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흔든 노조의 ‘45조 계산서’…성과의 값인가, 성장의 발목인가 [성과급의 그늘①]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최대 45조원 규모까지 거론되고 있다. 업계는 지급 가능성에 더해 ‘지속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성과급을 이익의 일정 비율로 고정할 경우, 반도체 업황에 따라 기업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삼성전자 임금교섭 공동투쟁본부는 경기 평택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연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두는 것을 제도화하고, 연봉의 50%까지만 성과급으로 지급하던 상한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이 중 15%인 45조원을 성과급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요구는 단순한 금액 확대를 넘어 기존 성과급 산정 방식의 불투명성을 문제 삼는 데서 출발했다. 노조 측은 성과급이 ‘깜깜이’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영업이익의 15%는 어떠한 기준으로 추산됐을까.

다만 업계에선 ‘영업이익 15%’란 비율 기준 제도화 자체가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금 여력만 놓고 보면 지급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지만, 문제는 이를 고정 구조로 만들 경우다. 성과급이 변동 보상에서 사실상 고정비로 전환되면서 경영 유연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노조가 요구하는 45조원은 삼성전자의 연간 연구개발(R&D) 투자(37조7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좌우하는 대규모 인수합병(M&A) 비용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를 완료했다. 총 인수 금액은 90억 달러(약 11조1205억원)로, 국내 M&A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 노조에서 요구하는 성과급 보다 4배 많다. 삼성전자의 역대급 M&A로 꼽히는 하만 인터내셔널 인수 비용보다도 많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에 약 80억 달러(약 9조원)를 썼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이러한 이익이 매년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황 사이클에 따라 영업이익 변동 폭이 큰 구조에서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의무 배분할 경우, 불황기에도 동일한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3년 영업이익 6조5700억원에 그쳤고, 반도체 부문은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수적이다.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도 성과급을 우선 배분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결과적으로 중장기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성과급 ‘비율 고정’이 가져올 파급력을 우려한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번 기준이 정해지면 물러설 수 없게 된다”며 “호황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불황기에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게 된다면 기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역시 “반도체 라인 1기 구축에만 1조원이 소요되는 만큼 과도한 성과급 지급은 중장기 투자 여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HBM 등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 투자 타이밍을 놓칠 수 있고,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투자 지연이 곧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노사 양측의 적절한 타협이 최선책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삼성 노사 모두 이같은 협상의 경험이 없어 현재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타협이 중요하다는 걸 시행착오를 거치며 알게 될 것이다. 노조도 파업으로 얻을 게 크지 않은 만큼 양측이 적정선에서 양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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