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나누자고 싸우다 상할라”…삼성전자 1만주 ‘몰빵’ 개미의 경고

이영근 2026. 4. 2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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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에서 열린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금은 파이를 어떻게 나눌까 싸울 때가 아니라 파이가 상하지 않게 지켜야 할 시점입니다.”

23일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의 대규모 결의대회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 우선주 약 1만주(약 15억원)를 보유한 개인투자자 이모(36)씨는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는 주주 입장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파업이 성장 엔진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기업 제조기업에 다니는 이씨는 삼성전자 주식 보유 인증을 하고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부방장을 맡고 있다. 참여자는 약 700명이다. 그는 “초격차 기술에 대한 신뢰와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기)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 전체 자산의 80%를 삼성전자에 장기 투자해왔다”고 밝혔다.

이씨는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을 앞둔 시점에서 불거진 파업 움직임에 대해 “자칫 시장에 ‘(삼성전자의)내부 엔진이 고장 났다’는 신호를 주며 동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들 사이에 깊은 우려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일부에선 직원들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기보다 확실한 보상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공존한다”고 덧붙였다.

23일 삼성전자 주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노조 리스크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파업의 배경이 된 성과급 논쟁에 대해선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 인당 6억원 수준은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협상용 고점’으로 본다”며 “반도체 산업은 업황 변동성이 큰 만큼 인건비를 과도하게 높이면 불황기에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보상 체계 개선의 필요성도 함께 짚었다. 이씨는 “반도체는 결국 사람이 전부인 산업”이라며 “미래 투자 재원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재를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탄력적인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상의 불투명성과 상대적 박탈감이 갈등의 핵심인 만큼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로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영진이 원칙없는 보상으로 일관하거나 노조가 무리한 파업을 지속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면 비중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결국 상생모델을 구축할 수 있느냐가 투자 유지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과급 40조원 요구 무리”삼전 주주 맞불집회


이씨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개인 의견을 넘어 투자자 커뮤니티 전반의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일부 주주들은 직설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주주는 “성과급은 연구·개발(R&D) 인력에 보다 집중될 필요가 있다”며 “생산직은 상대적으로 대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동일한 기준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며 “회사 상황이 악화할 경우 노조가 그 책임도 함께 질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날 노조 파업에 반대하는 주주 집회도 열린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평택시 고덕국제대로에서 노조 집회에 맞서 맞불 집회를 예고했다. 주주 측은 “성과급 40조원 요구와 세계 최고 반도체 공장의 폐쇄로 이어질 수 있는 무리한 요구에 맞서 500만 주주가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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