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517명에게 '간첩단 압송' 가짜뉴스 보여줬더니, 놀라운 반응
[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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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장석 교수 연구팀이 조사 대상 청소년들에게 보여준 '극우 성향'이라 지적받아온 한 매체가 만든 숏폼 영상. |
| ⓒ 틱톡 |
뉴스를 만나는 1순위? 72.1%가 틱톡·유튜브 쇼츠 등 숏폼 플랫폼
21일, 연구팀이 발표한 '청소년의 숏폼 뉴스 신뢰도 형성 메커니즘 연구'를 보면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많이 받은 청소년일수록 숏폼 가짜뉴스를 오히려 더 강하게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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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팀의 연구 결과. |
| ⓒ 이장석 교수 연구팀 |
조사 대상인 만 14~19살 전국 517명의 중고교 학생이 받은 한 해 평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시간은 평균 6.64시간이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까닭에 대해 연구팀은 "현재 미디어 교육 자체의 구조적 한계가 문제다. 일회성 특강이나 단기 프로그램 수준에 머물고 있다"라면서 "내용 면에서도 학생이 직접 출처를 추적하고 교차 검증하는 실습 중심의 팩트체크 훈련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팀은 "피상적 교육이 낳은 '과신(overconfidence)' 효과도 있다"라면서 "실질적인 판별 능력이 있다고 오인하도록 해, 근거 없는 자신감만 심어준 결과, 학습자의 방어막 자체를 해제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뉴스를 접하는 '1순위 매체'로 응답자의 72.1%가 '틱톡·유튜브 쇼츠·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을 꼽았다. 이어 '긴 영상·스트리밍 플랫폼'이 20.1%, '포털 사이트'가 7.7%였다. 신문과 텔레비전과 같은 전통 매체를 1순위로 꼽은 청소년은 단 한 명도 없었다(0%).
이들이 뉴스를 접하는 방법도 눈길을 끈다. 응답자의 71.8%가 소셜미디어 이용 중 우연히 노출되는 '수동적 소비' 방식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플랫폼이 무엇을 추천하느냐가 곧 청소년이 접하는 뉴스의 내용을 결정하는 구조"라고 봤다. 직접 찾아서 보는 '능동적 소비'는 28.2%였다.
그렇다면 중고교생들에게 뉴스를 믿게 만드는 동인은 무엇일까? 연구팀이 9개 변인(플랫폼 특성 5개, 콘텐츠 요인 2개, 사회적 영향 2개)이 숏폼 뉴스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1위는 '또래 동조성(β=.253)'이었다. '좋아요'나 댓글이 많은 콘텐츠일수록 청소년은 비판적 검토 없이 신뢰도를 높게 평가했다. 이어 '알고리즘 개인화'(β=.163), '사용 편의성'(β=.150), '실시간 상호작용'(β=.142) 차례였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뉴스의 사실 여부보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친숙함이 신뢰도를 좌우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 책임자인 이장석 교수는 "현재의 미디어 교육은 실제 가짜뉴스 진위 여부에 대한 판별 능력은 갖추지 못한 채 경계심만 내려놓게 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라면서 "현재대로라면 가짜뉴스를 막아내지 못할 뿐 아니라 학습자의 방어막을 스스로 해제시키는 역효과를 내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연구팀 "청소년에게 닿으려면 팩트체크 결과도 숏폼 형식으로 배포해야"
연구팀은 보고서 제언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별도의 단기 특강이 아니라 국어·사회·정보 등 기존 교과에 통합해 일상적으로,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라면서 "학생들이 직접 가짜뉴스를 분석하고, 출처를 추적하며, 팩트체크를 수행하는 훈련을 반복함으로써 '판별 능력'이 아닌 '판별 습관'을 내재화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또한 연구팀은 "플랫폼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고 독립 팩트체크 기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라면서 "이런 결과물이 청소년에게 실질적으로 닿으려면 팩트체크 결과 역시 숏폼 형식으로 신속하게 배포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지원한 우리교육연구소의 이현 소장(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오마이뉴스>에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주제에 대해서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기만 하면 학생들이 그 문제에 대해 훌륭한 인식과 태도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보여주기식'의 '교육과정' 확대만으로는 제대로 된 교육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실제적 교육효과를 기대하려면 교육내용, 교육방식, 그리고 충분한 교육 시간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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