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 “北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사항은 한·미 연합비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지역명을 포함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관련 제반 사항은 한·미 간 ‘연합비밀’로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정보본부는 22일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방위원회)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사항은 한·미 연합비밀로 공개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우라늄 농축시설이 위치한 지역명 역시 연합비밀에 포함된다”고도 확인했다.
연합비밀은 한·미가 공동생산하거나 공유하는 기밀 정보로, 북한의 군사 동향 정보나 연합작전계획 등이 이에 포함된다. ‘비밀(secret)’은 한국의 군사2급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달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영변과 강선뿐 아니라 평안북도 구성을 우라늄 농축시설로 지목했다. 미 측은 공유 비밀 정보를 공개한 데 항의하며 한국에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정 장관은 지난 20일 이미 공개된 정보를 근거로 한 발언이라며 “정책 설명을 정보 유출로 모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직후 이재명 대통령도 공개 정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고 했다.(엑스(X) 글)

하지만 한·미가 구성이라는 위치를 포함,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관련한 정보는 모두 연합비밀로 묶어두고 있었다는 점이 이번 답변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미 측이 문제삼은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 특히 연구기관이나 언론이 분석이나 추정을 하는 것과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이를 공식화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몰랐던 비밀의 폭로라기보다는 다들 알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는 말하지 않던 것을 국가가 말해버린 이른바 ‘언노운 노운스(unknown knowns·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는 것)’에 해당한다”며 “한·미 동맹의 암묵적 비공개 규칙이 깨지고 부인되던 지식이 한국 정부 고위 인사의 입을 통해 공식화된 데 대한 반응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언노운 노운스란 표현은 지난 2002년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미 국방장관이 이라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WMD) 테러단체 지원 증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답하는 과정에서 파생했다. 실재를 알면서도 외교·안보적 이유로 공식 인정하지 않는 공공연한 비밀을 가리킨다.
특히 미 당국은 정 장관이 구성이라는 지명 뿐 아니라 원자로 연료봉 인출 횟수, 플루토늄 추출량, 우라늄 농축도 등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한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게 공개되면 역으로 정보수집 기법 등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22일 추가 설명자료를 내고 “2016년 ISIS 보고서가 원심분리기 개발 시설로 특정한 방현 비행기공장의 행정구역이 ‘평안북도 구성시’”라며 기밀 유출이 아닌 기공개된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오랜 기간 어려운 과제였으며, 이 시설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 향후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적힌 ISIS 원문을 공유했다.
문제는 이 대목이 위치 특정의 어려움을 명시했단 점에서, 당시 ISIS 보고서가 구성시 일대의 핵 시설 존재를 확정적 사실이 아닌 추측 수준으로 봤단 걸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국민의힘은 ‘브런슨 항의설’을 고리로 정 장관과 정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성일종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 미군 사령관이)정보상 기밀을 누설한 (정 장관의)가벼운 입에 대해 경고한 것은 정확히 맞다고 확신한다”며 “국방부는 3월 10일과 11일 브런슨 사령관의 국방부 청사 방문 관련 사실관계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국방부는 전날 “주한 미군 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항의했다는 것은 한미 군사 외교상 적절하지 않고, 사실도 전혀 아님”이란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성 위원장은 “국방부는 주한 미군 사령관이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도 아니고 정 장관 얘기를 안 했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이 항의는 아니었다는 교묘한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3월 말 화상회의를 통해 이 사안에 대한 미 측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 군 당국 간 이견 표출이 일부 있었던 건 사실인 셈이다.
한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2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브런슨 사령관이 직접 항의했다는 의혹에 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재차 부인했다.
이어 보도가 나간 이후 국방부는 23일 "구성이라는 지명 자체는 한·미 연합 비밀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유정·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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