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실 교수의 AI노트] 기도를 생성할 수 있을까

소셜미디어를 보다 보면 인공지능(AI)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글이 넘쳐난다.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명랑한 이모티콘이나 굵은 소제목과 글머리표로 정돈된 마크다운(md) 형식, 유난히 긴 대시(—), 심지어 강조 표시(**)까지. 문장은 반듯하고 구성은 가지런한데 읽고 나면 어딘가 허전하다.
이런 글에는 공통점이 있다. 밋밋함이다. 달리 말하면 글맛이 사라진달까. 지난 3월 미국 UC버클리와 구글딥마인드 연구진이 공동 발표한 논문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어떻게 우리의 언어를 왜곡하는가’는 이를 숫자로 보여준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가”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작성하게 했는데 결과가 놀랍다. AI에 크게 의존한 그룹은 직접 작성한 그룹보다 중립 입장을 취한 비율이 69% 높게 나타났다. 뜨거운 찬성과 선명한 반대 모두 흐릿해진 것이다. 그뿐 아니다. 같은 실험에서 AI에 의존한 이들의 글은 나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정확히 절반으로 줄었다. 나의 생각과 나의 경험, 나의 주장이 AI라는 필터를 거치며 조용히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무색무취의 글이 탄생한다.
설교문과 기도문을 AI에 맡길 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AI에 의존하여 작성한 설교문과 기도문에선 ‘내 고백’이 사라진다. 내가 뜨겁게 하나님을 만났던 기억, 우리가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 교회를 향한 비전과 간구는 그럴싸한 언어들로 덧칠돼 버린다.
설교는 한 목회자가 말씀과 성령 앞에서 씨름한 시간의 열매이고, 기도는 한 사람의 영혼이 하나님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내밀한 언어다. 그런데 그 자리에 AI라는 필터가 개입하는 순간 뜨거운 고백과 선명한 회개, 절박한 탄원 모두 중립으로 다듬어진다.
퇴고만 맡기면 괜찮지 않겠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연구는 더 서늘한 결과를 내놓았다. AI에 “맞춤법만 봐 달라”고 부탁했을 때 훨씬 더 많은 단어가 교체되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원 글의 주장 자체가 뒤집히는 경우가 발생했다. 자율주행차를 옹호하던 글이 AI의 퇴고 후 중립적이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글로 바뀌었다. 더 놀라운 것은 사용자들의 만족감이다. 이들은 AI 수정 글을 보고 본래 자신이 작성한 글보다 더 큰 만족도를 보였다.
AI로 기도문과 설교문을 생성할 순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나의 고백이 되고 말씀의 대언이 될 수는 없다. 기도에는 무릎 꿇는 시간이 필요하고 설교에는 본문 앞에서 무너지는 밤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건너뛴 채 AI가 뽑아낸 완성본을 들고 강단에 오르는 순간, 설교자는 말씀의 증인이 아니라 문장의 전달자가 된다. 기도자 역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앞에서 읽어 주고 있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AI 홍수 시대에 오히려 빛나는 글쓰기가 있다. 솔직한 글쓰기다. 유려하지 않아도 그 안에 쓰는 사람의 숨결이 살아 있는 글. 명문이 아니어도 한 영혼의 고백이 담긴 기도에 공동체는 아멘으로 화답한다. 성도들은 목회자의 눈물이 배어 있는 설교에 감동한다. AI는 이 솔직함을 대신할 수 없다.
솔직함을 신학의 언어로 바꾸면 콘페시오(Confessio) 곧 고백이다. 어거스틴의 고백록(Confessiones)을 보면 이 라틴어엔 세 가지 뜻이 겹쳐 있다. 하나님 앞에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참회, 그럼에도 자신을 깨닫게 해주신 하나님을 향한 찬양, 그리고 공동체를 향한 권면. 기도와 설교의 본질이 바로 이 세 가지 아닌가.
AI는 생성할 수 있지만 고백할 순 없다. 데이터를 조합해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자기 안의 진실을 하나님 앞에 드러내어 놓을 수는 없다. 결국 오늘의 문제는 AI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태도의 문제다. 생성할 것인가, 고백할 것인가.
조성실 교수(장로회신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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