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출구 못 찾는 트럼프…이란은 불신·국민은 반대·동맹은 외면 ‘삼중고’
밴스 부통령 참여 등 협상 제안에도 이란 불신 여전
미국 국내 여론은 악화일로…중간선거 ‘빨간 불’
동맹은 압박에도 전쟁 관망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전격적으로 개시한 이란 전쟁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이후 이란에 대한 최후통첩을 수차례 연기하고 번복한 끝에 21일(현지시간) 무기한 휴전 연장을 전격 선언했다. 협상 상대인 이란은 트럼프를 불신하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고, 미국 내 여론은 악화일로다. 동맹은 트럼프의 전쟁 지원 요청을 거부하며 팔짱을 낀 모양새다.
트럼프가 이날 이란과의 휴전 무기한 연장을 이란 정부와 협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선언한 것은 종전에 대한 미련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란을 초토화하겠다던 그동안의 발언을 180도 뒤집고 나 홀로 휴전을 선언했다. 확전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을 ‘군사작전’이라 부르며 4~6주로 예상했지만 벌써 전쟁은 8주 차에 돌입한 데다, 종전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트럼프의 이날 휴전 무기한 연장 발표는 확전 우려가 있는 이란 공습 대신 경제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성명에서 이란 정부가 분열돼 있다면서 “그들(이란)의 제안이 제출되고 논의가 어느 쪽으로든 종결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란 측의 협상 참여를 계속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시간은 벌었지만 이란이 미국의 해상 봉쇄에 반발하고 있어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란 국영방송(IRIB)은 트럼프의 휴전 연장 발표 직후 이란이 미국의 휴전 연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의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봉쇄 유지 자체를 적대행위로 규정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통해 “우리 군은 오랫동안 100%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란은 미국이 요구하는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반출과 우라늄 농축 중단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가 분명하다. 강경파의 입김이 세진 이란이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며 ‘버티기’에 돌입할 경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더욱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1차 종전 협상에 나선 J D 밴스 부통령을 2차 협상에 다시 투입하기 위해 ‘대기’시켰지만 이란은 끝내 2차 협상을 거부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트럼프가 이란과 협상 도중이던 지난 2월 말 전격적으로 이란을 공습한 점 거론하며 “미국에 대해 항상 경계해온 이란 당국자들은 트럼프를 특히 더 배신적인 인물로 여긴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여론은 악화일로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가 지난 16∼20일 미국 성인 25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3%로 나타났다. 지난달 조사 때의 38%보다 5%p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1월 집권 2기 행정부를 출범한 이후 최저치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전통 지지층인 ‘마가(MAGA)’의 핵심 인사들도 등을 돌렸다. 미국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휘발유 가격은 급등해 갤런당 4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트럼프는 전쟁 내내 트루스소셜에 수많은 게시물을 올리는 한편, 미국 매체들과 릴레이 인터뷰하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이란 전쟁 이후 가뜩이나 불안정했던 미국과 동맹의 관계는 더 나빠졌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 등 전쟁 지원을 요청한 뒤 거절당하자 ‘종이호랑이’라고 조롱하며 나토 탈퇴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뿐 아니라 친 트럼프 정상이었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도 이란 전쟁 이후 관계가 벌어졌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을 향해서도 “미국을 돕지 않는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트럼프의 압박에도 동맹국 중 어느 나라도 선뜻 이란 전쟁을 지원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휴전 무기한 연장 발표 이후 이란 전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CNN은 “(휴전 선언)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대학 선수들을 표창하는 행사에 참석했지만 전쟁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그는 전쟁 질문을 하려는 기자들을 향해 손만 흔든 채 답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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