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말 말고 특별엔트리 등록해!" 키움 팬들 한목소리...박병호 은퇴식 제대로 못하면 두고두고 한으로 남는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이끌었어야" 야구계 지적
-키움, 레전드 은퇴식 홀대 전례 반복 않으려면...

[더게이트]
통산 418홈런. 정규시즌 MVP 2회에 홈런왕 6차례. 이런 레전드의 은퇴식을 평범한 보통 선수 은퇴식처럼 간소하게 진행한다? 키움 히어로즈 팬들은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잘못하다간 기껏 돈과 시간 들여 은퇴식을 하고도 욕을 먹을 판이다.
키움은 오는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앞서 박병호 코치의 현역 은퇴식을 연다. 행사 타이틀은 '승리, 영웅 박병호'.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에서 감사패와 기념 배트, 기념 액자를 전달하고, 박병호의 아들이 시구, 박병호 본인이 시타로 마지막 타석을 장식한다. 팬들에게는 은퇴 기념 티셔츠 7000장을 선착순으로 증정하고, 사전 선정된 104명을 대상으로 사인회도 진행한다.

경기 후 행사 없고, 특별엔트리도 불확실
박병호 은퇴식은 경기 전에 마무리된다. 경기 후 별도 행사는 없다. 은퇴식이 이제 5일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 특별엔트리 등록 여부도 미정인 상태다.
KBO는 2021년부터 은퇴 선수를 정원 초과로 엔트리에 등록할 수 있는 특별엔트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오승환은 이 제도를 통해 9회 마운드에 올랐고, 관중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경기 후에는 성대한 공식 은퇴식이 이어졌다. 김태균, 김강민, 정우람 등 최근 은퇴한 레전드들도 대부분 같은 방식을 택했다. 교체되는 순간 동료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고,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걸어 나오는 장면. 그 자체가 하나의 의식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계획대로라면 박병호 은퇴식은 그런 감동적인 장면 없이 끝날 수도 있다. 구단 측에선 마지막 논의 중이라고 하지만, 경기 후 행사를 "선수단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다"는 박병호 본인 의사를 반영해 경기 전으로 결정했다는 설명으로 봐서는 특별엔트리도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야구계에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수도권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물론 선수가 주인공이니 선수 의사를 존중하는 건 맞지만, 보통은 구단에서 먼저 제안하고 리드하면 선수들은 대부분 동의한다"며 "구단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리드를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구단에서 진정성 있게 설득하면 고사할 선수가 없을 거란 얘기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은퇴식은 선수 본인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라면서 "선수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고 응원해온 팬들을 위한 행사이기도 하다. 보내줄 때 팬들과 제대로 추억을 나눠야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병호급 레전드 은퇴식을 팀에서 잠깐 머물렀거나 평범한 커리어를 보낸 선수처럼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은퇴식 제대로 해라", "특별엔트리 반드시 성사시켜라"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선수단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거나 '시즌 중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설명도 팬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키움 팬은 SNS에 "지금 키움이 순위 싸움 얘기를 하는 건 팬들을 기만하는 소리"라면서 "박병호 은퇴식이 그나마 팬들의 낙인데 그것조차 제대로 못해서 되겠느냐"고 일갈했다.

키움, '레전드 홀대'의 기억
사실 키움 팬들은 레전드 선수와 성대한 은퇴식으로 작별한 기억이 거의 없다. 2008년 우리 히어로즈로 창단해 넥센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를 거치는 동안 제대로 된 은퇴식을 치른 사례는 송지만과 마정길 정도다.
그중 송지만의 은퇴식은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화려한 은퇴식을 받아 마땅한 레전드였지만, 팬들에게는 사흘 전까지 일언반구 없이 특정 팬카페에만 미리 공지했고, 경기 시작 45분 전인 오후 5시 45분에 행사를 시작하면서 참석자도 거의 없는 초라한 자리가 됐다. 거센 비판이 일었고, 이 일은 구단의 팬 차별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그외에도 키움 대표 레전드 이택근 역시 은퇴식 없이 조용하게 선수 생활을 마감했고, 유한준은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현역을 마쳤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구단 레전드가 될 수 있었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로 떠나서 과연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
박병호는 키움이 오랜만에 성대한 은퇴식을 치를 수 있는 선수다. 그런 선수조차 제대로 된 은퇴식을 못 한다면, 이 팀에서 뛰는 후배 선수들이 팀에 로열티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 그래도 주축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와 타 구단으로 죄다 떠난 마당에, 있는 레전드조차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 이 팀에 남을 레거시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특별엔트리만큼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26일 고척에서 박병호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뒤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걸어 내려오는 장면. 뜨거운 눈물과 행복한 미소. 키움 팬들이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러지 못하면, 그 아쉬움은 두고두고 한으로 가슴에 남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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