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개선 없으면 파업까지 간다”…삼성전자 노조, 4만명 모였다 [현장+]

삼성전자 노조원 4만명이 모여 성과급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이같은 인파가 모여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 임금교섭 공동투쟁본부는 23일 경기 평택 고덕 삼성전자캠퍼스 앞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무복합동과 사무3동 사이 6차선 도로 약 1㎞ 구간이 인파로 가득 찼다. 주최 측 추산 4만명이 모였다. 노조 조끼를 입은 참가자들은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제도 투명화 및 상시 제도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재원화 △연봉의 50%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사측에 요구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성과급에 쓰일 돈은 약 45조원에 달한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단상이 아닌 ‘스카이차’로 불리는 고소작업차에 올랐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더 나은 삼성전자를 만들기 위해 성실하게 교섭했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배분율도 알 수 없다”며 “더 참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모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위기 속에서 삼성전자가 버텨온 것은 조합원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진들은 이를 알려 하지 않는다. 조합원을 단순히 숫자로 취급하고 있다”며 “우리도 숫자로 이야기하겠다. 총파업 기간인 18일 동안 공장이 멈추면 18조 가까운 공백이 생긴다. 이것이 우리의 가치다. 일하는 인력에게 정당한 보상이 없으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삼성전자의 미래를 만들고 이공계 처우를 개선해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며 “조합원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이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협상에 진전이 없을 시 다음 달 21일부터 오는 6월7일까지 18일간의 대규모 파업을 전 사업장에서 벌일 예정이다. 파업이 강행될 시, 삼성전자의 하루 손실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 설비를 다시 정상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손실 규모는 최대 30조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집회 장소 인근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고덕 제1공영주차장을 비롯해 인근 주차장 부지는 집회 시작 2시간 전부터 만차였다. 집회 장소 입구가 위치한 사거리에도 일찌감치 관광버스 등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었다. 인근 식당과 카페도 노조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로 가득 했다. 인근 카페에서는 얼음이 떨어져 차가운 음료를 팔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집회 장소 입구에서는 노조 조끼와 에너지바, 생수, 피켓 등의 물품을 받기 위한 조합원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겹겹이 겹쳐진 줄이 400m는 족히 넘었다. 일부 참가자는 길게 늘어선 줄에 조끼와 물품을 포기하고 집회 장소로 향하기도 했다. 인파가 집중되며 일부 구간에서는 카카오톡이 전송되지 않는 등 휴대전화 데이터가 잠시 먹통이 됐다.
집회 장소에 들어서자 ‘참을 만큼 참았다 무능경영 심판하자’, ‘적자는 경영실패 결과다 경영진이 책임져라’,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총파업으로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자’ 등의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딱딱한 플래카드 내용과는 달리 집회는 축제와도 같았다. 참가자들끼리 “너도 왔어?”라며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집회 시작 전, 전광판 앞은 ‘포토존’이 됐다. ‘4·23 투쟁결의대회 성과급 투명화 상한폐지 제도화’라는 내용의 문구 앞에서 부서원 또는 동기들이 모여 삼삼오오 셀카와 인증샷을 찍었다.
국내 삼성전자 직원의 1/3 가까이가 모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을 볼 수 있는 집회이기도 했다. 특히 20대 여성 조합원들이 핸드백을 메고 노조 조끼를 입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가방에는 라부부 등 캐릭터 키링이 달려 있었다.
참가자들 또한 예상보다 많은 인파에 놀란 모습이었다. 한 집회 참가자는 집회 장소를 바라보며 “짜릿하다”고 동료와 소감을 나눴다. 25년 동안 삼성전자에 재직했다는 한 노조원은 “회사 다니는 동안 처음 보는 풍경”이라면서 “직급이 있는 사람들도 많이 왔다. 노동자라면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성과급의 투명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남성은 “SK하이닉스에서는 성과급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사측에 떼를 쓰며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성과급이 어떻게 책정되고 나눠지는지 투명하게 공개되길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경영진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기 기흥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또 다른 30대 남성은 “경영진과의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며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폐지 후 격차가 커지고 있지만 경영진이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파업이 이뤄진다면 참여해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날 오전 집회 장소 인근에서는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성과급 40조원 요구와 세계 최고 반도체 공장 폐쇄라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무모한 요구에 맞서 500만 삼성전자 주주가 일어났다”며 “이제는 주주들이 혼연의 한마음으로 삼성을 보호하고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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