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증권맨, 열 받아 차렸다…윤여정도 사랑한 ‘함박스텍집’

2026. 4. 2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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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원섭의 식판

「 우리 주변의 사라지면 안 될 식당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좋은 식당의 미덕이라면 맛있고, 가격이 합리적이고, 친절하고, 깔끔한 곳이어야겠죠. 물론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식당은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있지만, 아직도 도시의 깊은 골목 어딘가에는 여전히 손님들을 놀라게 하는 식당들이 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곳들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누군가 “나는 그런 거 안 먹어” 할 때 “네가 잘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래”라고 말할 수 있도록.

참, ‘식판’이란 말은 학교나 군대, 구내식당의 식판처럼 먹을 것을 쌓아놓는 판이라고 읽어도 좋지만, 굳이 거기에 의미를 추가하자면 식판(食判), 먹을 것(食)을 판단한다(判)는 뜻입니다.

그럼, 여기서부터 더중앙플러스 [송원섭의 식판]의 아홉 번째 식당을 소개합니다.

한국 경양식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햄버그스테이크. '함박스텍'이란 이름이 더 정겹다. 사진 송원섭 기자

맛볼 수 있는 서양 음식이라곤 소위 ‘경양식’밖에 없던 어린 시절, 제가 가장 사랑하던 음식은 단연 ‘함박스텍’이었습니다.

도도하게 덮인 계란 프라이를 살짝 걷어내고 바삭한 표피 속으로 칼을 집어넣으면 모락모락 김이 나는 육즙이 흘러내려 데미그라스 소스와 섞이며 부드러운 탁류를 만들어낼 때의 기쁨. 맛도 맛이지만 ‘함박스텍’이란 음식을 먹는 날은 대개 특별한 날이었던 까닭에, 지금도 이 음식을 접할 때면 묘한 흥분을 느끼곤 합니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 음식의 이름을 ‘햄버그스테이크’라고 쓰려니 좀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원칙을 따라 지금부터는 햄버그스테이크라는 이름을 사용하겠습니다.

익히 아시는 바와 같이, 이 음식의 고향은 저 먼 독일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입니다. 소고기를 큰 덩어리째 구워 먹고, 삶아 먹던 유럽 사람들은 동쪽에서 쳐들어온 칭기즈칸의 군대로부터 다진 고기의 맛을 배웠고, 이걸 어찌어찌 뭉쳐서 구워 보다가 오늘날의 햄버거 패티 비슷한 것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와 햄버그스테이크가 되었고, 빵 사이로 들어가 아예 미국의 국민 음식 햄버거가 된 거죠.

몽골 군대가 전한 다진 소고기로 만든 타르타르 스테이크. 이 음식 이름의 타르타르는 몽골을 뜻한다. 사진 위키피디아


미국을 떠난 햄버그스테이크는 일본에서 뜨거운 성원을 얻었고, 흔히 ‘함바구’라 불리는 국민 음식으로 정착했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두쫀쿠 같은 인기를 누려보지 못했죠. 그러다 보니 저 같은 마니아들은 한국에선 제대로 된 햄버그스테이크를 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게 항상 불만이었습니다. 좋은 고기로 단단히 빚어진, 제대로 육즙이 흘러나오는 그런 햄버그스테이크 말입니다.

지금은 비슷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을 만나면 저는 이 식당을 가장 먼저 추천합니다. 미국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은 “당신이 읽고 싶은 책이 서점에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죠. 실제로 이 식당은 20년 동안 대기업에서 일하던 사장님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제대로 하는 곳이 없어서” 직접 공부해 만든 곳이라 더 의미가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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