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농협 말단 직원은 어떻게 700조 주무르는 절대 권력자가 되었나 [월간중앙]
[총력취재] ‘강호동 제국’ 농협중앙회의 비리 복마전 대해부
취임 2년 만에 금품 수수 등 부정 의혹과 사퇴 압박에도 ‘요지부동’
민선제 회장 7명 중 6명 수사 올라, 회장에 권한 집중된 구조 바꿔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직을 고수하고 있다. 그 사이 농협의 경쟁력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2/joongang/20260422093214437zhtv.jpg)
경남 합천군 율곡면. 지리산 자락이 끝나는 곳에 자리한 이 소읍에서 농협 말단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작은 단위 농협인 율곡농협의 상무를 거쳐 2006년 조합장이 됐고, 자산 200억원 규모의 지역 조합을 17년 만에 자산 2500억원대로 키웠다. 2024년 1월, 그는 전국 1100여명 농·축협 조합장들의 투표로 농협중앙회장에 올랐다. 강호동(63) 제25대 농협중앙회장이다.
강 회장은 “지역농협이 주인이 되는 농협중앙회를 만들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17년 만에 부활한 조합장 직선제로 선출된 첫 회장이라는 상징성도 컸다. 그러나 취임 2년도 채 안 된 지난해 10월, 그의 집무실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들이닥쳤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전후로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던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이 넘는 현금을 받은 혐의였다. 정부 특별감사에서는 4억9000만원 규모의 재단 사업비를 선거 답례품 마련에 유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2월 취임 1주년 명목으로 조합장들로부터 황금열쇠 10돈(당시 580만원 상당)을 받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제기됐다.
강 회장은 1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관례에 따라 겸직했던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사임했다. 그러나 중앙회장 사퇴 요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농민 대통령’을 자임한 회장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농협노동자연대, 농협 노조로부터 사퇴와 구속수사 요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그는 4월 4일 경찰에 출석해 18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4월 4일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2/joongang/20260422093215716sixx.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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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퇴임 거의 없었던 ‘농민 대통령’의 오욕
농협은 1988년 민선 회장 체제를 도입한 이후 강호동 회장을 포함해 지금까지 7명의 중앙회장을 선출했다. 이 가운데 6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구속됐다. 농협 역사상 최초의 민선 중앙회장인 한호선 전 회장은 4억8000만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재임 중 구속됐다. 2대 민선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된 원철희 전 회장도 농협 공금 6억원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사퇴 후 옥고를 치렀다. 민선 3대 정대근 전 회장은 농협 부지 매각과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총 5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4대 최원병 전 회장은 특혜대출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형사처벌을 면해 민선 회장 최초로 임기를 채웠다. 5대 김병원 전 회장은 불법선거 혐의로 기소돼 퇴임 후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6대 이성희 전 회장만이 유일하게 수사를 피했으나, 연임을 위해 국회에 농협법 개정안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그리고 지금 7대 강호동 회장이다.
반복되는 비리의 근저에는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집중된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법적으로 비상근 명예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농협은행·NH투자증권·NH농협생명 등 금융 계열사와 남해화학·목우촌 같은 경제 계열사 전반의 인사권을 사실상 좌우한다. 농협이 2009년 연임제를 단임제로 바꾼 것도 중앙회장의 권한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단임제는 비리를 막지 못했다. 정부 특별감사에 따르면 강 회장은 비상근 회장으로 연간 3억9000만원의 실비·수당을 받으면서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해 연 3억원의 별도 보수를 챙겼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2012년 신경분리(신용·경제 사업 분리) 이후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되면서 중앙회장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한이 ‘황제’ 탄생의 구조적 토양이 됐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를 100% 소유한 최대주주로서 통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기준 700조원 규모의 왕국이다. 농협 안팎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의 제왕적 권한은 선거 방식이 아니라 한 명에게 권한이 쏠린 농협중앙회의 구조에서 나온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돼 왔다.
강호동 회장은 경상남도 합천 출신이다. 1963년생으로 경남 합천고등학교를 나와 대구 미래대학교 세무회계학과를 졸업했다. 뿌리가 철저히 경남에 있는 그가 어떻게 호남을 포함한 전국적인 지지를 얻었을까. 여기에는 단순한 지역 구도를 넘어선 복합적 역학이 작용했다. 2024년 선거는 7명의 후보가 출마한 다자대결이었다. 강 회장(당시 율곡농협조합장)은 1차 투표에서 607표로 과반 확보에 실패했으나, 결선 투표에서 1125표 중 781표를 쓸어담으며 조덕현 후보(동천안농협조합장)를 누르고 제25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전국금융산업노조 NH농협지부 조합원들이 3월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횡령·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해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2/joongang/20260422093217032poh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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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표만 얻으면 되는 선거, 조합장만 바라본 공약들
판세를 가른 첫 번째 요인은 직전 이성희 전 회장 체제에 대한 반감이었다. 경기 성남 출신인 이 전 회장 재임 기간 누적된 조합장들의 불만이 ‘이성희 사람’으로 분류되지 않은 강호동 후보를 대안으로 밀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호남 조합장들 역시 영남 출신 강 회장에 표를 몰았다. 농협의 구조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임기응 전국협동조합노조 정책실장은 “당시 호남 지역 조합장들의 표가 몰렸다고 하지만 당초 영남 지역표가 더 많다. 호남 표를 싹싹 긁어모아도 영남 표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면서 “영남 출신임에도 호남에서 지지표가 쏠렸다는 건 농협 선거에서 지역 구도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장도 “강 후보의 경우 제24대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었던 만큼,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다수 조합장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장에서 체감한 바로는 특정 지역 표심이 집중되는 양상보다는 전반적으로 분산된 흐름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두 번째 요인은 조합장 개인을 겨냥한 공약이었다. 무이자자금 20조원 조성(조합별 200억원 지원 보장) 같은 파격적 공약 외에 현장에서 더 직접적으로 거론된 건 조합장 활동비 약속이었다. 임 실장은 “강호동 회장이 내건 공약 중에 황당한 게 하나 있었다”며 “조합장들에게 매월 100만 원씩 교제비를 지급하겠다고, 이른바 활동비를 얘기했는데 너무 노골적이라 조합장들이 거부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강 회장은 후보 시절 전국 지역 농·축협 조합장에게 매달 100만원의 ‘농정 활동비’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법률 자문 결과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철회했다.
이처럼 조합장의 이익과 혜택을 겨냥한 공약이 난무하는 배경에는 ‘선거 구조’가 자리한다. 유권자가 1100여명의 조합장으로만 구성되다 보니, 조합원 전체의 이익보다 조합장 개인에게 돌아갈 혜택을 앞세우는 쪽이 표를 얻기 유리하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00여 표만 내 표로 만들면 당선되는 구조”라고 비판한 이유다.
이런 풍토는 비단 선거 공약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부 특별감사에서 ‘방만한 경비집행’으로 지적된 고가 휴대전화 지급 논란이 그 단면을 보여준다. 이성희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22년, 농협중앙회는 정기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모든 조합장에게 22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지급했다. 이에 대해 임기응 실장은 “중앙회는 ‘원활한 소통을 위한 업무폰’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조합장들한테 물어보면 ‘(휴대폰을)와이프 줬다, 아들 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무용 휴대전화를 가족에게 준다면 횡령 아니냐”고 꼬집었다. 조합장만을 유권자로 두는 선거 구조가 조합장 개인의 이익을 챙겨주는 관행을 온존시킨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조합원 3000명 이상인 농·축협에 1표를 추가 부여하는 가중치 구조 역시 특정 조합장 표를 집중 공략하려는 유인을 키운다. 결국 이 구조 전체가 금권선거의 토양이 된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3월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농협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2/joongang/20260422093218333gvk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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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에서 임원실로, 보은 인사로 굳어진 ‘OB의 귀환’
당선 이후 강 회장은 빠르게 조직을 장악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막았고, 탄핵 정국으로 혼란하던 2024년 연말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9곳 중 6곳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올해 2월에는 측근으로 꼽히는 박서홍 전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를 농협중앙회 신임 부회장에 앉혔다.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특별감사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전임 부회장 자리에 선거 캠프 출신 인사를 앉혔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관 합동 농협개혁추진단의 공동 단장을 맡은 원승연 명지대 교수는 농협의 인사권 작동 방식에 대해 “후보추천위원회가 있다지만 그 구성도 결국 회장이 한다”며 “제도를 만들어놔도 실질적으로는 회장이 결정하는 구조”라고 짚었다. 이어 농협의 구조적 문제도 언급했다. “농협은 수평적 조직이 아니라 하이어라키(Hierarchy, 위계질서)가 있는 조직이다. 그런 조직에서는 상임이든 비상임이든 위를 볼 수밖에 없고, 권력이 위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현 농협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이 지적하는 또 다른 농협 권력의 특징은 이른바 ‘OB(올드보이)의 귀환’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한 사람들이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때 선거 캠프로 갔다가 이후 계열사 임원이나 요직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특히 이번 강호동 회장 재임 중 그런 현상이 제일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캠프에 합류한 퇴직자들이 이후 계열사 임원이나 요직으로 복귀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권력이 선거를 통해 재생산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인사가 단순한 조직 운영 수단이 아니라 충성과 보은의 매개가 된다. 농협 내부가 회장을 정점으로 한 정치적 인사(人事) 시장처럼 작동하게 되는 셈이다.
올해 초 NH투자증권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은 이러한 구조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NH투자증권은 CEO 임기가 3월 26일 만료됨에 따라 2월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시작으로 총 5차례의 위원회를 열었지만, 3월 11일 ‘경영승계절차 지연 공시 입장문’을 통해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서 대표이사 선임안이 제외됐다고 밝혔다. 이어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각자대표와 단독대표 체제에 대한 대주주의 제안이 있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그 이면에 강 회장의 입김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해 두 자리 중 한 곳에 측근을 앉히려 한다는 관측이다. 사실 강 회장의 NH투자증권 인사 개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24년 3월 이석준 전 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신임 대표 후보로 추천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증권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요청을 거부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농협중앙회가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에 관여할 수 없다’며 경고를 날리고,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대한 검사에 나섰다. 결국 부사장이었던 윤병운 대표가 수장으로 선임됐지만, 이후 이 전 회장이 물러나고 강 회장의 장악력이 강해지자 시장에서는 윤 대표가 임기 종료 후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에는 강 회장 선거 캠프 출신으로 알려진 배경주 전 NH투자증권 전무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 “겉으로는 자체 개혁을 말하면서 뒤로는 캠프 출신 인사를 핵심 계열사 수장에 앉히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오른쪽 두 번째)이 3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업협동조합 개혁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2/joongang/20260422093219633nle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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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을 농민에게 돌려달라”…거리로 나온 분노
강호동 회장은 1월 13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면서 자체 개혁위원회 구성을 약속했고, 일주일 뒤인 1월 20일 농협개혁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학계·농업인단체·소비자단체·법조계 등 외부 전문가 11명과 내부 인사 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이광범 법무법인 LKB평산 이사회의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매월 정례회의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농협은 “외부의 시각에서 농협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실행 중심의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용희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3월 24일 위원회가 내놓은 자체 개혁 권고문에 대해 “독자적인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개혁안 대부분이 국회에서 이미 법으로 통과시킨 내용을 가져다 쓴 수준”이라며 “반성은 없고 정부가 요구하니 요식행위는 갖춰야겠다 싶었던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회원조합을 더 옥죄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중앙회가 개혁을 명분으로 조합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며 “중앙에서 비위가 반복되다 보니 농민 지원은 실종되고 수익 구조도 농민 쪽으로 흐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원회 구성 자체도 문제 삼았다. “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넣어버렸다”며 “농협 경제연구소 연구원 출신이거나 중앙회 자회사 사외이사로 보수를 받았던 사람, 중앙회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거기서 어떤 변화가 나오겠느냐”는 게 그의 진단이다.
개혁 논의가 회의실 안에서 맴도는 동안 농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3월 16일 전농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호동 회장의 즉각 해임과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권력을 농민에게, 농협을 농민에게”라는 구호와 함께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도 벌였다.
민관 합동 농협개혁추진단은 3월 11일 감사위원회 외부 설치, 중앙회장 인사 개입 원천 금지를 골자로 한 1단계 개혁방안을 발표했고, 당정은 농협개혁추진단 논의를 바탕으로 4월 1일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당정의 권고안과 농협 자체 안은 핵심 쟁점마다 정면으로 충돌한다. 농협 자체 안은 감사위원회를 내부에 두고, 현행 조합장 선거제를 유지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단계 끝낸 농협개혁 논의, 그래도 남는 질문들
현장의 시각도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들은 4월 9일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정부와 국회의 농협법 개정 추진이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라며 조합원 직선제 도입 등을 반대하고 나섰다. 한 유력 조합장은 “정부의 농협 개혁 방안과 농협 자체의 내부 개혁안이 동시에 제시된 것은 누적된 문제의식에 대한 개선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농협 고유의 자율성과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조합장 다수의 공통 의견”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감사의 주체가 누구인가보다, 실질적인 통제와 견제 기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느냐”라고 짚었다.
농협은 정부 개혁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법 개정이 시행되는 부분이라 자체적인 계획이나 입장은 없다”며 “(자체) 농협개혁위원회의 개혁방안 논의는 끝났고, 위원회는 자문·권고 기구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용희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이 같은 농협의 안일한 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질타했다. 그는 “조합원 직선제 등 당정 개혁안을 농협이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어질 (농협개혁안 관련) 입법 과정에서 농협이 이전처럼 국회에 로비를 시도하는 등 잘못된 모습을 보이면 전농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다정 월간중앙 기자 yeo.da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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