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40명이 1년 만에 4천억 벌었다 [AI 딥다이브]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4.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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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AI 리더보드’ 급성장 스타트업 10곳

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은 더 이상 일처리를 돕는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다. 소수 정예 인력으로 높은 수익을 내며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고효율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이른바 린 에이아이(Lean AI)로 불리며 투자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연쇄 창업가이자 엔젤 투자자인 헨리 시가 고안한 린 AI 리더보드는 이런 흐름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이 명단은 직원 수 50명 미만, 설립 5년 미만이면서 연간 매출 500만달러 이상을 기록하는 고성장 기업들을 구체적으로 추적한다.

과거의 정보기술 스타트업들은 성장을 위해 수백명의 개발자와 영업 인력, 큰 마케팅 예산을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리더보드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조직의 중심 뼈대로 삼고 기존의 인력 중심 관행을 부숴버리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런 기업들은 별도의 대규모 마케팅팀이나 영업망 없이 오직 제품의 기술력과 커뮤니티의 자발적인 입소문만으로 높은 생산성을 낸다. 인건비와 고정비가 낮아 이익률이 50%를 넘는 경우가 많다. 어떡하면 적은 인원으로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 그리고 직원 한 명이 어떻게 높은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지 리더보드에 선정된 핵심 스타트업 10곳을 분야별로 나눠 특징과 최신 실적을 상세히 짚어봤다.

시각·영상 콘텐츠

창작의 패러다임 전환

‘텍스트를 입력하면 AI가 고품질 이미지를 생성해준다.’

지금은 흔하지만 3년 전에는 신박했다. 이 기술의 원조 격인 스타트업이 미드저니이다. 창업자 데이비드 홀츠가 2022년 7월 설립한 이 회사는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로 차별화하고 있다. 립모션이라는 하드웨어 기업을 창업해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홀츠는 인간의 상상력을 물리적 한계 없이 시각화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열 명 남짓한 연구원들과 회사를 세웠다.

미드저니의 사업 모델은 구독형 수익 구조다. 사용자들은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이미지 생성 횟수와 상업적 이용 권한을 얻는다. 글로벌 게이머들이 주로 사용하는 디스코드 플랫폼에 챗봇 형태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사용자들의 창작물이 채널 내에서 공유돼 영업팀 하나 없이 2000만명이 넘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자력으로 성장한 점도 특징이다. 약 40명의 인력만으로 2025년 기준 연간 반복 매출 3억달러, 우리 돈 약 39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 메타(Meta)는 자체 서비스를 내놓는 대신 미드저니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화제를 모았다. 메타 측은 미드저니와 연합군을 형성해 이미지·영상 생성 모델 경쟁에서 구글의 베오(Veo), 블랙포레스트랩스(Black Forest Lab)의 플럭스(Flux) 등에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실제 사람과 똑같은 아바타가 자연스럽게 말하는 영상을 생성해주는 서비스를 전개하는 ‘헤이젠’도 눈길을 끈다. 조슈아 쉬와 웨인 리앙이 2020년에 창업한이 회사의 핵심 사업 모델은 맞춤형 아바타와 음성 복제 기술을 월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단 2분짜리 원본 영상만 있으면 다국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기업 마케팅 부서 등에서 인기를 끌며 2023년 100만달러 수준이던 연매출이 2025년 기준 1억달러, 약 1300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 6월 벤치마크캐피털 등으로부터 6000만달러 투자를 유치해 5억달러, 약 6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텍스트나 이미지를 짧은 3D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동영상으로 변환해주는 ‘피카’ 역시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데미 구오와 첸린 멍은 인공지능 영화제에 출품할 영상을 만들다 기존 편집 도구들이 불편하자 자퇴, 2023년 창업했다.

사업 모델은 프롬프트를 입력해 영상을 생성하고 세부 편집을 지원하는 구독형 소프트웨어다. 무거운 렌더링 과정을 개선해 누구나 시네마틱 영상을 만들 수 있게 했다. 2023년 11월 3500만달러를 유치한 데 이어, 2024년 6월 스파크캐피털 주도로 8000만달러의 시리즈 B 투자를 받았다. 현재 기업가치는 4억7000만달러, 우리 돈 약 6100억원으로 평가된다.

영 자오가 설립한 오퍼스클립도 눈길 끈다. 원본 유튜브 영상 링크만 입력하면 틱톡이나 릴스, 쇼츠에 올리기 적합한 짧은 세로형 영상으로 자동 편집해주는 서비스다. 오퍼스클립의 알고리즘은 단순히 영상을 자르는 데 그치지 않고, 영상 내용 중 시청자의 이탈률이 낮고 몰입도가 높을 만한 구간을 데이터 기반으로 알아서 추출한다. 이후 화면 속 발화자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세로 화면 중앙에 재배치하며, 음성을 분석해 움직이는 자막과 어울리는 이모티콘까지 함께 달아준다. 사업 모델은 매달 일정 분량의 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크레딧을 구매하는 정기 구독 방식이다. 300만명이 넘는 활성 사용자를 확보,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꾸준히 내고 있다.

상품 사진의 배경을 인공지능으로 말끔히 제거하고 다양한 배경을 합성해주는 포토룸도 50명 이하 직원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회사다. 마티외 루이프와 엘리엇 안드레스가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업했다. 액션캠 제조사 고프로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던 루이프는 상인들이 쇼핑몰에 올릴 사진의 배경을 수작업으로 지우는 데 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보고 서비스를 기획했다. 2020년 유명 스타트업 육성 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의 지원을 받으며 빠르게 제품을 고도화했다. 주요 사업 모델은 개인 판매자를 위한 월간 구독 모델과 기업을 위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제공이다. 화질이 깨끗하지 않은 스마트폰 사진도 스튜디오 조명을 받은 것처럼 변환해준다. 이베이나 포쉬마크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의 개인 판매자부터 넷플릭스 같은 큰 브랜드까지 폭넓게 사용하며 누적 1억500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린 AI 리더보드를 보면 경쟁력 있는 소수정예 AI 기업을 파악할 수 있다. (린 AI 리더보드 홈페이지 캡처)
소리·음악 경계를 허문 AI

1분 분량 목소리 샘플이면 복제

마티 스타니셰프스키와 피오트르 다브코프스키가 2022년에 공동 창업한 일레븐랩스는 음성 인공지능 시장을 선도하는 서비스다. 구글과 팔란티어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두 창업자는 사람의 미세한 감정과 호흡, 억양까지 자연스럽게 재현하는 딥러닝 기반 음성 합성 모델을 개발했다. 사업 모델은 사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해 생성한 음성의 글자 수에 따라 과금하는 요금제와 대형 콘텐츠 기업을 위한 기업용 계약이다. 단 1분 분량의 목소리 샘플만 있으면 원본과 구별하기 힘든 수준으로 목소리를 복제할 수 있다. 오디오북 제작, 인디 게임 캐릭터 더빙은 물론이고, 유튜브 영상의 원래 목소리와 감정을 유지한 채 여러 언어로 번역해주는 기능도 널리 쓰이고 있다.

딥페이크 등 음성 악용을 막기 위해 자신이 생성한 오디오인지 판별하는 분류기 기술도 발 빠르게 도입했다. 2025년 1월에는 1억8000만달러의 시리즈C 투자를 추가로 유치해 33억달러, 우리 돈 약 4조2900억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유니콘으로 도약했다.

한국에서도 많이 쓰는 ‘수노’ 역시 강소기업으로 분류된다. 마이키 슐먼을 비롯한 연구원들이 2023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창업한 수노는 음악 창작 플랫폼이다. 켄쇼테크놀로지스와 메타에서 오디오 인공지능을 연구하던 창업자들은 악기를 전혀 다루지 못하는 사람도 음악가가 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자 했다.

최근 업데이트된 세 번째 버전의 모델은 라디오 방송 품질에 가까운 결과물을 낸다. 사업 모델은 무료로 기본 생성을 지원하되, 자신이 만든 곡을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등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한을 얻고 더 많은 곡을 만들려면 유료로 구독하는 방식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았다. 12명 남짓한 인력으로 큰 파급력을 내고 있다.

업무 생산성 혁신·전문가 도구

발표 자료 PPT도 AI가 뚝딱

갑자기 발표해야 할 때나 보고서 작성 때 떠올리는 앱 중 하나가 ‘감마’다. 그랜트 리, 존 노로냐, 제임스 폭스가 2020년 하반기 창업한 감마는 프레젠테이션·문서 자동 제작 서비스다.

기획안 초안이나 주제 한 줄만 프롬프트에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목차를 구성하고 내용에 맞는 이미지와 표, 디자인 템플릿을 배치해 완성된 웹페이지나 프레젠테이션을 생성한다. 전 세계 3000만명이 넘는 사용자 기반을 다졌고, 대형 마케팅 없이 바이럴을 통해 성장했다. 2021년 엑콜레이드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200만달러의 시드 투자를 받은 이후 소수 정예 팀으로 운영되며 반복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법률 AI 서비스에서는 일찌감치 자리잡은 팀이 ‘하비’다.

딥마인드 연구원이었던 페레이라와 미국 대형 로펌 변호사였던 와인버그는, 변호사들이 기업 인수합병 실사나 계약서 검토 등 단순 반복 업무에 긴 시간을 허비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이들은 오픈AI 스타트업 펀드의 지원을 받아 일반 언어 모델보다 법률 용어와 맥락의 이해도가 훨씬 높은 전용 모델을 구축했다. 사업 모델은 철저히 글로벌 로펌이나 기업 법무팀을 상대로 하는 기업 간 거래 연간 구독 형태다. 기밀 유지와 데이터 보안 등 보수적인 법조계의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와 알렌오버리 같은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도입 계약을 맺었다. 2024년 7월 구글벤처스 주도로 1억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15억달러, 우리 돈 약 1조9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법률 AI 유니콘 기업이 됐다.

개발자와 엔지니어들을 위한 코딩 특화 검색 엔진 ‘파인드’도 소수정예 강소기업이다. 와이콤비네이터 출신인 마이클 로이젠과 저스틴 웨이가 2020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파인드는 기존 검색 엔진이나 챗봇들이 복잡한 시스템 오류나 코드 작성 문제에 대해 잘못된 답을 내놓는 현상에 불만을 가졌다. 파인드는 인터넷상의 최신 개발자 문서를 실시간으로 읽어내고, 사용자의 로컬 개발 환경과 직접 연결돼 코드의 맥락을 깊이 파악한다.

기본 검색 기능을 무료로 제공해 초기 사용자를 모았고, 빠른 처리 속도와 긴 코드 분석 기능이 필요한 전문가들에게 월 20달러 요금을 받는 유료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커뮤니티에서 필수 도구로 입소문이 나며 효율적인 서버 인프라 운영과 소규모 개발팀 유지 전략으로 단단한 흑자 구조를 마련했다.

가볍게·빠르게 창업 좋은데

AI 너무 의존하다가는…

리더보드에 오른 이들 소수정예 기업의 성장은 산업계 전반에 뚜렷한 시사점을 던진다. 실리콘밸리 VC 스트랫마인즈의 리처드 장 대표는 “과거에는 수백명의 직원이 수년간 매달려야 했던 사업 성과를 이제는 10명 남짓의 팀이 단 몇 달 만에 달성하고 있다. 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성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맹목적인 AI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메디비’가 논란을 빚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디비는 단 두 명의 직원으로 AI 도구를 활용해 두 달 만에 사이트를 만들고 18억달러 규모의 가치를 달성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실상은 기존 외주 의료망 위에 인공지능으로 만든 가짜 의사 사진과 조작된 리뷰를 얹어 비만 치료제를 파는 마케팅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본질적인 가치 창출 없이 최신 AI 기술로 치장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회사는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잠깐용어] *AI 워싱(AI-Washing)

AI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거나 적용 수준이 미미함에도 AI 기능을 실제보다 과장하여 표시·광고해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기만적인 행위.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6호(2026.04.20~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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