그중에서도 중국 최대 석유화학기업 시노펙과 마주 보고 선 롯데케미칼 부스는 플라스틱 산업의 패러다임이 범용 중심에서 고부가 스페셜티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반도체·모빌리티… 소재 산업 판 바뀐다
'차이나 플라스 2026' 관람객들이 지난 21일 롯데케미칼 부스에서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롯데케미칼 제공

화학·원료 전시 구역 중심부에 자리잡은 롯데케미칼은 올해 전시 슬로건을 ‘포워드 모멘텀’(지속적인 성장 추진력)으로 정했다. 87평 규모 부스는 모두 5개 테마로 나뉘어 있는데, 전체 전시 제품을 범용 플라스틱 제품 없이 고부가·고기능성 소재로만 꾸몄다.

이는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2006년 차이나 플라스에 처음 참가한 이후 20년 만에 나타난 변화다. 고부가 스페셜티 화학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롯데케미칼의 사업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차이나 플라스 2026'에 참여한 롯데케미칼 부스의 첨단기술 테마 전시 공간. 상하이=박상은 기자


'차이나 플라스 2026'에 참여한 롯데케미칼 부스의 산업별 기능성 소재 테마 전시 공간. 상하이=박상은 기자


관람객들의 관심이 특히 집중된 건 반도체와 모빌리티, 배터리 등 미래 산업에 쓰이는 첨단 소재였다. 반도체 공정에서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현상액 ‘TMAH’, 정전기 방전 기능(ESD)으로 불량을 줄이는 ‘PEEK’ 등은 롯데케미칼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한눈에 보여줬다.

‘PEEK’ ‘LCP’ ‘PES’ 등 ‘슈퍼(Super) EP’는 올해 처음 전시된 고기능성 소재다. 내열성·내충격성·난연성·전기절연성 등을 강화해 향후 피지컬 AI, 항공·우주 산업까지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한다.

이외에도 외관 품질과 내후성(자연환경에서 기능을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다양한 모빌리티 외장 소재, 배터리 화재 확산을 억제하는 난연 솔루션 제품 등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친환경 관련 소재 역시 단순 재활용을 넘어 성능에 초점을 맞춘 고품질 리사이클 소재로 구성됐다.

'차이나 플라스 2026'에 참여한 롯데케미칼 부스의 모빌리티 테마 전시 공간. 상하이=박상은 기자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다양한 첨가제를 정밀하게 배합해 안정적인 물성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며 “반도체 공정 핵심 장비에 쓰이는 소재는 성능이 반도체 수율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관련 기술 및 생산 능력을 가진 기업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쟁력의 배경에는 B2B(기업 간 거래) 마케팅 능력과 촘촘한 글로벌 네트워크, 장기·핵심 고객 보유 등 기능성 소재 분야에서 축적된 기업 역량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중국 미국 등 전 세계 10여곳에 생산기지를 운영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고, 자동차와 가전 등 주요 산업 고객을 확보해 장기 공급 계약을 이어오고 있으며, 고객과 소재 단계부터 공동개발하는 등 맞춤형 고기능성 소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심천에서 진행된 ‘차이나 플라스 2025’에서 롯데케미칼의 부스를 방문한 고객은 4만여명에 달했다. 영업 상담 역시 400여건이 이루어졌다. 올해도 영업 상담 규모는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중 스페셜티 제품 관련 문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中 공세 속 고부가 전략으로 돌파

지난 21일 '차이나 플라스 2026' 롯데케미칼 부스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중국의 범용 플라스틱 공급 과잉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석유화학 업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핵심 원인이었다. 동시에 중국은 전 세계 플라스틱 수요의 약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소비 시장이기도 하다.

이에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일제히 기술력을 앞세운 고부가 전략으로 중국 시장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번 차이나 플라스에 참가한 LG화학은 로봇 분야에 쓰이는 ABS 등을 메인으로 내세웠고, SK케미칼은 지속가능 솔루션을 주제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 완제품 110여종을 선보였다.

중국이 로봇, 항공·우주, 전기전자, 차세대 모빌리티, 순환경제 등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물량보다 품질로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모습이다.

지난 22일 '차이나 플라스 2026' 전시장에서 롯데케미칼과 중국 시노펙 부스가 마주보고 있는 모습. 상하이=박상은 기자


물론 중국 기업들 역시 고부가 스페셜티로 눈을 돌리고 있다. 롯데케미칼 맞은편에 위치판 시노펙은 자동차·에너지·태양광·의료 등 산업별로 구획을 나눠 다양한 기능성 소재들을 전시했다. 종합 소재 기업 이미지를 부각하는 동시에 친환경·고부가 소재 사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

차이나 플라스 주최측은 이번 전시를 분석한 일간 리포트에서 “정책과 규제, 수요, 기술 혁신, 친환경 전환 등이 맞물리며 산업이 양적 확대에서 고품질·고부가 중심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며 “산업 전반에서 기술 방향이 점차 유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3대 플라스틱 전시회로 꼽히는 차이나 플라스는 21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된다. 개막 후 이틀간 관람객은 23만명에 달한다. 주최 측은 올해 32만명이 전시장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하이=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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