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별받지 않는 장애인이었다... 아니, 외면하고 있었다"
[김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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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20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저녁문화제가 있었다. |
| ⓒ 김군욱 |
나는 투석환자로 35년을 살았고, 신장장애인으로 25년을 살아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장애인으로서 이 사회의 차별 한가운데 서 있었던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 가장자리에서, 때로는 비켜 서 있던 사람이었다. 신장장애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거리에서 나를 보고 장애인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휠체어를 타지 않고, 보행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 나는 오랜 시간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나는 노골적인 시선에서 비껴갈 수 있었고, 이동에서의 물리적 배제도 상대적으로 덜 겪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가지 사실이 또렷해졌다. 내가 덜 겪었다는 것은, 누군가는 더 겪고 있다는 뜻이었다.
지체장애인이 계단 앞에서 멈춰 서 있는 장면, 고장 난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돌아서는 순간, "장애인이면 집에나 있지"라는 말을 그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 그것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당연해지지 않는다. 이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거리에서 싸웠고, 누군가는 지하철 선로 위에서 멈춰 섰으며, 누군가는 매일같이 "차별을 멈추라"고 외쳐왔다. 나는 그 투쟁의 결과 위에서 비교적 조용하게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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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별에 저항하라 |
| ⓒ 김군욱 |
내가 처음 4월 20일을 '몸으로' 마주한 것은 2012년이었다. 그날, 수많은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와 구호를 외치고 행진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외치고 있는 걸까. 그때 들려온 문장이 있었다.
"차별에 저항하라."
그날의 나는 그 문장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말은 오래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차별을 겪지 않았던 장애인이 아니라, 차별을 외면하고 있던 장애인이었다는 것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여전히 '논란'으로 소비되고,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불편함'으로 번역된다.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하는 행동은 '민폐'라는 말로 되돌아온다.
국가는 여전히 장애인을 시설 안에 수용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는 뒤로 밀려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구조를 지탱하는 것은, 노골적인 혐오보다 더 강한 무관심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말은 종종 "나는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차별은 누군가가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훨씬 더 자주 아무도 막지 않아서 지속된다.
나는 오랫동안 그 '아무도'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비켜 서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안전함이, 누군가의 멈춰 선 자리 위에 세워져 있었다는 것을.
2026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의 슬로건은
"우리를 가두지 마십시오"다. 장애인을 시설에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외침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빚만 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빚을 함께 갚아가는 쪽에 서고 싶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를 든다. 장애인들이 어떻게 거리에서 멈추지 않고,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며, 어떻게 차별과 혐오, 그리고 무관심과 싸워가는지를 기록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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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를 가두지 마십시오' 2026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슬로건 |
| ⓒ 김군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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