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판으로 추위 버티던 노인도 ‘보일러 펑펑’…괴산 산골마을 비밀 [르포]
최종권 2026. 4.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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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전기장판 의존하던 노인 사라져”
지난 20일 충북 괴산군 장연면 장암리 ‘담바우 에너지공급센터’. 산림 부산물로 만든 목재칩을 연료로 활용한 초대형 난방시설이다. 산림청의 산림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에 선정돼 옛 장평분교 부지에 국비 등 63억원을 들여 2024년 7월 준공했다. 에너지공급센터 안에 있는 400㎾급 목재칩보일러 2대가 가동 중이며,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열병합발전기도 갖췄다. 장암·신대마을에 사는 60여 가구가 센터에서 나온 열로 3년째 난방을 하고 있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홍남표(70) 소장은 소형 적하기에 목재칩을 한가득 실어 금속 방열판이 부착된 보관창고로 옮겼다. 연료저장고에 목재칩을 넣기 전 한 번 더 건조하기 위한 조처다. 홍 소장은 “기존에 기름보일러를 썼던 어르신들이 중동 전쟁으로 난방유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고 ‘바꾸길 잘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마을 130여 가구 중 60가구가 중앙난방 시스템을 통해 열을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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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칩 보일러 활용…개별 난방→중앙난방
5~6㎝ 크기의 잘 말린 목재칩을 시간당 130㎏을 보일러에 넣는다고 한다. 목재칩 매입 단가는 1t에 13만~15만원 정도로 동절기에는 하루 3t, 하절기엔 그 절반을 쓴다고 했다. 목재칩보일러에 집진 시설 등을 갖춰 연기나 그을음이 밖으로 새지 않는다. 홍 소장은 “목재칩보일러에서 85도로 달궈진 온수가 배관을 타고 마을을 순환하는 방식으로 각 가정에 열을 공급한다”며 “개별 주택에 달린 열교환기를 거쳐 300L짜리 축열 탱크에 온수를 저장해 난방한다”고 말했다. 열 배관은 80㎝ 깊이로 전체 7.17㎞가 깔렸다.
주민 권오순(68)씨는 “연료비 걱정 없이 난방도 하고, 일 년 내내 따뜻한 물을 쓸 수 있어서 좋다”며 “한겨울 난방비가 25만~30만원 수준으로 기름보일러를 쓰는 가정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중앙난방으로 바꾸기 전까지 권씨의 겨울은 사투였다. 화목보일러를 썼던 터라 불을 지피고 나서도 온기가 돌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권씨는 “화목보일러 연통에 그을음이 잔뜩 껴서 연통이 벌게지며 불이 날 뻔한 적도 있었다”며 “그을음 걱정도 없고, 무거운 장작을 패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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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보일러 대비 연료비 32% 절감
담바우 에너지공급센터 측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이 마을의 난방비는 기존 연료 대비 획기적인 절감률을 기록했다. 기름(등유)보일러를 쓰던 가구는 32%의 비용을 아꼈고, LPG(17.7%)나 심야전기(17.7%) 사용자들도 두 자릿수 이상의 절감 효과를 봤다. 이미숙(64)씨는 “심야전기를 쓸 때보다 월 10만원 이상은 비용이 덜 나온다”며 “한겨울에도 기름을 아끼려고 보일러를 끈 채 전기장판에 의존하던 고령 노인들이 훈훈한 겨울을 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센터는 마을 주민들로 구성한 협동조합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조합은 목재칩 매입과 센터 운영비를 제외한 누적 수익금 2500만원을 난방비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군 조례에 따라 1kWh에 132원을 내던 열 사용료를 지난 1월부터 110원으로 17% 낮췄다. 홍남표 소장은 “난방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주민들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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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수익금 2500만원 환원
이옥자 괴산군 산촌소득팀장은 “목재칩보일러에서 나온 가스를 활용한 열병합 발전이 가동되면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팔수 있고, 추가 열 생산도 가능하다”며 “추가 수익은 조합 운영비나 난방비 절감에 보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익원 정원산림과장은 “산림에너지 자립마을은 에너지 취약 지역인 산촌의 난방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버려지는 산림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범 사례”라며 “현재 건립 중인 장암리 탄소순환센터 등 공공시설에도 센터에서 생산한 열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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