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에 홀로그램까지 완벽…부동산 덮친 ‘가짜신분증’ 공포

김예정 2026. 4. 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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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엄연히 불법인 위조 신분증을 제작해준다는 광고 계정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를 통해 위조된 신분증을 이용한 사기 사건이 잇따르는데도 광고 게시물 자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에서 위조 주민등록증 구매를 문의하자 판매자가 보내준 제작 예시. 김예정 기자


2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소년들이 흔히 사용하는 SNS에서 “‘실쯩(실물 신분증)’ ‘모바일쯩(모바일 신분증)’ 싸게 만들어드립니다”와 같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신분증에 들어갈 증명사진과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보내주면 2~3일 만에 제작해 택배로 보내준다고 광고한다. 비용은 5만~6만원 선이며, 모바일 신분증의 경우 1만5000원에도 제작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정부24나 PASS 어플처럼 모바일 신분증 화면을 띄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제공해주는 방식이다.

한 업체에 실물 주민등록증 제작을 문의하자 판매자는 “진짜 신분증과 거의 흡사하다. 지금까지 걸렸다는 손님은 없다”며 자신있게 구매를 유도했다. 제작 방식을 묻자 그는 “컴퓨터로 편집해 (기계로) 카드 샘플을 뽑아서 홀로그램을 입힌다”고 답했다. 모바일 신분증을 제작한다는 다른 판매자도 “(진짜 신분증과) 거의 똑같다. 티는 안 난다”고 강조했다.

X에서 위조 주민등록증 판매자에게 예시를 문의하자, 판매자가 보내준 다른 고객과의 대화 캡처. 김예정 기자


지난해엔 PASS 앱 모바일 신분증을 제작 판매한다는 광고를 디스코드에 게시한 혐의로 A군(당시 17세)이 인천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기도 했다. A군이 홍보 목적으로 올린 영상에는 직접 위조한 모바일 신분증 화면으로 편의점에서 성인인증을 하고 술과 담배를 구매하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 제작한 신분증 화면에 성인인 제3자의 QR코드를 삽입하는 형식으로 성인인증을 통과하도록 하기도 했다. A군을 수사한 대구경찰청은 신분증을 구매한 사람들의 신원도 특정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위조한 실물·모바일 신분증은 미성년자의 술·담배 구입과 같은 단순 비행을 넘어, 부동산 사기 등 더 심각하고 피해 범위가 큰 범죄에도 악용되고 있다. 집주인인 척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올린 뒤, 위조 신분증을 제시하며 가계약금을 편취하는 수법이다. 심지어 공인중개사 행세를 하며 위조한 신분증과 명함, 공제증서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해 3월과 지난 1일 두 차례에 걸쳐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특별히 주의를 당부했다. 협회 관계자는 “특히 3~4월 봄 이사철에 급하게 집을 구하는 수요를 노린 경우가 많다”며 “수백만원대 피해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X에서 위조 주민등록증 판매자와 나눈 DM(다이렉트 메시지) 내용. 김예정 기자


더 큰 문제는 이런 위조 신분증 거래에 대한 단속이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는 SNS 등 온라인에 게시된 신분증 위변조 광고를 모니터링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 수사의뢰 건수는 모니터링을 시작한 2023년 161건, 2024년 186건, 2025년 201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그러나 이 중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A군 사례 한 건에 그쳤다. SNS 계정 특성상 IP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현행법상 판매된 신분증이 범죄에 악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광고 게시 자체만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법(37조)과 형법(225·229조)은 신분증을 위·변조하거나 그 신분증을 행사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신분증 위·변조 광고를 게시한 사람을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지난달 3일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조 신분증의 제작·유통뿐 아니라 광고물을 제작·게재하는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남권율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위조 신분증이 부동산 사기 등 중대 범죄의 도구로 악용되는 만큼 광고 게시 단계부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정 기자 kim.ye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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