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포헤어·어노브…헤어케어로 천억 클럽 [K뷰티 숨은 거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4.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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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트

K뷰티 성공 방정식이 얼굴을 넘어 정수리로 향하는 분위기다. 많은 화장품 기업이 스킨케어(피부 관리 화장품)에 집중하며 해외 문을 두드릴 때, 두피와 모발에 집중해 세계 시장을 호령하며 조용히 입지를 다진 회사가 있다.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뷰티 기업 와이어트다.

일반인에게는 와이어트보다 기능성 헤어케어 브랜드 ‘닥터포헤어’와 손상모 집중 관리 브랜드 ‘어노브’가 더 친숙할 수 있다. 이 두 브랜드가 선전하면서 2024년 매출 954억원, 지난해에는 단숨에 매출 1200억원을 돌파하며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와이어트 어떤 회사

데이터·플랫폼 품은 뷰티 개척자

창업자 권규석 대표 이력은 남다르다. 군 전역 직후 필리핀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한 부모님을 경제적으로 돕기 위해 일찌감치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평범한 직장 생활로는 든든한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8년 광고 회사와 미국 물류 회사를 세우며 사업가로 첫발을 뗐다.

이후 소비재 전문 광고 회사를 이끌며 화장품이나 병원 등 뷰티 관련 상표를 대상으로 자문(컨설팅)과 상표화(브랜딩) 작업을 도맡았다. 이 과정에서 수백개에 달하는 소비재 상표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권 대표는 “경험을 쌓다 보니 이제는 내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광고와 유통을 잘해도 제품력을 쥐고 있지 않으면 외부 환경에 종속된다는 교훈을 얻은 그는 2014년 와이어트 전신인 휴메이저를 창업했다. 처음부터 화장품 제조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스킨케어 시장은 붐볐지만 두피와 모발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드물다는 점에 착안해 서울 용산에 두피관리센터 1호점을 열었다.

입소문을 타며 현재 전국 16개 지점으로 매장이 늘어났다. 매장을 찾는 고객 사이에서 관련 제품 수요가 꾸준히 나오자, 매장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금의 닥터포헤어 제품을 개발했다. 이후 2018년 광고 회사와 물류 회사를 모두 매각하고 헤어케어 사업에 온전히 집중하는 결단을 내렸다. 단순 제조사를 넘어 데이터와 플랫폼, 그리고 강력한 브랜드를 동시에 보유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1200억 돌파 비결은

마케팅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

와이어트는 뷰티 사업에 손대고 나서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광고 회사 대표 출신답게 창업 초반, 제품보다 마케팅을 앞세운 성장 전략을 폈다가 쓴맛을 봤다. 광고 비용만 늘고 소비자가 다시 제품을 사지 않아 수익 구조가 나빠지면서다. 이후 품질과 연구개발(R&D)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 체질 개선 과정은 와이어트만의 강력한 무기를 벼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주력 상표인 닥터포헤어는 일반 화장품 상표와 달리 10년 이상 오프라인 두피관리센터 ‘닥터포헤어 스칼프 케어 센터’를 운영해왔다. 이곳에서 실제 고객 두피 상태를 장기간 진단하며 쌓아온 20만건 넘는 임상 데이터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앱을 통해 이 방대한 데이터를 한층 정교하게 분석하는 체계도 갖췄다.

이 데이터는 단순 참고용이 아니었다. 탈모 고민을 안고 있는 고객 두피 유형, 피지 분비 양상, 각질 상태, 모발 밀도 변화 등 임상 환경에 가까운 기록을 제품 기획과 연구개발 전 과정에 녹여냈다. 연구 단계에서 어떤 두피 문제가 가장 잦은지, 어떤 성분 조합이 개선 효과를 내는지 검증하는 핵심 잣대로 썼다.

여기에 두피 전문가(트리콜로지스트·Trichologist)를 활용한 개발 구조가 시너지를 냈다.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상담하는 전문가 관찰 결과를 제품 설계에 반영했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0만개를 기록한 닥터포헤어 대표 제품인 ‘폴리젠 샴푸’가 이렇게 출시됐다.

권 대표는 “홈쇼핑 첫 론칭 때 뷰티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100㎖ 무료 증정 행사를 진행했는데, 내부에서는 반품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반대도 컸다”면서도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밀어붙였고 결과적으로 반품률은 5% 이하로 유지되면서 10회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두피 모공 속 잔여물을 씻어내는 ‘씨솔트 스칼프 엑스폴리에이터(씨솔트 스케일러)’ 제품도 센터 케어 프로그램 초기에 실제 사용되던 전문 관리 용품에서 착안해 상용화한 사례다. 전문 케어 경험을 일반 소비자용 제품으로 확장하는 독창적인 개발 공정(프로세스)을 이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다른 효자 브랜드 ‘어노브(UNOVE)’ 역시 데이터에서 출발한 결과물이었다.

20만 사용자 경험에서 와이어트 경영진은 손상모 시장의 빈틈을 발견했다. 대다수 제품이 기능에만 집중하거나 반대로 향이나 감성에만 치우쳐 있었다. 어노브는 기능적 효과와 감성적 경험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잡았다.

대표 제품인 ‘딥 데미지 트리트먼트 EX’는 한 번만 사용해도 머릿결 변화를 체감하도록 처방함과 동시에 전문 조향사와 손잡고 독창적인 향을 개발했고 ‘대담하고 우아한(Bold & Elegant)’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출시하자 소비자 반응이 터져 나왔다. 사용 경험에 만족한 고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발적으로 후기를 올리며 입소문이 퍼졌다. 어노브는 올리브영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재구매율 67%를 유지하며 해외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으로 자랐다.

뷰티 마케팅 전문회사 뷰스컴퍼니의 박진호 대표는 “와이어트는 방대한 두피 진단 데이터를 단순한 연구용이 아닌 실제 소비자 요구를 꿰뚫는 마케팅과 제품 기획 무기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며 “기능성에 갇히기 쉬운 헤어케어 시장에서 어노브처럼 향과 감성을 앞세운 경험 소비 상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대목은 데이터 기반 마케팅의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21만 데이터를 바탕으로 헤어케어 제품을 개발, 매출액 1200억원을 돌파한 와이어트. (와이어트 제공)
풀어야 할 숙제는

모방 제품 쏟아져

가파른 성장세 이면에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 세계 뷰티 시장에서 피부 관리하듯 두피와 모발을 세심하게 가꾸는 스키니피케이션(Skinification·피부 관리하듯 두피와 모발을 세심하게 가꾸는 현상) 흐름이 번지며,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헤어케어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화장품 시장 특성상 모방 제품이 쏟아지고 마케팅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 속에서 이익률을 지켜낼 방어막 구축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기업공개(IPO) 절차 마무리도 중요 숙제로 남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익성 개선이 필요할 듯 보인다. 매출액은 1287억원인데 영업이익률은 3%대에 그치고 있어서다. 뷰티 업계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소비재 브랜드가 통상 10~20% 수준의 이익률을 누리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근본 원인은 ‘판매비와 관리비’ 지출에 있다. 2025년 와이어트가 지출한 판매비와 관리비는 799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62%를 차지한다. 전년 대비 두 자릿수 % 증가란 부분도 아쉬운 대목.

권 대표는 이런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도 적극 진출, 고객 노출 빈도를 높이려 다양한 전략을 짜고 있다. 글로벌 진출이 대표적이다. 와이어트는 세포라(Sephora) 미국 오프라인 매장과 공식 온라인몰에 어노브를 입점시키는 등 해외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 덕에 지난해 해외 매출은 415억원으로 전년도 292억원 대비 41% 이상 급증했다.

박진호 대표는 “헤어케어는 자발적인 입소문이 나기 까다로운 분야지만, 와이어트는 효능에 감성적인 매력을 더해 고객이 스스로 제품을 알리게끔 유도했다”며 “국내에서 증명한 이 ‘고객 경험 중심의 바이럴 공식’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6호(2026.04.20~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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