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40년 후, 야생 식용버섯에서 나온 것... 이래도 괜찮나?
[최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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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9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속에서 그린피스와 언론 관계자들이 방호복을 착용한 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4호기 파괴 현장의 통제실에 들어가 있는 모습. |
| ⓒ AFP/연합뉴스 |
설상가상으로 2월 14일에는 드론 공습으로 체르노빌의 격납고 지붕에 큰 구멍이 뚫리고 화재가 발생했다. 격납고는 사용 후 핵연료에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핵물질을 보호하는 핵심 시설이다. 이후 알려진 바로는 일부 보수 작업에도 불구하고 차폐 기능이 완전히 복구되지 못해, 구조물 붕괴로 인한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이 우려되는 상태다. 현재도 드론 공격으로 전력망이 끊겼다가 복구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40년 전 체르노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호기가 폭발했다. 이 폭발과 뒤이은 화재로 막대한 양의 방사능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다. 4호기는 가동된 지 2년 정도 지난 비교적 신형 발전소였다. 사고는 발전소의 전력 공급이 중단될 경우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일상적인 시험 중에 발생했다. 이 시험은 안전 시스템을 차단하는 것이었지만, 설계 결함과 더불어 일련의 인적 오류가 겹쳐 재앙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던 터빈 시스템을 끄자 물이 끓기 시작했고, 작업자들은 필사적으로 제어봉을 다시 삽입하여 핵반응 속도를 늦추려 했지만 제어봉이 걸려 작동을 멈추면서 4호기의 제어권은 돌이킬 수 없이 상실되었다. 이로 인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보다 최소 200배 많은 방사능이 퍼졌다. 방사능 낙진은 구소련과 유럽의 수백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땅을 오염시켰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도 검출되었다.
소련 당국의 대응은 늦었다. 사고는 스웨덴의 방사능 감시 장치를 통해 처음 감지되었다. 인근 도시 프리피야트는 즉시 대피하지 않았다. 대피가 이루어졌을 때는 방사능 수치가 정상치의 6만 배에 달했다. 사고로 인한 재정적 손실은 여러 가지 불확실성 때문에 정확한 계산이 어렵지만, 약 7천억 달러(9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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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6년 4월 30일, 소련의 텔레비전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반쯤 파괴된 건물이 보이는 이 사진을 방송했지만, 해설에서는 "파괴도, 거대한 화재도, 수천 명의 사상자도 없었다"고 말했다. |
| ⓒ AP/연합뉴스 |
현재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나타내는 거의 모든 통계는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 발표한 체르노빌 포럼 보고서에 주로 의존한다. 그런데 IAEA는 자체 데이터에서 향후 벨라루스·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최대 9000명의 치명적 암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공식 발표에서는 4000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는 이 두 수치 모두 심각한 과소평가라고 비판한다. IAEA 보고서가 방사능 낙진이 가장 심했던 지역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낮은 수준이라도 만성적 방사선에 노출된 훨씬 많은 인구, 즉 해당 국가 전체와 전 세계 시민의 피해는 사실상 무시되었다.
반면 소련의 저명한 과학자 알렉세이 야블로코프와 그의 동료들이 5000건 이상의 러시아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는 훨씬 충격적이다. 이들은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거의 1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영국의 과학자 이언 페어리 박사가 작성한 TORCH 보고서(체르노빌에 대한 또 다른 보고서) 역시 사고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3만 명에서 6만 명의 암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은 1986년과 1987년 사고 수습 작업에 참여했던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백혈병 발병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낙진의 절반 이상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이외 지역인 유럽, 아시아, 북미에 떨어졌다. 유럽 지표면의 약 40%가 이 사고로 오염되었다. 사고 직후, 특히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러시아에서는 갑상선암 발병률이 급증했다. 방사성 요오드 흡입을 막을 수 있는 요오드화칼륨 알약이 제때 배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상선암은 치료율이 비교적 높은 암이지만, 그렇다고 원전 사고의 결과로 용납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이들에게는 '체르노빌 목걸이'라는 섬뜩한 별명이 붙었다. 수술 흉터가 목걸이처럼 남는다는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독일 연방방사선방호청이 2025년 8월 발표한 독일 남부 지역의 야생 식용버섯 조사 결과를 보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그로 인한 방사능 오염은 여전히 심각하게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이에른 숲, 알프스 산록, 잉골슈타트 남서부 도나우모스의 토양에서 핵분열 생성물인 세슘-137이 2000~5만Bq(베크렐)/㎡ 검출되고 있고, 일부 핫스폿에서는 10만Bq/㎡ 이상 검출되고 있다.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야생 식용버섯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세슘137이 검출되고 있다. 노란살침버섯, 적갈색살침버섯, 흰끈적버섯류에서는 2000Bq/kg을 초과하는 세슘이 나왔으며, 나팔꾀꼬리버섯과 밤색그물버섯, 두꺼운주름먹물무당버섯 등에서도 1000~2000Bq/kg에 달하는 고농도 오염이 확인되었다. 토양에 축적된 세슘-137은 반감기가 약 30년이다. 방사성 오염의 무게는 수십 년을 넘어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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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4월 5일, 우크라이나의 버려진 도시 프리피야트의 한 학교 체육관에 놓인 안마 기구. 이곳은 한때 인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거주지였다. |
| ⓒ AP/연합뉴스 |
부셰르 원전은 페르시아만 연안에 위치한다. 만약 방사능이 유출된다면, 그 피해는 이란 한 나라에 그치지 않는다. 걸프 지역 국가들은 식수의 90% 이상을 해수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이 현실화될 경우, 중동 전체의 생명줄이 끊어지는 실존적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전력망 파괴를 넘어, 페르시아만 생태계와 역내 민간인의 생존 기반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소련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발생부터 수습 과정까지 모든 것을 은폐했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도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잘못된 믿음이 되풀이되고 있다. 직접적인 폭발과 즉각적인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한 수습 요원들은 인정되더라도, 방사능 낙진에 노출된 수많은 일반 시민의 피해는 줄곧 외면받아 왔다. 원자력계의 위험에 대한 이 같은 은폐 관행은 체르노빌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반복되었다.
그 잘못된 통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작동한다. 일상적인 원자로 가동이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운영 중이거나 폐쇄된 우라늄 광산 주변 지역 사회가 감수해야 하는 방사선 노출, 우라늄 농축·핵연료 제조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직업적 피해 ... 이 모든 것들은 여전히 충분히 인식되지 않고 간과되고 있다.
원전 사고는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고의 순간은 찰나일지 모르나, 그 대가는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에 걸쳐 이어진다. 후쿠시마 원전에는 현재도 880톤의 용융 핵연료 잔해(데브리)가 남아 있고, 하루 8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며, 191년에 걸쳐 처리해야 할 오염 토양과 끝없이 쌓이는 2차 방사성 폐기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핵에너지가 남기는 시간의 규모다.
사용후핵연료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분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원전 확대만을 외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에너지 정책이라 할 수 있는가.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에서 핵시설이 전쟁 도구로 쓰이고, 우크라이나에서는 체르노빌과 자포리자 원전이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우리는 핵에너지가 내포한 위험의 본질을 다시 직면해야 한다.
체르노빌 40년, 후쿠시마 15년. 이 두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교훈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낙관적 구호가 아니다. 수습되지 못한 현실을 직시하는 태도, 그것이 출발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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