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엇갈리는 장애 판정 “현실반영 못해”…이의신청 1만건 돌파

이찬희 2026. 4. 2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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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인 조모(26)씨는 어릴 적 뇌성마비를 앓은 이후 하지 경직과 균형 장애, 손 기능 저하 등으로 일상 전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간질 발작으로 쓰러지거나 배뇨장애로 화장실에서 장시간 나오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최근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정도 판정에서 수정바델지수(MBI) 70점대의 '심하지 않은 장애'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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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인 조모(26)씨는 어릴 적 뇌성마비를 앓은 이후 하지 경직과 균형 장애, 손 기능 저하 등으로 일상 전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간질 발작으로 쓰러지거나 배뇨장애로 화장실에서 장시간 나오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최근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정도 판정에서 수정바델지수(MBI) 70점대의 ‘심하지 않은 장애’로 평가됐다. MBI는 식사나 이동, 목욕 등 일상생활 동작의 수행 능력을 점수화한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장애 정도가 낮다.

공단은 방문 평가에서 조씨가 보조기구 없이 일정 거리 보행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점수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씨 측은 잦은 균형 상실로 외부 활동 시 낙상 위험이 크고 일상생활에 적잖은 제약이 있음에도 공단이 1시간 이내의 짧은 방문 평가와 서류 등을 토대로 ‘독립 수행 가능’으로 단순한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이의신청과 행정심판을 거치며 조씨가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두 차례 MBI 재평가를 받은 결과 각각 52점과 37점의 중증 장애 판단이 나왔다.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기존 처분을 취소하고 재판정을 명령했지만, 공단은 재판정에서도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조씨 측은 또다시 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공단의 장애 판정을 두고 장애 당사자들의 불복이 이어지고 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 판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1만647건에 달해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섰다. 유형별로는 지체장애가 3086건(28.9%), 뇌병변장애가 2578건(24.2%)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의신청 가운데 1393건(13.1%)은 재판정에서 장애 정도가 상향됐다. 장애 정도가 낮게 판정되면 활동 지원 서비스나 각종 편의 지원 이용에 제약이 커진다. 이의신청으로 구제되지 않을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거쳐야 하지만 변호사 비용 등 부담이 큰 현실이다. 최근 5년간 행정심판 청구도 매년 500건 안팎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판정 방식이 장애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23일 “뇌병변장애는 경직, 떨림, 발작, 피로도 등 증상이 개인마다 다르고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크다”며 “특정 시점을 중심으로 한 평가만으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단 직원들의 장애인 업무 전문성 부족도 문제로 지목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지원센터 전입 직원의 41.2%가 장애 업무 경험이 없었고, 1년 미만 경력도 16.0%를 차지했다. 공단은 “직원은 대상자의 병원 동행이나 영상 촬영 업무를 할 뿐이고, 최종 판단은 의사가 하는 구조”라며 “이의신청 인용률이 높은 장애 유형에 대해서는 기준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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