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유죄 근거 '김태균 회의록', 실체 논란...왜?

김종훈 2026. 4.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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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진술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 작성 경위·원본 파일 부재 등 의혹...검찰·재판부 판단 놓고 의문 제기

[김종훈 기자]

 김태균 회의록. 김태균씨는 왼쪽 회의록을 일본에서, 오른쪽을 미국에서 공용PC를 이용해 작성, 출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형식이 완전히 일치한다.
ⓒ 김종훈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된 가운데 판결의 근거가 된 '김태균 회의록' 실체를 놓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약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신 지급했고, 그 목적이 당시 경기도지사인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과 연관된 비용이었다고 보고 기소했다. 실제 이 전 부지사의 1심 선고 후 닷새 뒤인 2024년 6월 12일 이 대통령과 이 전 부지사를 묶어서 대북송금 사건 제3자뇌물 혐의로 같이 기소했다.

그 연결고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 중 하나가 '김태균 회의록'이다. 당초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에 의존해 공소사실을 구성했는데, '김태균 회의록'은 '대북송금과 경기도와의 연관성'을 뒷받침 하는 직접적인 물증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김태균 회의록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유는 하나다. 유죄 판결의 결정적 증거가 된 김태균 회의록을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 일정한 김태균 회의록, 해외 공용PC에서 작성·출력

김태균씨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지시로 외국계 헤지펀드로부터 투자자금 조달업무를 맡았는데, 지난 2023년 5월 해당 회의록 출력물을 수원지검에 제출했다. 이 때는 수원지검에서 대북송금 사건 관련 공소사실을 완성하기 위해 소위 '진술세미나'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김씨는 해당 회의록을 일본 도쿄 하얏트 리젠시 호텔 비즈니스 센터, 미국 시애틀 브레이번 아파트 서비스센터, 홍콩과 마카오 등지의 숙소 공용PC에서 작성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현지에서 출력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일본 현지 호텔에 직접 가서 해당 공용PC에선 한글 문서 작성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문건을 생산한 곳으로 알려진 장소 자체가 없었던 것도 드러났다. 즉, 핵심 증거의 신빙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된 것이다.

문제는 해당 회의록의 디지털 원본파일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의록 작성 시점이나 문건 출력 시점이 확인되지 않는다. 법정에서 현출된 것은 김씨가 수원지검에 제출했다는 다섯 건의 종이 출력물뿐이다. 그럼에도 해당 문건은 대북송금사건의 핵심 증거로 활용됐고, 이 전 부지사 유죄 판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검찰은 회의록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3년 6월 13일 공판에서 검찰은 증인으로 나온 김씨를 향해 "증인이 작성한 회의록은 수사기관에 제출하기 위해서 나중에 별도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2019년 회의를 할 때마다 회의 내용을 그대로 기재한 것이라서 회의록에 기재된 내용은 모두 증인이 경험한 사실 그대로 기재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맞냐"고 묻는다. 이에 김씨는 "맞다"라고 답한다. 이 정도 수준으로만 확인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재판부, 추가 검증 없이 김태균 회의록 신빙성 부여
▲ 김성태 1심 집행유예 "착잡하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착잡하다"고 말했다. 2024-07-12
ⓒ 이정민
법원은 김태균 회의록의 신빙성을 철저하게 검증해 유죄 증거로 활용했을까. 그렇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전 지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사건 1심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1부, 재판장 신진우 부장판사)가 김태균 회의록에 신빙성을 부여한 이유는 '회의록 흐름이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검증 없이 이 전 부지사 유죄 증거로 활용한 셈이다.

"2019년 1월경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대북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해외자금 유치 업무를 요청받은 김태균의 진술과 당시 김태균이 작성한 회의록의 내용은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북한에 돈을 지급하였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신 부장판사가 '관련자들의 진술에 부합하다'고 본 흐름은 무엇일까?

김씨가 작성한 회의록은 총 5건으로 구성됐다. ①2019년 1월2~3일 ②1월26~27일 일본 도쿄 하야트 리젠시 호텔에서 작성한 것 ③2019년 2월 23일 ④3월 7일 미국 시애틀과 뉴욕의 아파트에서 작성한 것 ⑤2019년 4월 2~3일 중국 마카오의 호텔에 비치된 공용PC를 이용해 작성한 문건이다. 쌍방울이 대북송금사업과 관련해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시기와 겹친다. 그리고 다섯 건의 회의록에는 '대북송금과 경기도와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주요하게 포함됐다. 이렇게 말이다.

- 농업지업(검사는 법정에서 김태균에게 농업지원이 스마트팜이냐고 묻는다 - 기자 주)
- 단순한 협력관계가 아님. 경기도 부지사는 그룹의 리더로 봐도 됨.
- 약속된 인도적 지원 집행 계속 예정. 걱정되나 사업 우선권 확보.
- 스마트팜 등 내용? 경기도에서 알아서 함.
- 북미회담이 잘되면, 바로 부지사 참여 가능.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2023년 1월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을 때는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부인하다가 수원지검의 집중 조사 후 태도를 180도 바꿔 "이재명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송금을 했다"라고 진술한다. 수사 과정에서 진술 변화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김 전 회장의 진술 신빙성은 결국 김씨가 작성한 회의록으로 뒷받침 됐다.

한편,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물증으로 제시해 온 '김태균 회의록'이 사실상 증거능력을 상실했다"면서 "누가 이 허위 문건의 작성을 지시하고 법정에 제출하게 했는지, 검찰은 왜 이토록 엉터리로 검증했는지 그 배후와 경위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회의록 작성자인 김씨는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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