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돌아온 납치된 딸, 그리고 악몽이 시작됐다
[장혜령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화목했던 가족의 시계는 8년 전에 멈추어 버렸다. 납치된 딸 케이티(에밀리 미셸)는 금기어가 되었고 캐논 가족은 셋째 모드의 천연덕스러운 발랄함에도 좀처럼 웃지 않는 무덤덤한 가족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8년 만에 살아 돌아온 케이티(나탈리 그레이스)는 끔찍한 미이라의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인계된다.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걸까. 경찰에 따르면 추락한 경비행기의 관 속에서 멀쩡히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가족은 케이티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그러나 케이티가 집으로 온 후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못 해준 애정을 쏟는 엄마 라리사(라이아 코스타)는 변해버린 딸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반면 특파원인 아빠 찰리(잭 레이너)는 딸의 피부에 적힌 고대 문자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상황의 근원을 밝히려 할수록 가족과 멀어지는 수난을 겪는다.
한편, 케이티의 실종에 일말의 책임감을 지닌 형사 자키(메이 칼라마위)는 이집트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쫓으며 진상을 밝히는 데 일조한다. 본인도 8년 전 석연치 않았던 죄책감에 기인한 행동이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한다.
|
|
| ▲ 영화 <리 크로닌의 미이라> 스틸컷 |
|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90년대 브렌든 프레이저의 '미이라' 시리즈나 톰 크루즈의 미이라는 잊는 게 좋다. 판타스틱 어드벤처 장르에서 벗어나 이집트의 고대 저주를 가족의 드라마로 풀었다. 전형적인 미국 호러지만 이집트, 뉴멕시코 등 이국적 공간의 모래폭풍, 뜨거운 태양이 현장감을 증폭시킨다. 눈과 귀를 빼앗는 속삭임과 화려함은 가족의 분열을 시작으로 이유 없이 무너지는 공동체의 모습으로 귀결된다.
사후세계를 믿는 이집트 사람들의 장례문화인 미이라를 호러 스타일로 해석했다. 독특한 언데드는 낯선 공포를 드리운다. <미이라>와 <오멘>의 만남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신체 강탈 소재와 하우스 호러의 재구성이 신선하다. 벗겨지는 피부로 신체 훼손 장치를 더하고 입속으로 들어가는 전갈, 할머니의 틀니를 낀 손녀 등 눈을 의심할 만한 충격적 이미지를 총동원했다.
|
|
| ▲ 영화 <리 크로닌의 미이라> 스틸컷 |
|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는 '리 크로닌'이라는 신성의 이름을 마치 거장의 프레임처럼 걸어 놓았다. 그동안 모험 액션 영화의 대명사였던 미이라를 호러 장르로 재해석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 영화를 보기 전 '대체 리 크로닌이 누군데' 싶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리 크로닌이라 가능했던 거네'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참고로 리 크로닌은 <이블 데드>의 원작자 샘 레이미가 지목한 감독으로 호러계를 이끌어갈 신성이다. 거침없는 패기와 자신감을 장착한 그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팬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잔혹한 수위는 장르 마니아의 찬사를 받을만하다. 다만, 청불답게 불쾌하고 역겨운 장면이 다소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겠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쇠퇴하는 미국...마지막에 움켜쥔 것은 괴물이었다
- 김진태, 장동혁 면전에서 직격탄 "결자해지 필요"...장 대표는 딴소리
- 500만 명이 선택한 이 카드, 일상의 패러다임 바꾼다
- 언론 사전 검열이 여전히 존재하는 곳... 헌법 위에 '학칙' 있나
- 26kg 감량보다 뼈 깎는 '요요' 방어전... 20개월 버틴 비결
- 경기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안민석 "교육개혁 이루겠다"
- 고위공무원의 '13억 뇌물수수'에 죄를 묻지 못한 이유
- '23명 사망' 아리셀 박순관 대표 2심서 '징역 15→4년' 감형
- 야스쿠니에 공물 봉납한 다카이치... 살상무기 수출까지 허용
- "학교 사법화, 공교육 역사상 최악 상황...학폭 학생부 기록 재고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