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아이 3명 태우고...'아찔한' 모습이 자연스러운 나라

김용국 2026. 4. 2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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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국의 오사카 생존기] 일본의 주요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자전거 문화

도톤보리, 글리코상, 타코야키, 유니버설스튜디오, 우메다, 난바.... 오사카, 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입니다. 오사카라는 지명 뒤에 무슨 말이 가장 어울릴지 AI에게 물었더니 '여행'이라고 답을 합니다. 여기, 오사카 여행이 아닌 오사카살이를 시작한 특이한 중년 남성이 있습니다. 마천루가 즐비하고 네온사인과 휘황찬란한 불빛을 자랑하는 오사카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변두리에서 오사카 주민으로 살아가는 중년 남성의 독거 일기를 시작합니다. 반년간 펼쳐질 좌충우돌, 실수 만발 오사카 생존기를 시작합니다. <기자말>

[김용국 기자]

 오사카의 한 자전거 가게에 자전거가 전시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마마차리(엄마를 뜻하는 ‘마마’와 자전거를 뜻하는 ‘차리’의 합성어)로 불리는, 앞뒤로 어린이 시트나 짐받이가 장착되어 있는 자전거를 흔히 볼 수 있다.
ⓒ 김용국
일본 오사카는 비가 자주 내린다. 서울에 비해 봄비도 잦다. 4월에만 비 온 날이 절반 정도 된다. 오늘은 오랜만에 하늘이 맑다. 한국에서 가져온 자전거를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체인을 청소해 준다.

나는 비가 와도 젖지 않도록 지붕이 있는 곳에 자전거를 보관하지만, 일본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듯하다. 아마도 비 오는 날도 잦고, 게다가 자전거 숫자가 엄청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선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자전거가 일본에서는 필수품처럼 인식된다. 레저용품이 아니라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한밤중에도 비 오는 날에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오사카는 지하철과 전철이 씨줄과 날줄처럼 연결돼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역 주변에 사는 것은 아니다. 인근 역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도 한국처럼 자주 다니지도 않고, 비싸고, 환승할인도 되지 않는다. 마을버스, 지하철, 버스 등을 이용해서 출근·등교한다면 한국보다 몇 배는 요금이 더 나온다.

또 병원, 슈퍼마켓, 학교까지 가는 데 걷기는 멀고 버스나 차를 타기에는 약간 애매한 지역이 많다. 그런 사각지대에 사는 이들에게 자전거는 제격이다. 오사카대학 내에도 학생들의 자전거가 아마 수천 대는 족히 될 것이다.

자전거 문화, 한국과 다른 점
 오사카의 한 자전거 가게에 자전거가 전시되어 있다.
ⓒ 김용국
자전거 문화와 제도가 우리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일본은 자전거 등록이 의무다. 새로 살 경우 반드시 방범 등록을 해야 한다. 경찰서나 자전거 등록이 가능한 자전거 가게, 마트 등에서 가능하다. 신분증과 자전거, 영수증 등을 들고 가면 등록 후 스티커를 부착하게 된다. 중고로 사거나 선물 받았을 경우는 양도 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시해 다시 등록해야 해서 번거로울 수 있다. 한국에서 자전거를 가져온 나도 어렵사리 등록을 마쳤다. 등록하지 않았다가 경찰에게 발견되면 도난 자전거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일본 오사카역 근처에서 자전거에 불법주차 경고문이 부착되어 있다. 오사카의 자전거 주차장은 대부분 유료이며 자전거를 무단으로 세웠다간 단속에 걸릴 수 있다. 단속에 적발되면 1차 경고, 2차 견인으로 수수료와 보관료 등을 물게 된다.
ⓒ 김용국
둘째, 자전거도 무단주차는 단속 대상이고 유료주차장이 일반적이다. 한국에선 집 앞이나 길가에 자전거가 놓여있는 것을 어렵잖게 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주차 공간이 아닌 집 앞에 두거나 가게 앞에 두는 것도 금지고, 일본인들은 '폐를 끼치는 행위'로 인식한다. 그러면 어디에 자전거를 두어야 할까. 자동차처럼 주차 공간에 세워야 한다. 개인은 자기 집 내부 공간에, 공동주택은 전용 주차장에 세운다.
 오사카의 한 대형마트에 자전거 주차장에 자전거가 주차되어 있다. 일본은 대형마트와 관공서, 학교 등을 제외한 주차장은 거의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 김용국
역 근처나 시내 쪽의 자전거 주차장은 대부분 유료다. 자전거 한 번 주차하는 데 100~150엔(900원~1400원) 정도의 요금을 받는다. 역 주변엔 월 몇천 엔 정도의 요금으로 정기주차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다만 관공서나 대형할인점, 학교 등은 대부분 무료다).

시내 쪽에선 자전거를 무단으로 세웠다간 단속에 걸릴 수 있다. 나 역시도 급한 볼일이 있어서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잠시 자전거를 세워둔 적이 있었다. 돌아와 보니 단속 직원 2명이 스티커를 붙이려 하고 있었다. 사정을 설명하고 간신히 단속을 면했다. 단속에 적발되면 1차 경고, 2차 견인으로 수수료와 보관료 등을 물게 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자전거로 아이를 두 명, 세 명씩 태운다고?
 일본 오사카 시내에서 한 여성이 자전거 앞 뒤에 아이를 태우고 철도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 김용국
셋째, 유아들의 이동 수단으로도 자전거를 자주 이용한다. 일본에는 마마차리(엄마를 뜻하는 '마마'와 자전거를 뜻하는 '차리'의 합성어)로 불리는 주부용 자전거를 흔히 볼 수 있다. 마마차리는 앞뒤로 어린이 시트나 짐받이가 장착된 것이 특징이다. 이 자전거를 이용해서 유치원 등·하원, 장보기, 외출 등 일상적인 생활을 한다. 어느 날은 마마차리를 탄 주부 열 명 정도가 모여서 점심을 먹은 뒤 각자 아이들을 태우고 돌아가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심지어는 한겨울에 어느 여성이 앞뒤에 자기 아이들을 태우고 도로를 건너는 광경도 보았다. 한국이라면 아마도 위험하다고 경악하거나 아이들이 가엾다며 주변에서 혀를 찼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얘기를 하자, 어느 일본 여성은 웃으며 "나는 아들이 셋인데, 젊었을 적 앞뒤에 하나씩 애를 태우고, 하나는 업고 겨울에 자전거를 탄 적도 있다"는 '무용담'을 들려줬다.

한국이라면 아찔한 장면으로 뉴스에 나올 법하지만, 일본인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한국은 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 골목이나 도로에 잠시 자동차를 세우는 것이 가능한 문화다. 일본은 이것을 민폐로 본다. 자동차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주차장을 찾아야 한다. 주차장에서 아이를 데려오고 다시 차로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주차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할 수 있다. 어느 일본인은 "최근에는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아예 자동차를 사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라며 그것도 한 원인이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직도 일본은 '육아는 엄마가 담당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맞벌이가 늘고 가정 내 문화도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의 책임이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아이들을 맡기고 데려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엄마의 몫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도로로 다니는 마마차리에 자동차나 사람들이 다소 우호적인 분위기라는 점이다. 난폭 운전으로 자전거를 위협하는 자동차를 본 적은 없다. 아이를 둘, 셋씩 태운 자전거로 거리를 다니는 것을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지만, 이방인 입장에서 섣불리 위험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전기자전거 증가 추세

내가 지내는 지역 주변은 경사진 길이 많다. 특히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을 자전거로 오를 때는 있는 힘을 다 짜내서 페달을 밟아야 한다. 어느 날 헉헉거리면서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바로 뒤에서 20대 여성이 유유히 페달을 밟으면서 나를 앞질러 간다. 무력감을 느낀다.

역시 일본은 자전거 문화가 발달해서 누구나 근육도 좋고, 자전거를 잘 타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찰나. 자전거에 달린 뭔가가 눈에 띄었다. 배터리가 달린 전기자전거였다. 그 뒤에 알게 됐지만 여성들이 타는 자전거의 상당수가 전기자전거였다. 매장에 가보니 전기자전거는 최소한 100만 원 이상이었고, 마마차리의 가격은 그 이상이었다.

일본 거리를 다니다 보면 자전거로 신공을 발휘하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제일 충격적인 장면은 1미터가 넘은 폭설이 내린 삿포로에서 유유히 자전거를 타던 남성이었다. 좁은 인도에서 사람 피해 가기, 한 손에 우산을 들거나 빵을 먹으면서 자전거 타기, 스마트폰 영상 보면서 자전거 타기, 한밤중에 라이트 없이 다니기는 이젠 익숙해졌을 정도다.
 일본에서 올해 4월 새로 시행된 자전거 교통 범칙금 제도 도입을 안내하는 포스터. 새로운 제도에 따르면 자전거 운행 시 휴대전화 사용은 1만 2천 엔, 신호무시는 6천 엔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 일본 경시청
하지만 4월부터 '신공 운전'도 대부분 단속 대상이 된다. 4월 1일부터 자전거 범칙금 제도(청표 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자전거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이어폰 착용, 우산 쓰고 운전 등을 하게 되면 범칙금 대상이다. 또한, 일시 정지 위반, 신호위반, 역주행, 야간 라이트 미점등도 단속 대상이어서 기존의 경고 대신 즉시 범칙금이 부과된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화면을 쳐다보는 행위는 범칙금이 1만 2천 엔(약 11만 원)이나 된다.

위반행위가 적발되면 파란 딱지(청표)를 받게 되며 1주일 이내 해당 범칙금을 납부해야 하고, 미납 시 경찰 출석, 형사재판 절차 이행의 순서로 간다는 것이 골자다. 말로는 '간단하고 신속한 위반 처리'라고 하지만 자전거 운전자로서는 단속 강화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제도는 16세 이상 내외국인 모두에게 적용이 된다. 다만, 음주운전, 중과실 사고처럼 중대한 위반은 기존처럼 형사처벌 대상이다. 이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에서 자전거 이용 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이 자전거 문화가 발달하였다지만 시내 도로 사정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몇 달간 여러 도시를 돌아다녀 봤지만, 자전거 전용도로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인도와 차도 사이를 오가면서 운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간혹 차도의 갓길 쪽으로 파란색으로 자전거 도로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이 전부였다. 특히 일본은 한국처럼 가로등이 많지 않아서 자전거 이용자들에겐 만만찮은 어려움이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삼고 일상을 영위하는 일본인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일본이 자전거 문화가 발달했다지만 도로 사정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몇 달간 여러 도시를 돌아다녀봤지만 자전거 전용도로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자전거는 인도와 차도 사이를 오가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과 같이 간혹 차도의 갓길 쪽으로 파란색으로 자전거 도로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이 전부였다.
ⓒ 김용국
일본에서 자전거로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일본에서 자전거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역시 바다와 강, 호수가 있는 외곽으로 가야 한다. 거기엔 자전거 길이 잘 되어 있다. 효고현의 오마에하마 공원이란 곳에 갔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해질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온 중년 남성이 자전거를 세운 뒤 바닷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아마도 사랑 노래가 아닐까 싶었다.

가수냐고 물어보니 한참 망설이다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하는 걸 보니 무명가수가 아닐까 싶다. 언젠가는 무대에 설 날을 떠올리며 연습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일본은 도심을 벗어나면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오사카에서 가까운 시가현 비와호 전경. 서울보다도 면적이 넓은 호수인 비와호 240km 코스는 자전거 동호인들에게는 자전거로 완주하고 싶은 코스 중의 하나다.
ⓒ 김용국
오사카의 요도가와 강변, 북부 지역, 후지산이 보이는 야마나시현의 모토스 호수, 고베 공항 등지를 자전거로 다녀왔다. 아직도 그 당시 흘렸던 땀과 시원한 바람과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생생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자전거 덕분에 몸으로 느꼈다. 그 기분을 자동차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다.
아직도 일주하고 싶은 곳이 많다. 대표적으로 시가현의 비와호 일주, 홋카이도의 도야 호수, 벳푸의 지옥온천 코스 등이 유명하다. 전부 가본 곳이지만 자전거로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서울보다도 면적이 넓은 호수인 비와호 240km 코스는 꼭 한번 돌아보고 싶다.
 일본 효고현의 오마에하마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남성이 저물녘 바닷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일본은 도심을 벗어나면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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