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비행기 대신 배로, 사업까지 접은 여행법

이안수 2026. 4. 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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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돛 올려 바다로... 프랑스 사진가 마리의 '긴 여행'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 <기자말>

[이안수 기자]

호스텔은 매일 여행객들이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도착한다는 면에서는 대합실이고, 그들과 밤낮을 함께 보낸다는 점에서는 작은 마을이며,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곳이라는 점에서는 학교이기도 하다.

너무나 잦은 전쟁 소식에 경악스러운 참혹함의 감정이 무디어 가는 것은 아닌지 자꾸 내 정신을 흔들어 깨운다. 권력자의 과장과 거짓, 말 바꿈이 예사가 되었더라도 여전히 말은 천금 같이 무거워야 한다는 것을 거듭 새긴다. 미사일이 온 도시를 파괴한다고 해도 여전히 연약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놓지 않아야 한다. 한 공공 도서 자료실의 화장실에 문이 잠겼고 그 이유를 안내해두었다.
▲ 오악사카는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부족한 물은 도시 외곽의 개인 회사가 개발한 지하수 관정에서 물을 퍼서 매일, 도시로 날라야 한다.
ⓒ 이안수
"이 화장실은 건기 동안은 운영하지 않습니다."

멕시코 오악사카의 건기는 대체로 10월~4월, 우기는 5월~9월이다. 비가 오지 않는 계절의 화장실 이용은 시설 밖 개인이 유료로 관리하는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도시 외곽의 개인 회사가 개발한 지하수 관정에서 물을 퍼서 매일 새벽 도시로 날라야 하는 현실 속에서 물 한 방울 아끼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세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석유와 세계 경제 전체를 흔들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서 에너지 소비 습관을 전환하는 것, 비닐봉지 대신 잊지 않고 천가방을 챙기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긴 여행을 위해 사업을 그만둔 사람

지난 3월 하순 인터뷰한 마리 슐라트씨는 이탈리아 국경에 인접한 프랑스 알프스 출신의 여성 사진가이다. 지난 8년 동안 스키 리조트에서 관광객을 찍는 자신의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겨울철 4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일하고, 나머지 8개월은 여행과 친구들과의 시간을 즐기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겨울이 와도 알프스로 돌아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사업체를 팔았기 때문이다.

"긴 여행을 원했기 때문이에요."

그녀가 사업을 그만둔 이유였다. 얼마나 긴 여행을 원하느냐는 물음의 답은 더 간단했다.

"돈이 떨어질 때까지요."

마리씨의 여행에는 별다른 것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대서양을 비롯한 여러 바다를 건너 여행을 했지만 한 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세일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대양을 건널만한 세일보트가 있는 것도, 애초부터 항해에 능숙한 것도 아니었다. 항해를 거듭하면서 동료들에게 항해술을 익혔다.

"세일보트 공동체를 활용하는 거예요. 요트나 범선 등 배와 크루를 연결해주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어요. 배 소유주(skippers)나 항해 희망자들이 몇 주간의 항해를 직접 제안하거나 크루로 지원하면 됩니다. 항해의 방향과 일정, 그리고 역할이 맞으면 함께 출항을 하는 거예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 사진가 마리.
ⓒ Marie Schlat
"이번 항해는 'Bourse aux équipiers(승무원 교환)'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에서 선장과 다른 크루를 만나 대서양을 건넜습니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출항해 지중해를 항해한 다음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해 대서양으로 들어갔죠. 카보베르데(아프리카 서부 대서양으로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향하는 범선들이 들리는 중간 기착지)를 거쳐 대서양을 횡단한 다음 카리브해를 거쳐 파나마로 들어왔습니다."

9m 소형 세일보트로 4명의 크루와 함께 44일간 항해를 했다고 했다.

"이번 횡단의 총 경비는 기본 비용 800달러에 식비와 항구 정박료를 분담했죠. 그러니까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따라 경비가 달라지는 거예요. 합의에 의해 분담하는 것이니까요. 팀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선장이 대양을 건너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크루들을 모두 확보하면 함께 모여 누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대해서 얘기를 나누죠.

역할을 정하고 이의가 없다면 함께 출항을 하는 겁니다. 44일간 바다 위에서 무엇을 했냐고요?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고 때때로 대화를 하고 카드놀이를 해요. 폭풍우가 오면 돛을 내리고 모두가 밖에서 바다를 살피며 파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려야 해요. 국지적 폭풍은 몇 시간에 지나갈 수도 있어요. 이번에 항해에서 가장 큰 폭풍은 이틀 정도 고투를 벌여야 했어요. 인내의 시간이죠. 물론 작은 배로 대양을 건너는 일은 위험할 수 있죠.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믿는 겁니다. 저도 멀미를 하기도 하는데 심할 경우 약을 먹습니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 이유

서른다섯 살의 마리씨는 새로운 가족도 만들지 않았고 연인도 없다. 대신 자유를 가졌다.

"내가 원하는 만큼 여행할 수 있도록 완전히 자유롭기를 원해요. 매일 파스타만 먹더라도요."

그녀의 이동 수단은 바다에서는 배로, 육지에서는 버스를 이용한다. 그러니까 장거리 이동 수단은 보트 아니면 버스인 셈이다. 유럽으로 돌아갈 때도 당연히 또 다른 배를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알프스의 산골에서 태어난 산 사람이, 그렇게 긴 시간 대양을 건너는 여행을 하면서 왜 10년 동안이나 비행기 타는 것을 거부했을까?

"어느 날 내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여러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고,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10년 전의 그 결심을 지속하고 있죠. 그 대안이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존중의 방식이라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그것이 꼭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약간의 환멸도 느꼈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나에게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돛을 이용한 항해가 여행을 천천히, 시간을 들여 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느림의 시간이 곧 자신을 창조적 순간으로 이끄는 문이라고 여긴다. 그녀 여행의 키워드는 건강, 사랑, 나눔, 조화, 배려, 발견, 기쁨, 관용이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부드럽고 정의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요소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하는 감격의 순간이다.

"이 얼마나 고맙고 아름다운 모습인가! 우리는 바람이 돛을 미는 배 위에 있고 물속에는 고기가 함께 수영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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