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재판하면 법원은 뭘 하나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데스크 2026. 4. 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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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 검사.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신상규명 국정조사’라는 것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미 법원에 넘겨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왜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조작기소 의혹사건’이란 예단을 가지고 7개나 되는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벌이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미 그렇게 단정할 일이라면 굳이 국정조사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집권당이 ‘조작기소’라고 평가할 정도의 문제라면 당의 의원총회나 국회 본회의를 통해 공소 무효를 선언하는 법을 만드는 게 논란과 비용 절감을 위해서 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당이 ‘조작기소’라며 국정조사까지 벌이는 이유는 사법부를 믿지 못해서인가? 속내가 그것이라면 삼권분립 포기를 선언하든가, 국회 안에 대법원을 두든가 할 일이다.

웃프기 짝이 없는 증인 신문 장면

민주당이 공소취소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을 피고인 혹은 공범으로 한 사건에 대해서다. 그런데 ‘기소가 억울하다’, ‘그 이유가 의심스럽다’고 할 피고인은 무수하다고 봐야 한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와 그 여당이 이들을 나 몰라라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 모두를 위해 그때마다 국정조사를 하거나 특검법을 입법하고,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이 소리 질러 검사들을 겁박해 줄 의지가 있는가?

국정조사특위의 증인 신문 장면을 보면 이런 코미디가 따로 없다. 대한민국 헌법, 국회법,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등 어느 것을 봐도 국회의원이 증인이나 참고인들에게 고함지르고 삿대질하면서 답변 내용을 일방적으로 단정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그런데 몇몇 의원들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증인 등을 몰아세운다.

아마도 그게 국회의원의 특권이라고 여기는 모양인데 이 경우에도 일종의 ‘미란다 원칙’이 필요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증인(혹은 참고인)은 국회의원들로부터 호통이나 심한 질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큰소리로 항의하거나 반박할 경우 국회 모욕죄로 처벌 받을 수 있음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15일 김영남 전 부장검사가 증인으로 특위에 출석했다. 김 전 검사가 “왜 소리를 지르십니까”라고 어필하자 서영교 특위 위원장이 고함을 질렀다.

“김영남 증인, 지금 검사로 왔어요? 오늘 증인으로 온 이유는 여러분이 저지른 일이 있기 때문…. 고개를 그렇게 뻣뻣이 들고….”

“위원장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무슨 고개를 뻣뻣이 들고…”

서 위원장이 더 큰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말조심하세요. 증인 말조심하세요.”

“죄송합니다만, 이런 식으로 하시면 제가 답변할 수가 없습니다.”

김 증인이 이렇게 말하자 서 위원장은 갑자기 국민을 찾았다.

“누구도 자기 사건 재판관 될 수 없다”

“국민 여러분, 저 모습을 보세요. 저런 자세로 쌍방울 전부 다 치고, 이화영 치고, 대통령 후보 치려고 했던 그 중심에 김영남 검사가 있었어요.”

법정이 사법부, 입법부 두 군데서 열리고 있는 셈이다. 서 위원장이 판사가 된 양 수사 검사를 피고인처럼 몰아세웠다. 언제부터 국회가 법정이 되었는지,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광경이 국회에서 날마다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입법권까지 행사하겠다면 사법부는 뭘 하라는 것인지 그것부터 말해 주시라.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그 다음 날, 그러니까 지난 16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대장동·대북송금) 사건은 문재인 정부에서 다 시작돼서 저희한테 넘어온 잔여사건이었지, 새로 제가 수사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입장문에서) 입법부가 사법부 판결에 개입하는 건 삼권분립에 정면으로 반한다(했는데 지금도) 같은 입장이냐”고 묻자,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재의 국정조사가)헌법 파괴, 법치주의 파괴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는 이렇게 답변했다.

“헌법과 법률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김용 전 부원장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선고하라고 하시는 것을 봤는데, 그것을 보면 명확하게 재판에 관여할 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장면들로 미루어 민주당은 김용 전 부원장은 물론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복역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기소도 조작된 것임을 특위 차원에서 규명(?)해 냄으로써 이재명 대통령이 자연스레 혐의를 벗어버리는 구도로 몰아가는 인상이 짙다. 요지는 이거다.

“당신들(수사검사)들 스스로 조작 기소였음을 시인하고 공소를 취소하라. 물론 수사상의 과오도 전적으로 당신들이 책임지라.”

민주당은 법무부의 협조 아래 검사들을 을러대는 것으로 이 대통령의 혐의 자체를 말소시키는 공을 세우고 불명예와 법적 책임은 검찰에 떠넘기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겨냥한다고 추측되는 데 아닌가?

공소취소 외주 방식으로 하나?

이날 청문회에서 호승진 전 검사는 “김용·유동규가 (뇌물)수수자라고 상고를 해 놓은 상태다. 대법원에서 저희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나중에 (민주당 의원들은) 어떻게 하시려는지 굉장히 놀랍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눈 하나 깜빡할 민주당 의원들이 아니다. 집단으로 벌이는 일은 책임소재가 모호해진다. 모두가 책임지는 것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특위 참여 민주당 의원들은 안심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다.

민주당에 의해 유난히 미움을 받아 온 박상용 부부장 검사는 이번 국정조사에서도 두 차례나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가 직무정지 당하고 다음 날엔 대장동 수사검사의 일원으로 법무부 감찰 대상이 됐다. 그는 지난 3일에 이어 14일에도 증인 선서를 거부했는데 “특검에 의한 공소취소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만 해주면 바로 선서하겠다”는 입장을 청문회장 밖에서 밝혔다. 그가 비유로 한 말이 흥미롭다.

“‘신세계’ 영화를 보셨나. 조폭 두목이 조폭한테도 못 시키는 걸 연변에 있는 낭인들을 불러다 시킨다. 정당한 공소취소라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못하나. 감옥 갈까봐 못하는 거 아닌가. 특검은 책임을 안 지니까 특검 통해서 하는 것 아닌가.”

말하자면 법무부와 민주당이 공소취소도 외주 방식으로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을 위해 ‘공소취소’를 성사시켜야겠지만 법무부-검찰 라인에서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처리하기엔 부담이 크다. 자신들의 안전을 포기해가면서까지 충성할 생각은 없다. 이렇게 보인다는 게 박 검사의 말뜻이다.

결국 국정조사 소환 압박에 시달리던(아마도) 이주용 대장동 2기 수사팀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간 법무부나 민주당에 고분고분한 인상을 줬던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7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어떠한 국정조사도 재판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또 증언대에 선 사건 담당 검사와 수사관들이 모욕적인 말을 듣거나 답변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임기 후 재판받겠다고 공언해야

그는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관련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평검사나 수사관들에 대한 증인채택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검찰의 수장으로서 당연한 요구인데 너무 늦었다. 지난 7일 정유미 검사장(대전고검 검사)이 검찰 내부망에 ‘내 새끼 패는 옆집 남자에게 몽둥이 쥐여주는 아비’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을 때 그는 침묵했었다.

정 검사장은 “정치권에선 대북송금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조작되었다며 검사 하나를 두들겨 패고 있다”고 썼다. “사실상 방어력이 없는 평검사 개인에게 이처럼 집단 린치가 가해진 적이 역사상 있었나 싶다”는 말도 했다. 구 대행이 그 때라도 ‘내 새끼’ 지켜주는 ‘아비’의 도리를 해줬다면 검찰 구성원들에겐 큰 위안이 되었을텐데 입 떼기가 많이 늦었다.

정치권의 도를 넘는 사법 개입으로 법치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통령이라도 범법 혐의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정치적 위상, 정치논리가 법치의 원칙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이 대통령은 임기 후 재판을 받을 것임을 공언해야 한다. 국민주권정부를 선언한 당사자로서 ‘법 앞의 평등’ 원칙을 지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책무다.

그럴 용기가 없어서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법치의 상식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을 사법적 위기에서 구해주길 바란다면 갈 데 없는 겁쟁이로 역사에 기록되고 만다. 그게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길이라고 여겨 집단적으로 사법을 농단하기로 작정했다면 그런 정당은 ‘국민’을 운위할 자격이 없다. 정말 어쩌려고들 이러는지 도무지 짐작이 안 된다.

천망회회소이불루(天網恢恢疎而不漏: 하늘의 그물은 아주 성글어 보이지만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던 지난 2023년 2월 월례회의에서 당시의 이 총장이 인용한 도덕경의 경구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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