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의 '금양', 금융당국과 기업이 답해야 할 질문 네가지

김종철 2026. 4. 2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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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기술 유출·전략광물 확보·투자자 보호 등... 금양, 26일까지 경영개선 이행계획서 제출

[김종철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의 금양 부스에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2025.3.5
ⓒ 연합뉴스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의 '풍운아'. 금양을 일컫는 말이다. 한때 시가총액 10조 원을 넘나 들면서 '배터리 신화'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지금 상장폐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외부 감사 '의견 거절'이 2년 연속 이어졌고, 오는 26일까지 금양은 기업 경영개선을 위한 이행계획서를 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바탕으로 상장 적격성 심사에 들어간다.

금양사태는 이미 단순한 한 기업의 공시 위반이나 유동성 위기를 넘어선 지 오래다. 24만 주주와 80만 가족의 생존권은 물론, 국가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 산업과 기술의 향방, 국가 정책까지 얽혀있는 복합적 문제다. 벼랑 끝에 선 금양,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정부와 금융당국, 회사가 반드시 답해야 할 네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관련기사]
"24만 주주의 시간은 멈춰 있다... 금양사태, 윤 정권 압박에서 비롯"(https://omn.kr/2hjec)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 탄원서, "단순 기업 문제 아닌 2차전지 산업 생태계 큰 영향"(https://omn.kr/2hpb5)
검찰로 번진 금양 사태,이복현 전 금감원장 직권남용 의혹 고발(https://omn.kr/2hs8i)

① "기술이 유출되면 국익은 누가 책임지나"... 4680 배터리의 무게

금양은 단순한 '개인 투자자들의 테마주'가 아니다. 부산 기장군에 건설 진행중인 배터리 공장에 이미 1조2000억 원이 들어갔다. 금양의 'KY-4695'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핵심 기술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전기차 테슬라가 차세대 표준으로 낙점한 4680 규격의 진화형이라는 것이다.

만약 금양이 무너질 경우, 정부가 이미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이차전지 관련 기술이 해외 자본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미 저가형(LFP) 배터리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중국 업체로 매각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이차전지 산업과 기술이 단순한 민간 차원을 넘어, 국가 기술경쟁력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깊이 고민할 부분이다.

② "텅스텐 등 국가 전략 광물을 포기할 것인가"... 자원 안보의 가치

금양을 위기로 몰아넣은 결정적 원인은 몽골 광산의 수익 추정치 부풀리기 논란이었다. 하지만 공시의 미숙함과 별개로, 그들이 확보한 '자원'의 실체적 가치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몽골 몽라 광산과 콩고 마노노 광산은 리튬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글로벌 자원 전쟁의 최전방이다. 몽골에서 발견된 리튬과 텅스텐, 콩고의 하이니켈 광석은 대한민국 배터리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게다가 올해 들어 몽라 광산에서 직접 생산하기 시작한 텅스텐의 경우 단순 산업용 금속을 넘어, 국방 항공우주와 첨단 제조산업에 들어가는 전략 광물이라는 점이다. 또 올 들어 국제 텅스텐 가격도 크게 올라, 국내에서도 강원 영월의 상동 텅스텐 광산 재가동이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 자원 확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공시 위반'이라는 잣대로만 평가절하하기엔 이들 두 곳 광산의 기회비용이 너무나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③ 금양 대주주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너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금양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신뢰의 위기에서 비롯된다. 몽골과 콩고 광산의 투자와 실적을 둘러싼 공시 위반과 재무상태의 악화, 주식 거래 정지 이후, 해외 자본 유치의 지연 등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대주주의 책임론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류광지 회장도 그동안 자신의 지분을 무상으로 증여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금양 소액주주들은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금양의 주 채권자로 돼 있는 기업의 실질적인 주체가 류 회장 일가인 점을 감안할 때 이해 상충 가능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오너 일가의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조치가 기업의 '계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엄중히 판단해야 한다.

④ "누가 우리를 벼랑으로 밀었나"... 24만 주주와 80만 가족의 생존권

금양 사태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남아 있다. 1000 여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은 최근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도 청구한 상태다.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해당 사건을 관련 부서에 배당했으며, 감사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오봉옥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금양사태의 본질에 대한 사법 당국의 본격적인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금융당국이 금양의 유상증자 승인을 수차례에 걸쳐 지연시키는 과정이 과연 엄정한 시장 감시였는지, 아니면 또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의 '관치금융'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

원칙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원칙이 국가 핵심 기술의 고사나 자원 안보의 붕괴, 그리고 수십만 서민의 눈물보다 더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여전히 유효하다. 또 금양은 통렬한 자기반성과 투명한 경영으로 답해야 하며, 금융당국과 거래소 역시 '기업을 죽이는 심사보다 살려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봉옥 금양소액주주연대 대표(서울디지털대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3-26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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