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기도터에 태양광 패널까지… 국립공원 금정산 정비 난관 겹겹[르포]

김민주 2026. 4. 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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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금정산 국립공원에서 김홍구 국립공원공단 금정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 팀장이 불법 시설물인 기도터의 출입문을 살펴보고 있다. 김민주 기자

“국립공원공단에서 20년가량 일했지만 기도터에 화장실이나 잠금장치까지 갖춰 정비한 경우를 보는 건 드문 사례입니다.” 21일 오전 부산 금정산국립공원내 ‘용굴암’이라는 이름의 기도터에서 국립공원공단 자원보전과 김홍구 팀장이 혀를 내두르며 이같이 말했다.

21일 오전 금정산 국립공원에 조성된 기도터 내부에 장군 형상의 조형물과 제단이 자리했다. 김민주 기자

금정구 장전동 방면 초입에서 20여분 거리 산속에 있는 이 기도터의 면적은 약 200㎡. 잠금장치가 달린 출입문과 철제 울타리로 접근을 막은 기도터 안쪽에는 장군의 형상을 한 조형물과 촛불함, 향, 술병 등이 있었다. 나무와 각목을 이용해 설치한 빨랫줄엔 붉은색과 푸른색의 천이 걸려있고, 싸리 빗자루와 쓰레받기, 슬리퍼 등도 눈에 띄었다. 자재를 쌓아두는 용도로 보이는 가설 건축물과 화장실까지 갖춘 공간이다.

21일 오전 금정산 국립공원에 조성된 기도터 내부에 촛불을 피워 넣을 수 있는 촛불함이 자리했다. 김민주 기자
21일 오전 금정산 국립공원에 조성된 기도터 내부에 빨래가 걸려 있다. 김민주 기자


김 팀장은 “10년 넘게 이곳에 있었던 시설이며, 비정기적이지만 분명 누군가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도터에선 촛불이 사용되기에 산불 위험이 가장 크다. 곧장 긴급조치를 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가 아니어서 관할 금정구에 통보했다. 연내 행정대집행 등을 통해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지대는 민원, 고지대는 접근성 난관


21일 국립공원공단 금정산국립공원사무소(이하 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지정된 금정산 국립공원내 불법 시설물에 대한 정비 작업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금정산 국립공원은 경남 양산시와 부산 금정ㆍ동래ㆍ부산진ㆍ연제ㆍ사상ㆍ북구 등 7개 지자체에 걸친 66.859㎢ 면적의 도심형 국립공원이다.
금정산 국립공원. 사진 부산시

공단은 현재까지 금정산 국립공원안에 60곳의 불법 시설물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불법 건축ㆍ공작물과 영업 시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기도터 등이다. 원칙상 국립공원 지정 이전의 불법 시설물은 지자체가, 이후엔 공단이 정비를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공단이 지자체에 인력과 장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

문창규 공단 자원보전과장은 “금정산은 시립공원을 거치지 않고 곧장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도심에 위치한 만큼 접근성이 좋은 저지대를 중심으로 불법 시설물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시설물 가운데 사람이 실제로 거주ㆍ영업하고 있는 곳의 정비가 가장 어렵다. 민원 등 마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시와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10일부터 7일간 금정산 국립공원에 있는 불법 시설불 2곳을 철거해 정리했다. 철거 과정에서 40t의 폐기물이 발생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금정산국립공원사무소

고지대의 경우 물리적 여건 탓에 정비가 쉽지 않다. 지난 10일부터 7일간 양산시와 공단은 해발고도 700m 부근의 공원구역 내 불법 건축물과 기도터 등 2곳을 정비했는데, 이 과정에서 40t가량의 폐기물이 발생했다. 철거 및 폐기물 이송을 위해 공단 측 헬기를 포함해 인력 167명이 투입됐다.

최송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금정산은 국립공원 지정 이전까지 어떤 보호 지역도 아니어서 다른 곳에 비해 더 많은 불법 시설물 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비 과정에서의 저항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 공단과 지자체 간 긴밀한 협조가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통령도 “국립공원 불법시설 정리” 강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국립공원 내 불법 시설물에 대해 “내년(2026년) 여름까지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공단 관계자는 “금정산 사정에 밝은 민간 활동가와 지역 주민, 지자체와 긴밀히 협조해 불법 시설물 정비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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