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피지컬 AI에게 물리 법칙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

챗GPT의 등장 이후 AI는 일상이 됐다. 질문하면 답하고, 글을 쓰고, 코드를 짠다. 그런데 세상은 이제 AI에게 한 발 더 나아가길 요구하고 있다. 스스로 판단하며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물건을 나르는 배송 드론, 공장과 병원을 누비는 로봇.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피지컬 AI가 작동하는 공간은 데이터센터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AI는 온도·전력·연산이라는 통제된 변수 안에서 작동했다. 하지만 피지컬 AI는 새벽 빗길, 역광이 쏟아지는 교차로, 갑자기 뛰어드는 보행자 앞에 서야 한다. 변수는 무한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물리 법칙이다. 피지컬 AI를 제대로 개발하려면 알고리즘만으로는 부족하다. 물리 법칙에 기반한 시뮬레이션이 핵심 도구가 되는 이유다.
수천 가지 기상 조건, 다양한 도로 재질, 야간·역광 환경을 실제로 실험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든다.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은 이 과정을 디지털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실제로 볼보자동차는 전기차 EX90의 공기역학 시뮬레이션 시간을 24시간에서 6.5시간으로 단축했다.
더 많은 설계 옵션을 더 빠르게 검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학습 데이터 부족 문제도 마찬가지다. 피지컬 AI 훈련에 필요한 방대한 실데이터를 현실에서 모두 수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다. 가상 환경에 물리 법칙을 입혀 생성하는 학습 데이터로, AI의 눈과 판단력을 키우는 새로운 연료가 되고 있다.
변해야 할 것이 기술만은 아니다. 엔지니어링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소프트웨어·센서·반도체·기계 부품을 따로 개발한 뒤 마지막에 조립하는 방식으로는 피지컬 AI 시대가 요구하는 속도와 정밀도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처음 설계 단계부터 모든 요소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다뤄야 한다. 전기·기계·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개념 단계부터 한 방향을 바라보고 협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제조업·반도체·모빌리티 기업들이 지금 마주한 현실이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첨단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나라다. 피지컬 AI라는 새로운 산업 무대는 이러한 강점을 다시 한번 확장할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그 출발점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엔지니어링 역량을 선제적으로 내재화하고 이를 통해 가상 환경에서 먼저 실패하고 수정된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통합 설계 플랫폼의 역량강화가 될 것이다.
문석환 시높시스 S&A (前앤시스) APAC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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