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장동혁 면전서 사퇴 요구…“張, 이제 지역 안갈 듯”

류효림 2026. 4. 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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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원 양양군 손양면 수산리어촌마을회관을 찾은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가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하자 장동혁 당 대표가 이를 받아적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인 김진태 현 지사가 22일 강원도 양양군을 방문한 장동혁 대표에게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장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양양군 수산리 어촌마을회관에서 현장 공약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현장에서 ‘내가 원래 빨간 당이었는데 중앙당 생각하면 열불나서 투표 안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옛날에 그 멋진 장동혁으로 좀 돌아가 줬으면 좋겠다. 결자해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 면전에서 대놓고 2선 후퇴를 촉구한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강경파로 꼽히는 김 지사는 이날 작심한 모습이었다. 장 대표를 향해 즉흥적으로 말한 게 아니라 발언할 원고까지 미리 준비할 정도로 계획적이었던 까닭이다. 김 지사는 “중앙당 뉴스가 뜰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당장 42일 후면 생사가 결정되는 후보 입장에서 속이 탄다”며 장 대표를 직격했다.

김 후보가 발언하는 동안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옅은 미소를 띠며 행사장에 들어왔던 장 대표는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고, 볼펜을 꺼내 A4 용지에 필기만 했을 뿐 단 한 차례도 김 지사와 마주보지 않았다. 사퇴 요구 뒤에도 장 대표는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공약을 발표했다.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 조기 개통 ▶바이오 산업 육성 정책 ▶폐갱도를 활용한 대체 산업 추진 계획 ▶수소산업 생태계 거점 조성 등 네 가지 정책을 담담하게 읽어내려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강원 양양군 수산리어촌마을회관에서 열린 '강원이 올라갈 시간, 내 삶이 특별해지는 약속' 마을회관 현장 공약 발표에서 인사말 및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강원 지역 원로 등 참석자들은 장 대표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고 한다.

당초 지도부는 이곳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회의 일정은 생략됐다. 보통 지도부가 지역 방문을 하면 인근 지역의 국회의원이 참석하는 게 관례지만 양양이 지역구인 이양수(속초-인제-고성-양양·3선) 의원을 제외한 다른 강원 지역 의원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가 22일 강원 양양군 남애항에서 어선에 경유를 급유하고 있다. 뉴스1


행사 뒤 장소를 옮겨서도 장 대표와 김 지사의 냉전은 이어졌다. 두 사람은 양양 남애항을 방문해 어선 그물을 정리하고 어업용 면세유 가격을 점검하는 일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어선에 직접 급유를 하는 약 1분 동안 장 대표와 김 지사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적막감 속에서 행사는 이어졌고 “이게 이렇게 오래 걸리냐”(김 지사), “다 들어갔어요?”(장 대표)라는 말을 각자 허공을 보며 했을 따름이었다.

취재진과 만난 장 대표는 김 지사의 결자해지 요구에 대해 “어떤 것을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이 어려운 상황이라 애정이 어린 말씀을 해주신 것 같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중앙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비교적 장 대표에게 호의적이라고 알려졌던 김 지사마저 장 대표를 면전에서 직격하면서 앞으로 장 대표가 지역 방문 일정을 계속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많은 국민의힘 시·도지사 후보들은 중앙당과 별도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겠다는 ‘장동혁 패싱’ 선언을 한 상태다. 2018년 지방선거 때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후보들의 거부로 지원 유세를 중단했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장 대표가 지역 일정을 소화하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양양=류효림기자ryu.hyo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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