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선 못 끊는다…청년들을 살린 ‘연결의 힘’

임보혁,양민경,김수연 2026. 4. 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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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디톡스] <중> 중독 고리 끊는 신앙 공동체
‘루틴’ 정하고 독려하는 신앙 공동체
통제·정죄 아닌, 연결과 관계 회복에 초점
중독 벗어나 지속 가능한 삶으로
말씀과 공동체 통한 전인적 회복돼야
순복음강남교회 청년부 담당 김재덕(맨 앞) 목사가 교회 청년들과 함께 모임을 가진 후 사진을 찍고 있다.

박혜미(가명·58)씨는 서른 살 아들이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홀로 지방 생활하며 외로움을 이겨내고자 게임과 술에 의지한 것이 화근이었다. 3개월을 채 못 넘긴 채 직장 이곳저곳을 전전하게 됐고, 부친과 갈등도 커지며 중독 증세가 심해졌다. 박씨는 결국 중독 치유 전문 사역을 펼치는 새움교회(김도형 목사)에 손을 내밀었다.

새움교회는 매주 중독자, 그의 가족들과 함께 삶과 성경 말씀을 나누며 전인적 회복을 돕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구로구의 교회에서 만난 박씨는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함께 나누며 마음의 힘을 얻게 됐다”며 “성경 말씀을 통해 아들의 상황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중독 치유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쳐 쓰러질 때 함께 붙들어줄 공동체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파민 중독 시대, 해법은 신앙 공동체
끊임없는 자극과 즉각적인 만족을 좇는 ‘도파민 시대’다. 짧은 영상과 SNS, 게임, 쇼핑 등 손쉽게 쾌락을 얻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청년들은 알게 모르게 중독의 경계에 서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자극은 점차 둔감해지고,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교계 전문가들은 중독에서 온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행동 치료뿐 아니라 신앙과 공동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새움교회의 중독 회복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서로 상황을 나누고, 김도형 목사로부터 성경적 가치관을 배우며 삶의 방향을 재정립해간다. 위로나 공감에 머무르지 않고, 진리 교육을 통해 삶의 기준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이 과정을 거친 1000여 가정 중 200여 가정이 온전한 회복을 경험했다.

이날도 참석자들은 “중독은 극복할 수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서로를 격려하고, 찬양을 함께 부르며 회복 의지를 다졌다. 김 목사는 중독 치유를 행동 교정이 아닌 ‘생각과 영혼의 변화’로 접근한다. 그는 “핵심은 잘못된 생각을 분별하고 변화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라며 “성경 안에서 해답을 찾고 생각을 전환하도록 돕는다”고 부연했다.

혼자 아닌 함께 이겨내는 중독

김도형(일어선 이) 새움교회 목사가 지난 16일 서울 구로구 부일로의 새움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한 중독 치유 모임에서 중독을 성경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내용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서울 프리즘교회의 ‘FIT(Frame In Today)’ 모임 모습. 임보혁 기자, 프리즘교회 제공

강한 자극이 일상이 된 시대, 청년들을 살리는 힘은 결국 ‘연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혼자서는 끊기 어려운 중독의 고리를 공동체가 함께 끊어내며, 신앙 안에서 새로운 삶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한국교회 내 시도들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하지 말라고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옮겨가도록 돕는 것이다.

서울 프리즘교회(원요한 목사)는 ‘FIT(Frame In Today)’ 모임을 통해 청년들의 일상을 재구성하고 있다. ‘성경적 가치관으로 하루를 시작하자’는 뜻의 이 모임은 주 1회 아침 출근 시간에 진행된다. 청년들은 책과 뉴스 등 자신이 접한 콘텐츠를 성경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일상에 미친 영향을 나누며 자신을 돌아본다. 원요한 목사는 “혼자서는 끊기 어려운 습관도 공동체 안에서는 변화할 수 있다”며 “함께 만들어가는 루틴과 문화가 개인의 삶보다 더 매력적일 때 변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서울 순복음강남교회(이장균 목사) 청년부는 ‘믿음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말씀 묵상과 감사 나눔, 찬양, 기도 등을 일주일 단위로 반복하도록 돕는다. 참여자들은 수행 내용을 공동체 안에서 인증하고, 서로 격려하며 지속성을 높인다. 청년부 담당 김재덕 목사는 “세상의 자극에 익숙해진 청년들이 하나님을 향한 시선과 음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라며 “반복적인 신앙 훈련이 일상의 방향을 바꾼다”고 전했다.

통제·정죄 말고, 연결과 관계 회복이 중요
백석대 인근 식당에서 화요일 저녁마다 모이는 ‘PM 기도모임’에서 학생들이 무릎을 꿇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백석대 제공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도들이 공통으로 ‘행동 통제’를 넘어 ‘내면과 관계’를 다룬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독의 반대말이 관계라는 말처럼, 고립된 개인이 아닌 연결된 공동체 속에서 회복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독은 외로움과 결핍, 관계 단절 속에서 심화하는 경우가 많다.

서보경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도파민을 자극하는 행위에 과의존하는 이유는 결국 행복을 얻고 싶기 때문이고, 그런 심리 근저엔 관계와 연결이 있다”며 “스마트폰을 벗어나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가족 친구 이웃과 연결되는 게 도파민 중독의 가장 좋은 예방제이자 치료법이다”고 밝혔다. 또 “교회에서 성도들과 신앙생활을 함께 하는 것 또한 도파민 디톡스(해독)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여러 연구에서 각종 중독의 대안으로 연결을 강조하는 만큼 교회 역시 자극이 아닌 관계를 통한 행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안내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회 역시 그동안 중독 문제를 마약이나 알코올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다뤄온 데서 벗어나, 일상 전반에 스며든 다양한 형태의 중독을 직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정죄와 금지 중심의 접근을 넘어, 안전한 관계 속에서 자발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형근 서울중독심리연구소장은 “중독 문제를 ‘죄’로만 규정하고 금지 위주의 교육을 하면 청년들은 겉으로는 억제하면서도 내면에서는 더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며 “결국 몰래 반복하거나 자책감에 빠지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도파민 자체보다 그것을 찾게 만드는 내면의 상태”라며 “지루함과 공허함, 열등감 같은 감정을 직면하지 못할 때 사람은 더 강한 자극에 의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은 목표를 설정해 성취감을 쌓는 과정이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박요한 혜윰교회 목사는 “억지로 죄를 고백하게 만들기보다, 안전한 공동체 안에서 자발적인 고백과 치유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며 “서로의 아픔을 헤아리고 포기하지 않는 관계 속에서 성도들은 자신의 문제를 직면할 용기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2024년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열린 갓플렉스 현장 모습. 아래는 ‘갓플렉스 시즌7’ 포스터.

국민일보는 ‘도파민 디톡스: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을 주제로 오는 5월 1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순복음강남교회(이장균 목사)에서 청년집회 갓플렉스를 연다. 일곱 번째 시즌을 맞은 이번 집회에서는 짧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진 청년 세대의 내면을 돌아보고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찬양팀 위러브 유닛을 비롯해 박요한 혜윰교회 목사, 신앙 크리에이터 ‘허니서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배우 권오중이 함께한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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