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스캠으로 80억 갈취 ”…法, 캄보디아 소환 조직원 징역 10년 선고

신진호 2026. 4. 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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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를 거점 삼아 한국인 869명에게 총 486억 원을 뜯어낸 한국 국적 피의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캄보디아와 태국에서 사기범죄 조직에 가담한 뒤 한국인을 대상으로 로맨스 스캠 사기 등 ‘경제적 살인 범죄’를 저지른 일당에게 법원이 최대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홍성지청 제1형사부(이효선 부장판사)는 사기 및 범죄수익 은닉규제법, 범죄단체가입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9) 등 46명에게 징역 1년8개월~10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 가담 기간, 범죄조직에서 역할, 동종 범죄 전력, 범행에 대한 반성 여부, 피해 회복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B씨(30대)의 경우 동종 전과는 없지만, 14개월간 범행에 가담했고 로맨스스캠을 통해 80억원가량의 범죄 수익을 올리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형을 면치 못했다. C씨(20대) 역시 범죄에 따른 피해금액이 60억원이 넘고 조직에서 팀장 역할을 맡은 데다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으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징역 2년을 선고받은 20대 초반의 여성은 항공권과 생활비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로맨스 스캠 범죄 팀장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26일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서 충남경찰청으로 압송된 캄보디아 범죄 조직 한국인 피의자들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홍성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공통적으로 범죄단체에 가입하지 않았다거나 특정 범행에만 가담했다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이들은 캄보디아 범죄단체 구성원으로 가입한 뒤 범행을 저질러 사회적 죄책이 큰 데다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모두 범죄단체에서 기본급을 받으면서 로맨스 스캠과 코인 투자, 노쇼 사기 등 범죄를 저질렀다”며 “일부 피고인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데다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24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범죄조직 총책인 이른바 ‘부건’(가명·중국인·40대 초반)이 캄보디아와 태국에서 운영하던 국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가담한 뒤 110여 명으로부터 약 94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캄보디아 현지 경찰과 코리아전담반이 로맨스 스캠 범죄조직을 급습, 피의자 27명을 검거했다. [사진 충남경찰청]

A씨 등은 현지에서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를 비롯해 검사 사칭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코인투자(리딩방) 사기, 대리 구매(관공서 노쇼)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한국인 피해자 110명으로부터 약 94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조사 결과 이들은 범죄조직을 만든 뒤 하부총책(한국인 2명)과 실장, 상·하급 팀장, 피싱팀 등으로 역할을 나눈 뒤 범죄대상을 모색했다. 조직은 총책 아래로 로맨스 스캠과 전화금융사기, 코인투자 리딩방, 대리구매, CS팀(고객관리) 등 5개 팀을 운영했다.

로맨스 스캠을 담당했던 팀은 페이스북에 ‘KISS MIA, HONEY 만남’이라는 가짜 업체를 올린 뒤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가입비와 인증비 명목으로 입금을 유도, 27억3000만원가량을 가로챘다. 조건만남 사기에 넘어간 피해자는 10억원을 송금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20대 여성들은 피해자를 유인하는 ‘채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에서 로맨스 스캠과 리딩방 운영 등 불법을 저질러 강제 송환된 피의자 64명 중 45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지난해 10월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열렸다. 신진호 기자

이들은 기존 조직원에게 모집 수당을 지급하는 ‘유사수신’ 형태로 신규 조직원을 모집했다. 다단계 조직과 유사한 형태였다. 모집수당은 1인당 600달러(한화 약 90만원)를 매달 지급했다. 이 돈을 받기 위해 일부 피의자는 고향이나 학교 선후배(20~30대 남성)를 조직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범죄조직은 조직원들에게 고정급여(기본급)를 지급하고 범행에 성공하면 인센티브(성공 금액의 10%)를 제공하며 범죄를 독려했다. 캄보디아는 물론 인근 태국이나 베트남으로 조직원을 보내 다른 조직에서 코인 사기 등 신종 범죄 수법을 배우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캄보디아에서 범죄단체를 조직한 뒤 200여 명의 조직원을 동원해 94억원 상당을 편취한 일당의 조직도. [사진 대전지검 홍성지청]

검찰과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을 설득, 범죄의 주범이자 조직의 총책인 ‘부건’의 신원을 확인한 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피의자들은 대부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구직광고, 지인 소개를 통해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폭행 상태에서 내 의지와 무관하게 범죄에 가담했고 폭행을 당해 강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저지를 범죄를 ‘경제적 살인’이라고 규정하며 재판부에 엄중한 처벌을 요청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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