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당부 "헌법 기본만이라도 익힌다면..."
[김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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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 보면 헌법 알고 나면 보이는 사회 속 헌법 이야기, |
| ⓒ 해냄에듀 |
누군가 '헌법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답하겠는가?
혹시라도 '범죄 행위를 하면 벌을 준다는 규칙'이라거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약속'이라는 엉뚱한 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평생 '헌법'이라는 단어를 들어왔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난감하다면,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모르는 것 자체는 결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모르면서도 알려고 하지 않는 태도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자세로는 부족하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은 헌법에서 시작된다
헌법은 공공의 질서를 구성하는 법, 곧 국가의 근간이 되는 규범 체계다. 국민 주권과 영토의 틀 속에서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물론, 질서 유지와 통치 조직 등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의 기반을 규정한다.
그렇기에 헌법은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권력이 선을 넘으려 할 때 이를 막는 최후의 방패가 된다. 지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심야에 기습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 역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못한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였기에 결국 제동이 걸릴 수 있었다.
헌법을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동문회 회칙을 국가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동문회칙에는 모임의 이름과 회비, 정기 모임뿐 아니라 회장과 임원진의 선출 방식, 임기, 문제 발생 시 처리 절차 등이 규정되어 있다.
헌법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법률이 일상생활을 구체적으로 규율한다면, 헌법은 그 법률들이 따라야 할 전체 질서를 제시한다. 이른바 '법 위의 법'이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을 담고 있으며,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좋은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포함하고 있다. 단순한 규범의 집합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습을 담아낸 이야기인 셈이다.
헌법, 우리의 삶을 지키는 가장 가까운 법
최근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둘러싸고 규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 14세 미만의 SNS 계정 생성 금지나 친권자 확인 의무화 등의 방안이 발의되었지만, 입법은 쉽게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는 국가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을 해보자. '청소년이 SNS에 가입하면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이른바 <SNS법>이 제정되었다. 챌린지 영상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해외 기업의 SNS에 가입한 미성년자 A가 결국 재판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해당 법률이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게 된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으로 판단하면, 그 법률은 효력을 잃고 만다.
이처럼 헌법은 '휴가 기간에 국민은 제주도나 런던으로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식으로 구체적 상황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함으로써, 국민이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또한 '나이가 20세 이하라도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개별 규정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통해, 누구나 부당한 차별 없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헌법을 모르면 권리도 없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과 쟁점 - 자유와 평등의 충돌, 권리와 안전의 균형, 환경과 개발의 문제 등 - 은 모두 헌법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 이러한 가치를 이해해야만 우리는 사회적 쟁점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이 판단들은 단순히 조문을 암기한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다양한 문제를 고민하며 토론하는 과정에서 점차 길러진다. 헌법은 사회적 논쟁의 기준이 되는 살아 있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헌법을 이해하는 일은 곧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일로 이어진다. 개인의 권리 의미를 알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할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제대로 작동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헌법의 가치 역시 시험을 위한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삶 속에서 공감과 연대를 실천하는 토대가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헌법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교육을 통해 헌법의 기본만이라도 충실히 익힌다면,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모든 국민은 헌법을 근거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전제는 헌법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학교에서 헌법을 배운다면 훨씬 유용할 것입니다. - 문형배(전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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