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AI 전환 격랑 속 충남, 노동정책은 재설계돼야 한다
[방효훈]
|
|
| ▲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외관. |
| ⓒ 연합뉴스 |
하나는 탈탄소 전환이다. 전국 석탄발전 59기 가운데 29기가 충남에 몰려 있다. 2030년까지 보령, 태안, 당진의 발전소들이 단계적으로 문을 닫는다. 이미 2020년 12월 보령화력 1·2호기 폐쇄 직후 1년간 인구 감소 속도는 폐쇄 전 3년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발전소가 꺼진 자리에는 고용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역 소멸의 위기가 함께 온다. 서산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2025년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지정되었고, 당진 철강도 같은 지정을 신청 중이다.
또 하나는 디지털·AI 전환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25년 업데이트에서 전 세계 노동자 4명 중 1명이 생성형 AI에 어느 정도 노출된 직무에 종사한다고 밝혔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충남에서 AI와 자동화가 고용에 미칠 충격은 전국 평균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일자리의 숫자만이 아니다. 배달, 물류, 플랫폼 현장에서 알고리즘이 작업 속도를 통제하고 노동자를 상시 감시하는 방식도 이미 도래한 문제다.
여기에 또 다른 구조 변화가 겹쳐있다. 2025년 기준 충남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3.4%로 전국 평균(21.2%)보다 2.2%포인트 높다. 충남은 이미 초고령사회다. 돌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돌봄 현장의 노동은 여전히 저임금, 고강도, 저보호 구조에 머물러 있다.
동시에 충남은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2024년 4분기 기준 충남 외국인 주민은 9만 6687명으로 전체 인구의 4.53%에 달한다. 아산은 이주민 비율이 10%를 넘는다. 고려인 동포를 포함한 이주민들은 농업, 제조업, 건설업의 핵심 노동력이 된 지 오래지만, 이들에 대한 노동권 보호와 지역사회 통합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초고령사회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현장에 돌봄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있고, 저임금, 저보호 구조 속에서 노동시장의 가장 취약한 자리를 함께 채우고 있다. 이 문제를 건강하게 다루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지역사회 전체의 몫이 된다.
돌봄 사각지대가 넓어질수록 의료, 복지 지출이 급증하고, 이주민에 대한 보호가 허술할수록 노동시장 교란과 산업재해 비용이 쌓인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 분열이다. 불안과 불만이 쌓인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은 손쉬운 출구가 된다.
돌봄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고, 이주노동자를 범죄와 연결 짓는 시선이 번지기 시작하면, 그것은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의 건강을 갉아먹는다. 이 문제의 실마리는 노동에서 찾아야 한다. 돌봄이든 이주든, 이 사람들이 제대로 된 노동권을 보장받고 지역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노동의 조건이 바뀌지 않으면 이들의 삶도, 지역의 미래도 바뀌지 않는다
노동정책은 여전히 뒷전이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공약에서 노동정책이 중심에 서는 경우는 드물다. 개발 공약, 교통 공약, 복지 공약은 넘쳐나지만 '일하는 사람'의 문제는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그동안 정치는 노동문제를 이념적 편향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기업과의 갈등을 먼저 생각해 외면하고 무시해 왔다.
충남은 10여 년 전부터 지방정부 차원에서 나름의 노동정책을 만들어왔다. 지난 10여 년간 충남노동권익센터, 충남이동노동자 종합지원센터, 충남노동전환지원센터가 설치되었고 2022년에는 전국 최초로 정의로운 산업전환 노·정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갈 길은 멀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 앞에서 살펴본 복합적 위기에 대응하기에는 지금의 행정 역량과 재정 규모 그리고 무엇보다 정책 의지로는 부족하다.
2027년부터 충남에도 노동감독관이 업무를 시작한다. 이재명 정부는 노동감독 권한의 지방 이양을 본격 추진하고 있으며, 충남에는 87명의 노동감독관이 충원될 예정이다. 지방정부는 이제 단순히 일부 노동상담이나 권리구제를 지원하는 곳이 아니라, 실질적인 노동행정 담당 기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철학과 의지를 가지고 노동행정을 펼치는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가 노동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사례들을 떠올려볼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전국 최초로 노동국을 설치했다. 정원오 현 서울시장 후보는 성동구청장 시절인 2020년, 전국 최초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이후 중앙정부의 필수노동자 보호법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룬 정치적 성과의 이면에는, 외면받던 노동정책을 지방정부의 중요 의제로 끌어올렸던 경험이 있었다는 점은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새겨볼 만한 교훈이다.
'일하는 사람'의 미래가 충남의 미래다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히 4년의 자치단체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석탄화력 폐쇄와 석유화학, 철강 구조조정, AI와 자동화, 초고령사회와 양극화 등 복합적 전환기를 어떤 방향으로 헤쳐 나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핵심은, 결국 이 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원할 것인가에 있다.
앞으로 이 연속기고는 노동행정, 노동전환, 노동복지, 노동안전, 취약노동자 보호, 이주노동 등 각 영역에서 충남이 채택해야 할 정책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충남이 10년간 쌓아온 노동정책의 경험 위에서, 더 과감하고 더 실질적인 노동정책의 새 장을 여는 것.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야 할 의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메가충청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방의원들, '뭐 하던 사람'인지 알 수 없었던 진짜 이유
- 사건 40년 후, 야생 식용버섯에서 나온 것... 이래도 괜찮나?
- 장동혁 "지금부터 해당 행위 강력 조치, 후보자라면 즉시 교체"
- 국민의힘 지지도 15%... 최저치 갈아 치우고, TK에서도 하락
- 책 목차에서 그걸 빼라고? AI와 설전 끝에 내가 지킨 것
- 시각장애인이 된 지 9년, 나를 멈춰 세운 '모자무싸' 대사
-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 69%, 한 달째 최고치 유지... TK에서도 60%대 기록
- 정동영, '기밀 누설' 공세에 작심 반박 "정보유출론 지나친 정략... 의도 있을 것"
- 정청래, 정원오·추미애 등 지선 후보자들 만나 "낮은 자세" 당부
- 미국-이란, 항행 차단 경쟁... 호르무즈 긴장 최고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