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옥마을 수상한 박물관…KOREA 간판 달고 중국유물 전시

서울 은평구 은평한옥마을 내 개관을 앞둔 ‘대한박물관(Korea Museum)’이 명칭과 다르게 실제로는 중국 역사와 관련한 물품들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 논란이다.
20·21일 찾은 ‘대한박물관’ 부지에는 총 지상 4층 규모의 전시관과 1층 카페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 외벽에 벽지 스티커 형태로 게재된 안내판에는 대한박물관이란 이름 밑으로 하·상·주, 춘추전국 시대와 진·한·당·송·명·청 등 중국 역대 왕조사가 차례로 나열돼 있고, 그 아래 병마용·당삼채·서화 등 전시품 목록이 적혀 있었다. 한국 역사와 관련한 내용은 가장 아래에 적혀 있는 “한국, 일본 및 세계 각지의 예술품도 일부 전시”라는 설명이 전부였다. 또 전시관 내부엔 진시황릉에서 발견된 ‘병마용’과 유사한 모양의 전시물도 놓여 있었다.
이 내용은 페이스북·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되었다. “일종의 동북공정 아니냐” “이름은 대한박물관인데 왜 중국왕조를?” 등의 반응이 잇따르기도 했다. 은평한옥마을을 방문한 시민들도 “정체가 궁금하다”는 후기를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관할 자치구인 은평구청은 당초 해당 박물관의 운영 주체를 한국 국적의 개인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박물관을 설립한 건 ‘대한박물관 주식회사’란 법인이다. 등기상 대표이사는 한국인 A씨로 돼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계로 추정되는 이름을 가진 미국 국적자 B씨가 사내이사로 취임했고, 건물 계약 역시 B씨가 직접 했다고 한다. 법인의 설립 목적은 ‘예술품 및 골동품 전시, 도소매 및 판매대행업’으로 기재돼 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한박물관 관계자 C씨 역시 자신을 중국 국적이라고 소개했다. 박물관을 설립한 법인 운영자와는 지인 관계라고 설명한 C씨는 설립 주체가 “한국 국적을 가진 법조계 종사자”라고 밝혔다. 그는 박물관의 설립 목적에 대해 “사업 분야 자체는 골동품 판매 및 소매업으로 알고 있다”며 “(운영 주체 측은) 다양한 나라에서 참여하는 기관으로, 향후 경매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중국사를 중심으로 다룰 뿐이고 한국·일본 등의 역사도 다룬다”고 설명했다. 또 명칭을 ‘대한’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그냥 대한이라는 이름이 멋있어 정했을 뿐”이라며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건 인지하고 있으나, 개관을 앞두고 운영사 측에서 별도로 공식적인 해명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대한박물관이라는 명칭을 내세운 채 실제로 전시관은 중국 역사와 관련한 전시품들로 채워 놔 방문객들에게 혼란을 줄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이를 제재할 수단은 없다는 점이다. 해당 박물관은 개인이 만든 법인에서 건립한 사립박물관이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따르면 사립 박물관의 명칭 사용이나 전시 내용은 사실상 자유에 가깝다. 지자체에 관리 박물관으로 등록하면 매년 전수조사를 통해 역사 왜곡 소지가 있을 땐 등록 취소가 가능하지만, 등록 자체는 선택 사항이고 등록이 취소되더라도 지원 혜택 등만 받지 못할 뿐 박물관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비슷한 민원 사례가 최근 없었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 구청도 인지하고 있다”며 “건물 이름과 실제 전시 내용이 달라 왜곡 소지가 있어도 ‘표현의 자유’라고 하면 이를 막을 수단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청 측은 건축법 위반 소지를 통한 행정 조치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박물관 부지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 구역으로, 건축법상 ‘문화 및 집회시설’로 분류되는 박물관이 입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합당하게 운영되는 시설인지는 개관(5월 예정) 후에 추가 확인할 예정이며, 허가된 시설물의 이용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적절한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찬우 기자 han.cha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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