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비업무용 부동산까지...다음 세금 타깃은 [스페셜리포트]
이재명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세금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주택자에 이어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부담까지 늘리기로 해 재계가 시끌시끌하다. 기업들의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재계에선 자칫 징벌적 과세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오는 5월 9일 이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고 보유세까지 높아지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李 “투기로 이익, 불가능하도록”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전체회의에서 “기업들이 당장 쓸데없는데 뭣 하려고 (비업무용 부동산을) 대규모로 갖고 있나”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앞으로는 할 수 없게, 부동산을 투기적으로 운영해 이익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게 만들어놔야 대한민국 산업·경제 체제가 제대로 굴러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어차피 주택 문제 다음 단계를 농지에서 일반 부동산으로까지 확장해나갈 것인데 얘기 나온 김에 미리 점검해보라”고 청와대 정책실에 지시했다.
비업무용 부동산은 법인이 취득한 뒤 일정 기간 내에 취득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거나, 적정 기준을 넘겨 과도하게 보유한 토지나 건물을 가리킨다. 과거 정부에선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취득·보유·양도 등 단계마다 강도 높은 세금을 매겼다. 한정된 국토를 생산 활동에 쓰도록 유도하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규제가 완화됐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발간하는 ‘지방세 통계연감’에 따르면 재산세 종합합산 과세 대상인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면적은 2024년 기준 2126㎢로 집계됐다. 2021년(3452㎢) 대비 약 38% 줄어든 규모다. 보유 면적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여의도 면적의 733배, 서울 면적의 3.5배에 달하는 땅을 업무와 무관하게 보유했다.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상장사 전체의 투자부동산 규모는 80조87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부동산이란 기업이 직접 활용하지 않고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위해 보유하는 부동산이다.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해석된다.
비금융사 중 투자부동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KT로 2조7720억원에 달한다. 과거 전화국이 있던 시절 전국에 포진한 지역 사옥들이 투자부동산으로 분류된다. 포스코홀딩스도 1조7000억원 규모 투자부동산을 보유했다. 제철소가 위치한 경북 포항, 전남 광양 일대 일부 공장설비 축소, 이전으로 유휴용지가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부자’로 불리는 롯데쇼핑 역시 1조6000억원의 투자부동산을 보유했다. 삼성생명(6조원), KB금융(3조2242억원) 등 금융사들도 투자부동산 보유 규모가 크지만 이들은 대체투자 차원에서 펀드, 리츠를 통해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이들 부동산은 대체로 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된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대기업의 부동산 자산 급증을 두고 규제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24년 발표한 ‘5대 재벌 경제력 집중 및 부동산 자산 실태’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국내 5대그룹의 토지자산 장부가액은 15년(2007~2022년) 사이 47조원 넘게 불어났다.
이 대통령 발언은 기업들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을 생산·연구개발(R&D) 시설 등 업무용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란 분석이다. 한편에선 불필요한 수도권 유휴용지 매각을 유도해 주택 공급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매년 27만가구, 5년간 135만가구를 착공한다는 목표치를 세웠다.
재계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장 설립을 위해 부지를 매입했지만 자금 조달이나 인허가 문제로 착공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잖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매각 실패 등으로 불가피하게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도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 업체의 경우 공장 증설에 대비해 인근 부지를 미리 확보해두는 사례가 많고, 사업이 부진하면 이 부지가 유휴 상태로 남기도 한다”며 “일률적으로 투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이 보유한 고가주택도 타깃으로 삼았다. 국세청은 기업이 보유한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비업무용 부동산의 탈세 여부를 검증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민주택 규모(전용 84㎡) 이상이고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을 보유한 법인은 1600여곳에 이른다. 해당 주택 수는 2630개다. 전체 공시가격은 5조4000억원으로 평균 공시가격은 약 20억원으로 나타났다. 50억원이 넘는 주택이 100여곳에 이르고,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도 있었다. 법인 명의의 고가주택에 살며 세금을 탈루하는 사주 일가가 집중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투기성 농지 적발되면 즉시 처분 명령
이뿐 아니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농지도 정부 집중 규제 대상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이 나라 모든 문제의 원천은 부동산”이라며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수도권 농지가 농업 생산 수단이 아닌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변질됐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농지법을 개정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투기성 농지가 적발되면 즉시 처분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정부가 내놓은 농지 전수조사 방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에 걸쳐 전체 농지 195만4000㏊(1㏊는 1만㎡)를 조사하기로 했다. 올해 1단계 조사에서는 농지법이 시행된 1996년 이후 취득 농지 115만㏊를 점검한다. 내년 2단계 조사에서는 농지법 시행 전 취득 농지 80만㏊를 조사해 농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행 농지법은 ‘경자유전(농사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뜻)’이 원칙이다. 농지 투기는 경자유전 원칙을 훼손하고 청년농과 귀농인의 농지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만큼, 위반 시 처분 명령을 받을 수 있다. 만약 1년 내 매각하지 않으면 6개월 내 강제 처분이 이뤄지고, 그때까지 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되는 구조다.
하지만 이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부는 관외 거주자, 공유 취득자, 불법 의심 농지 등 투기 위험군을 선별해 실제 경작 여부와 이용 실태를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농지 가격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농지은행이 발표한 2025년 개별공시지가를 3.3㎡(1평) 기준으로 환산하면 서울 농지는 144만원, 경기도는 30만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전북·전남·충청·강원·경북 등 지방 농지는 대부분 3.3㎡당 10만원에도 못 미친다. 지역 간 격차가 최대 30배 이상 벌어졌다는 의미다.
특히 개발 기대가 높은 지역일수록 가격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경기도 농지 공시지가가 평균 7.3% 오르는 동안 광명, 과천은 각각 48%, 21.7% 급등했다. 광명은 3.3㎡당 농지 공시지가가 33만원에서 49만원으로 뛰었다. 실거래가는 훨씬 높다. 지난해 경기도 농지의 평균 실거래 가격은 3.3㎡당 60만7000원으로 공시지가의 두 배 수준이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10억 주택 20억에 매도하면 ‘2배’
부동산 시장 최대 관심사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머지않았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5월 9일 종료하되, 해당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면 중과 적용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증가, 시군구청의 심사 소요 기간 등을 감안하면 4월 중순 이후에는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더라도 5월 초까지 허가 여부가 불확실한 현실을 고려한 조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노무현정부 시절 처음 도입됐다. 이후 중단됐다가 문재인정부 시절 부활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2022년 5월부터 중과를 유예해왔다. 이번 조치로 5월 9일 이후에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세가 급증할 전망이다.
현재 주택 양도세 기본세율은 6~45%다. 하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주택자에게 20%포인트, 3주택자에게 30%포인트의 중과세율이 더해진다. 주택 양도차익에 최고 75%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실효 부담은 최고 82.5%까지 치솟는다.
사례로 보면 세금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과 박정환 세무법인 율제 대표세무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전인 2016년 10억원에 산 주택을 20억원에 매도하려는 2주택자 A씨가 5월 9일 이전에 집 한 채를 팔면 양도세는 약 3억2891만원이다. 기본세율이 적용되고 10년 보유에 따른 20%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5월 10일 이후 매도하면 양도세가 급증한다. 기본세율에 20%포인트 중과가 붙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배제돼 양도세는 약 6억4076만원으로 뛴다. 세 부담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같은 조건에서 3주택자라면 양도세는 7억5048만원까지 불어난다.
다주택자 규제 이후에도 집값이 불안할 경우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택 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구성된다.
정부가 당장 보유세율을 올리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정한다. 이후 종부세 세율을 곱해 납부세액을 산출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면 과세표준이 늘어나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법률을 개정할 필요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해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 덜하다.
종부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문재인정부 들어 80%에서 95%로 단계적으로 인상됐지만 2022년 이후로는 60%로 낮아졌다. 재산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 수준이라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약 현행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면, 공시가격 20억원 주택 보유자의 종부세가 약 330만원에서 480만원 수준으로 높아져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주택 공시가격까지 뛰며 보유세 인상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2026년 주택분 보유세수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주택 보유세수는 8조7803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보유세수 추계액(7조6132억원) 대비 약 15.3%(1조1671억원) 증가한 규모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전국 표준주택(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평균 2.51%,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9.16% 오를 전망이다.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8.67%에 달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를 반영해 올해 주택 보유세를 산출한 결과 재산세는 지난해 대비 13.4%(8593억원) 증가한 7조2814억원, 종부세는 25.9%(3079억원) 늘어난 1조499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 주택 1채당 평균 재산세는 35만8160원, 납세 의무자 1인당 평균 종부세는 329만2111원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대비 재산세는 4만2267원, 종부세는 67만6211원 오른다.
고가주택일수록 보유세 부담은 높아진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차 전용 111㎡의 올해 공시가격은 47억2600만원으로 지난해(34억7600만원) 대비 36% 올랐다. 이를 반영한 보유세는 지난해 1858만원(재산세 743만원·종합부동산세 1115만원)에서 올해 57.1% 오른 2919만원(재산세 949만원·종부세 1970만원)으로 1년 새 1061만원 늘어난다. 정부가 향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고 보유세율을 높이면 고가주택 보유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종부세 공제액·세율 조정 가능성
정부의 과세 기조 변화는 개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도 다음 타깃으로 거론된다.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에 부과되는 종부세 부담은 연일 증가 추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법인의 종합합산 토지분 종부세 결정세액은 2020년 1조1660억원에서 2024년 1조5559억원으로 4년 새 약 33% 증가했다. 납세 법인 수도 약 30% 늘어난 2만1859개로 집계됐다.
이미 현행 제도에서도 법인이 비업무용 토지를 보유할 경우 업무용 토지보다 종부세 부담이 무겁다. 일반 업무용 토지는 공시지가 기준 80억원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지만, 비업무용 토지는 기본공제가 5억원에 그친다. 같은 토지를 보유하더라도 과세 문턱이 크게 낮다는 의미다. 세율 차이도 뚜렷하다. 업무용 토지는 0.5~0.7% 수준인 반면, 비업무용 토지는 1~3%가 적용된다.
유력한 개편 시나리오는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즉 종합합산 토지분에 대한 종부세를 더 강화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의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5억원을 공제한 뒤 공정시장가액비율 100%를 적용해 과세표준을 정한다. 이후 15억원 이하 1%, 15억~45억원 이하 2%, 45억원 초과 3%의 세율을 매겨 종부세를 부과한다.
제도 구조만 놓고 보면 손댈 수 있는 지점은 분명하다. 공제액을 낮추거나 세율을 올리는 방식이다. 종부세법 제정 당시 토지분 공제액은 3억원이었다. 현행 5억원을 다시 축소하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 가능한 카드다. 세율 역시 상향 조정하거나 과세표준 구간을 보다 촘촘히 나누는 방식이 거론된다.
21대 국회였던 2020년 당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부세 토지분 과표 구간을 현행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구간은 15억원 이하, 45억원 이하, 100억원 이하, 200억원 이하, 200억원 초과로 나누고 세율은 각각 1%, 2%, 3%, 4%, 5%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당시 법안이 현실화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제도 개편의 참고 모델로는 충분히 거론될 수 있다.
법인세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법인세법은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토지를 양도할 때 기본 법인세 외에 10%포인트를 추가 과세한다. 업무용·비업무용 부동산의 판정 기준을 더 엄격하게 손질하면 과세 대상은 넓어질 수 있다. 여기에 이자·유지비 같은 관련 비용의 손금불산입(회사에서 비용으로 처리했지만 세법상 비용(손금)으로 인정되지 않아 법인세 과세표준에 가산되는 조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기업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박정환 세무법인 율제 대표세무사 분석에 따르면, 연간 과세표준 200억원 규모의 A법인이 비업무용 토지 300억원을 보유한 상태에서 50억원의 양도차익을 실현할 경우 종부세와 법인세 부담은 큰 폭으로 늘어난다. 현행 종부세 최고세율 3%가 5%로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과세표준 45억원 초과분에 추가 과세가 붙어 연간 종부세만 약 5억원 증가한다. 여기에 매각 시 양도차익 50억원 전액이 최고세율 22% 구간에 반영되면 기본 법인세 11억원이 발생하고, 비업무용 부동산 추가 과세 5억원이 더해져 총 16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세 부담은 17억6000만원으로 껑충 뛴다.


보유세 집중 과세 위험…출구 열어줘야
정부 세금 정책의 명분은 분명하다. 투기적 보유를 줄이고, 놀고 있는 자산을 시장 밖으로 끌어내 생산적인 용도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금만으로 시장을 움직이겠다는 접근은 각종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보유세 강화 방향은 이해되지만, 보완책이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시장 왜곡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논쟁의 출발점은 ‘보유세 중심 규제’가 과연 한국 부동산 시장에 맞는 방식이냐는 질문이다. 보유세 강화의 큰 방향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물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추가 공급이 불가능한 토지 활용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보유세 강화는 의미가 있다”고 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역시 “장기적으로는 유휴 토지나 사옥, 부지 매각을 유도해 자본이 산업 투자로 이동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려면 세금 부담을 늘리기에 앞서 업무용과 비업무용을 구분하는 정교한 잣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세수 확보 차원이 아닌 기업의 유휴 자산 처분을 유도할 수 있는 세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과세를 무겁게 한다고 해서 유휴 자산이 시장에 나오고 생산적 투자로 이어질까란 의문도 제기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현실에서는 투자와 투기, 실수요를 명확히 가르는 일이 쉽지 않다”며 “세금 강화는 기업들이 우회로를 찾는 이슈를 만들어내 투자 위축보다는 자산 운용의 왜곡 현상을 더 많이 유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장도 “기업은 수익을 위해 움직이는 조직인데, 정부가 일률적으로 비생산 자산이라고 규정해 매각을 압박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한국처럼 소유 형태만으로 중과하는 데 신중한 경우가 많다. 미국은 기업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생산 투자로 전환할 경우 세금 이연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장기 공실 부동산에 별도 ‘공실세’를 매기는 방식을 활용한다.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업무 무관 자산 취득에 높은 취득세를 부과한다.
윤지해 랩장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업무용과 비업무용, 다주택과 1주택 같은 소유 형태를 기준으로 과세 체계를 복잡하게 나누기보다 실제 수익이 발생한 부분을 중심으로 세금을 매긴다”며 “우리도 이를 참고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과세를 두고서도 논란이 뜨겁다. 이미 취득세와 양도세가 높은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까지 더해지면 시장 참여자는 ‘버티기’를 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세금 부담만 커진 채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정부 시절 경험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윤지해 랩장은 “당시 취득, 보유, 양도, 증여, 상속 등 전 세목에 걸친 조세 강화가 결과적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세금 정책 해법이 ‘더 센 증세’가 아니라 ‘더 정교한 균형’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유세를 강화하려면 취득세, 양도세 같은 거래세는 낮춰 출구를 열어줘야 매물이 줄어드는 ‘잠김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유휴 자산을 매각하거나 개발하는 기업에는 세액공제나 개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문도 더해진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비업무용 부동산 활용 계획을 제출한 경우 일정 기간 세금 중과를 유예하는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6호(2026.04.20~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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