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가 유전자 편집 안전성의 ‘표준 잣대’를 내놓다 [글로벌 트렌드로 읽는 K-제약바이오]

이영수 2026. 4. 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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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노믹스, AACR서 반응률 46%로 화답
FDA, 유전자 편집 치료제 오프타깃 안전성 평가 초안 가이드라인 공개… 맞춤형 치료 가속 경로 후속 조치
웨이브 라이프사이언스, 사람에게서 RNA 편집 효과 확인… FDA 가속승인 경로 타진 중
알지노믹스, AACR 2026서 간암 종양반응률 46.2% 발표… 기존 치료 대비 개선 신호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는 매일같이 대형 M&A, 신약 허가, 임상 데이터가 쏟아진다. 그런데 이 이슈들이 국내 시장 및 관련 업체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짚어주는 보도는 많지 않다. [글로벌 트렌드로 읽는 K-제약바이오]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주요 흐름을 추적하고, 그 안에서 국내 시장 및 기업의 좌표를 찾아본다. 편집자 주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생물의약품평가센터(CBER)가 4월15일 유전자 편집 치료제의 오프타깃 안전성 평가에 관한 초안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을 활용해 비의도적 편집 결과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측정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다. 체외(ex vivo)와 체내(in vivo) 제품 모두에 적용되며, 임상시험계획 및 생물의약품 허가 신청 시 비임상 연구에 반영하도록 했다. 염기서열 분석 전략, 샘플 선택, 분석 파라미터에 걸쳐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쉽게 풀어 말하면 이렇다.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몸속 유전 정보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 병을 치료하는 약인데, 고치려는 곳이 아닌 엉뚱한 곳까지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FDA가 이번에 내놓은 것은 이 ‘엉뚱한 곳이 바뀌는 위험’을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정밀하게 측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표준 잣대인 셈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올해 2월 발표된 초희귀 질환 맞춤형 치료 가속 경로, 이른바 타당한 기전(Plausible Mechanism) 프레임워크의 후속 조치로 읽힌다. 2025년 5월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 희귀 대사질환을 앓던 갓난아기 KJ에게 세계 최초로 맞춤형 크리스퍼 치료를 적용한 사례가 이 프레임워크의 출발점이 됐다. FDA는 당시 긴급사용 허가를 1주 만에 처리한 것으로 전해지며, KJ는 307일 만에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부분은 FDA가 플랫폼의 모듈성을 인정한 대목이다. 같은 틀 위에서 부품 하나만 바꾸면 다른 질환에도 쓸 수 있는 구조의 치료제라면, 질환마다 따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플랫폼 기반 유전자 편집 개발사에 유리한 규제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RNA 편집, 사람에게서 효과를 확인하는 단계로

유전자를 고치는 방법 중에서도 최근 주목 받는 것이 RNA 편집이다. DNA 원본을 영구적으로 바꾸는 크리스퍼 방식과 달리, RNA 복사본을 고치는 방식은 되돌릴 수 없는 변형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웨이브 라이프사이언스는 이 방식으로 희귀 폐질환(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투약 15일 만에 환자 혈액에서 정상 단백질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중반까지 FDA에 가속승인 경로를 타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최종 승인을 받은 약은 없으나, 여러 회사가 동시에 임상 검증 단계에 진입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알지노믹스, 첫 임상 성적표에서 반응률 개선 확인

국내에서 이 흐름과 직접 연결되는 기업이 알지노믹스다. 2017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병을 일으키는 RNA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치료용 RNA를 붙이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2025년 5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유전성 난청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으며, 옵션 전체 행사 시 총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해 1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알지노믹스는 4월 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 RZ-001의 임상 중간결과를 구두 발표했다. 대상은 간동맥화학색전술(TACE)에 반응하지 않거나 시행이 어려운 간세포암 환자였다. RZ-001을 기존 면역항암제(아테졸리주맙, 베바시주맙)와 함께 투여한 결과, 종양반응률(ORR)은 RECIST 기준 38.5%(확정), 46.2%(미확정)로 나타났다. 간암에서 주로 쓰이는 mRECIST 기준으로는 ORR 61.5%, 완전관해(CR) 23%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면역항암제 단독 투여 시 반응률이 약 20~30%에 머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개선 신호로 읽힌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RZ-001 자체와 관련된 중증 이상반응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발표가 주목 받은 이유는 약 하나의 성적표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알지노믹스의 RNA 편집 기술이 실제 사람의 몸에서 작동하는지를 처음으로 확인하는 자리였고, 반응률과 안전성 양쪽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왔다. 이 기술은 표적만 바꾸면 같은 틀로 다른 질환의 약을 만들 수 있는 구조여서, FDA가 인정한 플랫폼 모듈성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간암 외에도 알츠하이머(RZ-003), 유전성 망막질환(RZ-004)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 중이며, 국내외 합산 73건의 특허를 확보한 상태다.

다만 초기 임상인 만큼, 제한된 환자 수에서 나온 수치가 대규모 시험에서 재현될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미확정’ 반응률은 향후 반복 평가를 통해 조정될 수 있다. FDA가 안전 기준을 정비하고 맞춤형 치료 경로를 새로 만든 것은 유전자 편집이 실험실에서 병상으로 옮겨가는 데 필요한 규제 틀이 갖춰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알지노믹스가 공개한 첫 성적표가 RNA 편집 플랫폼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후속 데이터에 시장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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